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무기 거래를 본격화 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회담 직후부터 접경 두만강역 차량기지에서 화물 적재와 운송을 준비하는 정황이 급증한 것으로 위성사진 판독 결과 드러났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유일한 육상 교통로인 북한 두만강역과 러시아 하산역 간 5km 길이의 철로.
지난 9월 22일 미국의 상업위성 ‘플래닛랩스’가 두만강역에서 1.2km 떨어진 북한 차량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 화물과 열차로 보이는 물체가 다수 확인됩니다.
이어 이틀 뒤인 24일에도 선로에는 각각 200m, 300m 길이의 컨테이너 화물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입니다. 20m 길이의 열차 2량과 3량 또한 각각 선로에 화물과 함께 세워져 있습니다.
9월 28일과 10월 1일 역시 이 일대에서 화물과 열차가 다수 식별됩니다.
반면 9월 14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는 화물과 열차가 보이지 않고 사실상 텅 빈 상태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뒤 북한으로 돌아간 9월18일 이후 이 일대에서 화물과 열차의 움직임이 계속 관찰되고 있는 겁니다.
이 열차기지는 미국이 지난해 12월 북러간 무기 거래에 대한 증거 사진이라며 ‘러시아로 향하는 무기 적재 의심 열차’가 식별됐다고 지목한 곳입니다.
한국 한반도 안보전략 연구원의 정성학 연구위원은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이 열차에 화물을 싣고 러시아로 운송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정성학 연구위원 : (4장의 사진을) 비교했을 때 화물과 열차의 수량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열차에 화물을 싣고 (러시아로) 운송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만약 이 열차가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것이라면 두만강 본역이 기착지가 됩니다. 그런데 그 중간 지점인 차량기지에서 화물과 열차가 식별됐기 때문에 이 열차와 화물이 북한에서 러시아로 향할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위성사진 만으로 화물의 내용물을 정확히 식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난 달 중순 정상회담 후 북러 간 무기거래가 본격화할 가능성을 우려해왔습니다.
정성학 연구위원 : 7월 27일 전승절에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기 전후에도 두만강역에서 화물을 실은 열차의 운행이 여러차례 확인된 바 있습니다. 쇼이구 국방장관의 방북과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러 간의 물류 교류를 이용한 무기 거래 가능성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북러간 무기거래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22년 말입니다.
꾸준히 북한의 위성사진을 분석해온 제이콥 보글 민간 위성분석가는 2일 RFA에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에서 2022년 초와 비교해서 지난해 중후반부터 북러간 철도 교류 활동이 확실히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보글 분석가는 “사진에 보이는 화물이 무기가 아니라, 평범한 물건들일 수도 있다”면서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연간 약 1천만 개의 포탄을 사용하고 있고, 북한의 신속한 (무기)운송은 포탄이 부족한 러시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탄약과 포탄을 철로로 운송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RFA에 철로로는 무게가 무거운 탄약과 포탄 위주로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어깨에 매는 대전차 미사일이나 지대공 미사일은 비교적 그리 무겁지 않아 항공편으로 운반이 가능하지만, 포탄은 무게가 매우 무거워서 주로 철도로 운송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베넷 연구원은 특히 러시아의 무기체계와 호환되는 122mm, 152mm포탄과 122mm 다연장 방사포, 그리고 구경이 더 넓은 로켓 역시 철도로 공급할 수도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 조정관은 이날 RFA에 북한이 러시아에 구 소련 무기들을 기반으로 한 오래된 포탄을 공급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북한은 대포와 탱크, 로켓을 위한 아주 많은 양의 탄약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자국 군대를 위해 수십년 간 생산해 왔죠. 북한이 러시아에 오래된 탄약을 보낼 수 있다고 추측합니다. 불발탄 비율은 높겠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는 그것이라도 원할 겁니다.
이런 가운데 국무부 대변인은 2일 북러 간 무기거래 정황에 대한 RFA의 논평요청에 “우리가 공개적으로 경고해왔듯이, 북러간 무기 관련 논의는 김정은의 방러 기간 중에도 계속됐다고 거의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양국 간에 급부상하는 군사적 관계, 특히 북한에서 러시아로의 추가 무기 이전 및 러시아에서 북한으로의 기술 이전과 같은 사안은 국제 비확산 제도를 더욱 약화시킨다”며 양국에 군사 협력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