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많은 학생들은 겨울철이면 ‘꼬마 과제’라고 해서 학교에 토끼 가죽을 바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02년 남한에 입국한 탈북여성 이순자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겨울철이면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 어떻게 토끼를 기를 수 있느냐면서 이러한 과제물들 때문에 북한의 부모들은 식량문제를 자체 해결하는 것 이외에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96년 이후 식량난이 악화 되면서 ‘풀과 고기를 바꾸라’는 노동당 정책에 따라 알곡 먹이를 들이지 않고 풀만 갖고도 기를 수 있는 토끼와 염소 등 초식동물 기르기 운동을 적극 권장했습니다. 특히 토끼는 고기는 물론 질 좋은 털가죽을 생산할 수 있는 좋은 집짐승이라고 하면서 농업성 관할로 각 시, 군에 토끼 협회를 설치해 중점 사업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지난 2002년 남한에 입국한 탈북여성 이순자씨는 한해 전 탈북해서 남한에 입국한 14세 된 손자가 남한학교에서는 토끼 가죽을 바치라는 얘기를 안 해서 이상하다고 했다며 남과 북의 학교생활을 비교했습니다.
이순자: 우리 막내 손자가 북한에 있었으면 이맘때 지금 토끼를 내야 합니다 라고 말하더라고요. 날이 추워지고 하니까 토끼가죽 내야 한다고 말하지 뭐...토끼 가죽을 겨울철에 학교마다 거두지, 여름철 가죽은 털이 빠지고 하니까, 겨울철 가죽은 털이 든든하거든.
이씨는 북한에서는 학생들에게 공부 이외의 과제물을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고 말합니다. 학교의 지시를 잘 수행하는 아이들은 칭찬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의 아이들은 기가 죽고 학교도 나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순자: 내가 자식을 5남매를 키웠는데 15년 키워서 둘은 죽어서 지금은 3명이 성공해서 여기 왔는데 가족이 앉아서 하는 말이 토끼 가죽을 많이 낸 사람은 칭찬 받고 못 내면 안절부절 했는데 아이 때는 잘하자는 그런 마음이 있어서... 어째서 북한학교는 그리 내라는 것이 많은지...
수갑도 한 달에 몇 켤레씩 내고 삽도 내라, 호미도 내라, 낫도 내라 학교에서 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큰아이가 북한 소리 하지도 말라고 정신이 없을 정도로 갖다가 바쳐야 한다고 말하지요.
최근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젼은 찬 것을 좋아하는 습성을 가진 토끼사육은 겨울이 제철이라며 토끼사육에 더욱 힘쓸 것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씨는 이런 것이 너무도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순자: 토끼야 여름철이 제일 좋지 여름에 풀 많을 때, 겨울철에 풀이 어디나서 뭘 먹인데요. 북한에 무슨 풀이 있나 사람이 다 뜯어먹고 짐승먹일 풀이 있나. 새털이고 씀바귀고 전부 사람이 다 먹어서... 북한 소리 하니까 기가막혀... 토끼를 키워라 염소를 키워라 염소젖도 먹고 염소 고기나 토끼 고기도 부식으로 하라고 구호는 잘 외치죠.
그렇게 지시가 떨어지지만 그 지시를 받는 하바닥 우리 노동자 농민들의 생활에 그것이 허용이 됩니까. 북한에는 얼마나 본인의 부담이 많은지, 학교나, 가정부인들이나 너무 부담이 많지요. 일체 도구를 개인 부담으로 해서 거두니까, 여기 오니까 그런 것이 없어서 너무 좋아요.
북한에서는 소년단이나 사로청 조직이 있어 한 아이 당 토끼 가죽 4장에서 6장을 무조건 내야 했다면서 북한주민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지시들이 북한에서는 너무도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순자: 시키는 사람이야 좋죠. 연구 안 해도 뻔하잖아요. 우선 토끼를 키우면 고기를 먹고, 가죽을 팔면 돈이 되고, 학생들이 가죽을 바치면 돈 주고 사지 않아도 되고 좋지만. 그것이 다 지시 내리는 사람들이 좋은 거지 그렇지만 그럴 여유가 없거니와...
북한에서 토끼 가죽은 겨울군복이나 겨울옷을 만드는데 쓰여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여름철의 가죽은 토끼털이 빠진다 하는데 그래도 여름에 토끼를 잡아서 가죽을 벗겨 놨다가 그걸 겨울에 바치기도 한다고 이씨는 말했습니다.
남한의 학생들은 이제 곧 겨울 방학을 맞아 뒤처진 공부를 보충하기 위해 개인학습에 힘쏟겠지만 자신의 손자들 또래의 북한 아이들이 지금도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맘이 아프다고 이씨는 말했습니다.
이진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