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부녀절인가” 행사에 내몰리는 북한여성들

서울-김지은 xallsl@rfa.org
2024.03.08
“누굴 위한 부녀절인가” 행사에 내몰리는 북한여성들 평양 여성들이 8일 부녀절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AP

앵커 : 3.8 국제부녀절을 맞아 북한 당국은 ‘제5차 어머니대회 참가자 상봉모임’ 등을 열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집안일도 쉬라며 공휴일로 지정된 날이지만 정작 여성들은 고단함을 호소합니다북한 내부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3.8 국제부녀절은 결혼하거나 자녀가 있는 여성의 명절입니다여성들이 가정일의 무거운 부담에서 해방되는 날이라는 의미로 (사회적으로남편이 가사일을 도맡도록 권장하지만 정작 여성들은 각종 행사에 동원됐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 7일 “오늘 중앙여성동맹의 지시에 따라 전국의 각 지방에서 3.8 국제부녀절 관련 행사가 조직됐다”며 “제5차 어머니대회 참가자 상봉모임이 있었고 군중 야유회 연습도 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과거 북한은 3.8국제부녀절에 초급 녀맹(30명 정도)별로 모여 떡을 빚고 윷놀이를 하는 등 민속명절처럼 보냈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상봉모임’과 ‘군중 야유회’가 조직됐습니다.   

 

소식통은 “‘상봉 모임’은 지난해 12평양에서 열린 어머니 대회의 참가자들과 지역 여성들이 만나는 자리”로 부녀절을 하루 앞둔 7일 열렸다고 전했습니다올해 처음 열린 이 행사에서는 출산 장려와 비사회주의 현상를 없애는 문제 등 어머니 대회에서 당국이 강조한 내용들이 다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상봉모임’에는 조선옷(한복)를 입고 참가하라는 지시가 문제였다”고 전했습니다.

 

“추운 날씨에 조선옷을 입으라고 하자 많은 여성들이 속에 바지를 입고 조선옷치마를 입었고 상의는 두툼한 솜옷을 입었다”면서 “그런데 (조선옷)저고리를 맞춰 입지 않은 여성들은 행사장(강당)에 들여놓지 않아 끝날 때까지 밖에서 떨어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런 분위기에서 “‘상봉 모임’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내일(8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도심 광장에서 ‘야유회’가 진행된다”며 “여맹소속의 여성들이 조선옷을 차려 입고 노래와 춤을 추며 3.8 국제부녀절 분위기를 띄우라는 중앙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올 해 북한의 3.8 국제부녀절 행사는 2일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각 도별로 7일에는 제 5차 어머니대회 참가자 상봉모임을, 8일에는 광장에서 춤과 노래를 부르는 야유회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 8 “군중 야유회 행사를 위해

3일 전부터 노래 연습을 하고 한지에서 춤을 추면서 율동을 맞춰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부녀절은 아내들이 남편을 섬기고 자녀를 키우며 가정의 무겁고 힘든 일에서 해방되어 단 하루 쉬는 명절인데 오히려 각종 행사로 인해 더 피곤한 날”이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집집마다 한 끼를 제대로 먹을 식량이 없는데 빈곤에 처한 여성들을 강제로 내모는 부녀절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잘 사는 사람들은 가정에서 아내나 어머니에게 꽃을 주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날을 보내겠지만 많은 여성들은 이날이 더 괴롭다”며 “한 끼 밥상도 변변히 차릴 수 없는 여성들에게 춤 추고 노래를 부르게 한다고 즐겁겠냐”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국제부녀절이라 부르는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의 정치, 경제사회적 업적을 기념하는 날로 1975년 유엔에 의해 기념일로 공식 지정됐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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