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넘어 한국전 실종 미군 찾는 네 가족

워싱턴-이상민 lees@rfa.org
2023.09.04
세대 넘어 한국전 실종 미군 찾는 네 가족 지난 8월 17일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이 주최한 한국전 참전 미군 실종자 가족 연례 회의에 참석한 한국전 참전 실종 미 흑인 조종사 제시 브라운의 딸인 파멜라 브라운(사진 오른쪽)과 조카 완다 플랭클린(왼쪽)
/RFA Photo - 유형준

앵커: 7500. 70년 전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실종된 미군 수입니다. 이 가운데 5200명은 북한에 유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종된 미군들의 소식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한국전쟁이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하지만 이들에겐 절대 잊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상실의 아픔은 세대를 따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세대에 걸쳐 한국전 참전 미군 실종자를 찾고 있는 미국 내 네 가족을 만나봤습니다.   


흑백 미군 조종사의 조카와 딸

 

지난해 11월 미국에선 한국전쟁에 참전한 두 미국 해군 조종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개봉됐습니다. 제목은 ‘헌신’(Devo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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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헌신'에서 제시 브라운 역을 맡은 조나단 메이저스와 톰 허드너 역을 맡은 글렌 파월. /Sony Pictures






1950124, 미 해군 최초 흑인 조종사인 제시 브라운(Jesse Brown)이 북한 함경남도 장진호 전투에서 중공군에 피격돼 추락했는데 이를 목격한 백인 조종사인 톰 허드너(Tom Hudner)가 그를 구하고자 추락 현장에 자신의 비행기를 착륙시켰습니다.


하지만 브라운은 사망했고 허드너는 혼자 돌아오게 됩니다. 흑인 인종차별이 심했던 당시 백인 조종사가 흑인 조종사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추락 현장에 간 이 실화는 후에 책으로 쓰여졌고 영화로 만들어진 겁니다.

지난 817일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이 주최한 한국전 참전 미군 실종자 가족 연례 회의엔 흑인 조종사 제시 브라운의 딸인 파멜라 브라운(Pamela Brown)과 조카 완다 플랭클린(Wanda Franklin)이 나란히 참석했습니다.

조카인 완다는 큰아버지 제시 브라운을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연례행사에 여러차례 참석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완다: 제시의 남동생인 저희 아버지를 대표해서 왔습니다. 울면 안되는데. 네. 아빠를 대표해서 왔습니다. 그들은 매우 가까왔습니다. 이 때문에 왔습니다.

 

제시 브라운보다 두 살 어린 완다의 아버지는 형의 유해를 북한에서 찾고자 수년 동안 노력해왔습니다.

 

자신의 유전자 샘플을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에 제출했고 한국전 참전 미군 실종자 가족들이 모이는 연례 모임에 처음부터 매번 참석해 형의 소식을 물어왔습니다.

 

나중엔 자신의 딸인 완다를 이 연례행사에 계속 데리고 오면서 자신이 죽어도 큰아버지 유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왔습니다. 완다의 아버지는 결국 형의 소식을 끝내 듣지 못하고 2년 전 사망했습니다.

 

완다: 큰아버지를 기억하는 것이 아버지에게는 중요하다는 것을 저는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큰아버지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도록 노력했고 그 결과 큰아버지에 대한 책이 두 권 나왔고 영화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아버지는 그때 너무 기뻐했습니다.

 

완다는 북한 지도자들이 미국이 북한에 들어가 큰아버지를 비롯, 미군들의 유해들을 찾을 수 있도록 협조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본적 없는 의붓아빠의 딸

 

미국 콜로라도주에 사는 메간 막스(Megan Marx)는 한국전쟁 당시 미 해군 소위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의붓 아버지(stepfather) 드와이트 앤젤(Dwight Angel)의 유해를 찾고 있습니다. 

 

 

엔젤 소위는 1953년 1월 전투에서 사망했습니다. 메간의 어머니와 결혼한 지 8개월만에 참가한 한국전쟁에서 전사했고 당시 메간 어머니의 나이 21세였습니다.

 

메간: 당시 어머니는 유산을 했습니다. 그리고 두 달 뒤 남편의 전사소식을 전달받았습니다. 어머니는 엄청난 비탄에 빠졌습니다. 일련의 모든 일들이 그녀에겐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메간의 어머니는 그 뒤 군으부터 아버지가 쓰던 유품을 담은 상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유해를 북한에서 찾기 위해 나섰습니다. 지역 연방하원들과 해군에 편지를 써서 남편의 유해를 북한에서 찾을 수 있는지 계속 연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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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2대의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다 실종된 11명의 미 해군 이름과 ‘절대 잊혀지지 않았다’(Never Forgotten)라고 쓰여진 하늘색 티셔츠를 입고 있는 메간 막스. /RFA Photo - 유형준

 

그러다가 메간의 친아버지를 만나 재혼했고 메간과 그 여동생 둘을 낳았습니다. 메간의 어머니는 두 자녀에게 그들의 의붓아버지 유품이 담긴 상자를 보여주며 사연들을 얘기해줬습니다. 

