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러 간 군사협력에 우려의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이 같은 발언 과정에서 북한보다 러시아를 먼저 지칭해 주목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20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유엔 총회.
이 자리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북한과 러시아(로씨야) 사이의 군사 협력을 비판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WMD(대량살상무기)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입니다.
한국 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해당 발언을 하면서 러시아를 북한보다 먼저 지칭했다는 점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한국 정부의 달라진 외교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그동안 한국 정부의 공식 발표, 언론보도 등에서는 다른 국가들보다 북한을 앞세워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 같은 표현은 남북관계가 부침을 거듭했음에도 이어져 온 일종의 관례로 여겨져 왔습니다.
한국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러시아를 먼저 언급한 이유에 대해 “(기조연설) 원고에 ‘러북’이라고 써 있어서 해당 순서에 대해 자연스럽게 여기신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어떤 행위를 하든 먼저 언급해줘야 한다는 것은 현재 한국 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덧붙였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와는 외교 기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 관계자는 “한국과 진정으로 협력하느냐가 1차적인 기준”이라며 그 다음으로는 한국 주변 4개 국가와의 동맹, 역사, 우방국의 순서에 따라 부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러시아와 북한의 선후 관계에 대해서는 정해 놓은 순서와 원칙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최근 이 같은 기조를 지속적으로 보여왔습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21일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출석한 자리에서 북한보다 러시아를 먼저 지칭했고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난 10일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을 만나 러시아를 북한보다 먼저 지칭했습니다.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12일 정례 기자설명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북러’가 아닌 ‘러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 (지난 12일):우리 정부는 러북 간의 인적 교류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임 대변인은 지난 7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는 러시아를 북한보다 먼저 지칭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일반적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을 거론할 때 ‘한중일’로 지칭하던 부분도 ‘한일중’의 표현으로 바꿔 부르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초 개최된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중’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한일중 고위급 회의가 다음주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라며 중국보다 일본을 먼저 지칭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일본과의 관계가 개선됐고 최근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3국의 공조관계가 견고해진 영향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6일 기자들을 만나 한국 정부가 자유의 연대를 기초로 하는 미국, 일본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북미’보다는 ‘미북’으로 보고 있고 ‘한중일’보다 ‘한일중’으로 부르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