“한국, 하노이 회담 결렬 지점부터 미북협상 재개되도록 노력해야”

0:00 / 0:00

앵커: 최영준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점에서부터 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외교적 역량을 기울일 것을 제언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6.15 공동선언 23주년을 맞아 15일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병석, 김경협 의원 주관으로 한국 국회에서 개최된 ‘윤석열 정부 통일정책을 평가하다’ 토론회.

발제에 나선 최영준 전 통일부 차관은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미중 전략경쟁 아래 외교적 자율성 축소 등 거의 역대 최악의 통일정책 추진 환경에서 출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 전 차관은 이럴 때일수록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되새겨보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최 전 차관은 6.15 공동선언을 작성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국을 설득하며 미북관계를 관리했고 남북 간 신뢰 형성을 통해 다방면에 걸친 교류ㆍ협력을 실현시켰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결정적인 요인은 미국의 결단에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미국에 대해서도 외교적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 전 차관은 또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결렬된 지점에서부터 다시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만드는 정부의 노력이 ‘담대한 구상’을 완결하는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영준 전 통일부 차관:북미가 싱가포르 합의의 토대 하에 하노이에서 구체적 합의 이행 방안을 논의하다가 결렬되었기 때문에 그 지점부터 다시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하는 우리의 노력이 북한뿐 아니라 미국에도 똑같이 동시에 집중되어야 되며 이것이 담대한 구상을 완결하는 마지막 퍼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다른 발제자인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6.15 공동선언 2항(‘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을 통해 남북은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통일방안에 합의했다며 현재 남북관계가 아무리 악화되었다고 하더라도 대화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장관은 또 ‘민족 담론’으로는 젊은 세대를 설득하기 매우 어렵다며 시대 변화를 고려한 새로운 통일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과도한 민족 담론을 갖고는 젊은 세대를 설득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대 변화를 고려하는 새로운 통일론도 필요합니다.

토론자로 나선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6.15 공동선언이 나왔던 2000년과 현재의 북한 사정은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제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정세를 신냉전으로 평가하고 한미에 대해 강대강 정면돌파 대적투쟁을 표방하고 있다며 과거와 같은 남북교류 패러다임만으로는 대북정책을 추진하기에 한계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만든 단체인 김대중평화센터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에서 ‘6.15 남북정상회담 23주년 학술회의’를 개최했습니다.

기조강연에 나선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김대중 정부는 군사적 해결보다 외교와 대화를 강조하며 페리 프로세스 등을 탄생시켰다”며 “북한과 계속 대결적 구도를 취했다면 한국이 주도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 총장은 북한을 향해서는 “무모한 군사 모험주의는 북한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었다”며 “김정은 정권이 이러한 교훈을 곱씹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양 총장은 또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면 한국, 북한, 미국, 중국이 머리를 맞대는 방법밖에 없다”며 4자 평화회담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도 14일 국회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23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더는 미루지 말고 4자 평화회담을 한국이 주도해 군사 정전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한편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는 역대 정부의 남북관계 발전 노력을 계승ㆍ발전시킨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 평양에서 발표한 공동선언이며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한다’는 1항을 포함, 5개 항의 합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