 

하지만 전 남편의 유해를 찾지 못하고 메간의 어머니는 1999년 사망했습니다.

 

메간은 의붓아버지의 유품이 담긴 상자를 물려받았다며 이제는 자신이 비록 본 적이 없지만 어머니 때문는 의붓아버지의 유해를 북한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연례 한국전 참전 미군 실종자 가족 행사에 동생과 같이 두번 참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메간: 우리는 계속할 겁니다. 그것이 어머니를 존경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머니가 그렇게 원하셨던 것을 계속함으로 어머니에 대한 경의를 표할 것입니다. 

 

메간은 얼마 전 의붓아버지와 같은 비행기를 탔다가 실종된 다른 한국전 참전 미군 가족들과 연결되어 그들과 함께 북한에 있을 이들의 유해를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장에 이들은 당시 실종된 미군 11명의 이름과 ‘절대 잊혀지지 않았다’(Never Forgotten)라고 쓰여진 하늘색 티셔츠를 입고 왔습니다. <아래 사진>

 

할머니 유언을 지키려는, 손녀

 

미국 테네시주에 사는 테리 험리(Terri Humley)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자신의 할아버지 로이드 스미스(Lloyd Smith) 해군 소위의 유해를 북한에서 찾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테리의 할머니는 북한에 있는 남편의 유해를 찾기 위해 미국 대통령, 해군 당국과 당시 북한을 오가던 중국 선교사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또 손녀인 테리에게 할아버지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 자신이 죽더라도 할아버지의 유해를 북한에서 찾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테리의 할머니는 2009년 사망했고, 테리는 할머니의 당부대로 할아버지의 유해를 찾으려고 한국전 참전 미군 실종자 연례행사에 참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테리: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잊혀지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녀는 그에게 무슨일이 일어난 건지, 그가 어디에 있는지 답을 원했습니다. 그녀의 꿈은 할아버지가 어디있는지 확인해서 집으로 데리고 오는 겁니다.

 

그러면서 테리는 북한 측에 당부했습니다.

 

테리: 이건 가족에 대한 겁니다. 북한 사람들도 사랑하는 가족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된 건지 답을 알고싶어 하지 않습니까. 이건 가족에 대한 겁니다. 정치를 빼고 그들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은 겁니다. 유해라도 우리에게 돌아온다면 우리 땅에서 장례하고 그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은 겁니다. 

 

손자와 함께 아빠를 찾는 70대 딸

 

미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다이애나 산필리포(Diana Sanfilippo)는 한국전쟁에 공군으로 참전했다 1952년 12월 실종된 아버지 프랭크 살라자르 소식을 찾고 있습니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5살. 

 

2007년부터 한국전 참전 미군 실종자 가족 연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는 다이애나는 아버지의 유해를 북한에서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해 말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의 행방이나 소식, 유해를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다이애나는 그것이 힘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다이애나: 어머니는 아버지가 조종사였고 전쟁 중 실종됐다고만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가 한국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싸웠기에 그의 활동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절대 잊혀져서는 안됩니다. 그를 기억하지 않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어머니가 사망한 후 아버지가 알링톤 미 국립묘지에 이름이 새겨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이번 행사에 손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울먹이면 답했습니다.

 

다이애나: 왜냐하면 제가 75세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얼마나 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딸과 손자가 있습니다. 그들이 내 아버지, 그들의 할아버지와 증조부가 누구인지 알기를 원합니다. 이렇게 계속 내려가길 원합니다. 그것이 아버지를 존경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다이애나의 손자인 알렉스 리드(Alex Reed)는 할머니가 한국전 참전미군 실종자 가족 행사에 오자고 해서 이번에 처음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할머니가 한국에서 실종된 그녀의 아버지에 대해 자신에게 많은 얘기를 했고 그의 소식을 알아보려는 할머니의 노력을 보아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은 할머니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중요하다며 북한 측이 미군 유해를 발굴하고 송환하는데 협조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알렉스는 할머니가 이번에 자신을 이 행사에 데리고 온 것은 할머니가 죽더라도 북한에서 증조 할아버지 유해를 찾으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알렉스: 저는 우리 증조할아버지 유해를 찾을 때까지 계속할 것입니다. 또 내 자녀들에게 증조할아버지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이것을 다음세대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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