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북한 해외노동자] ⑥ 관람객 외면, 텅빈 박물관…투자 회수는 요원

캄보디아 씨엠립-노재완 nohjw@rfa.org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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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 입구에 붙여진 홍보벽보. 외국인 관람객들에게 30% 할인해준다고 적혀 있다.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 입구에 붙여진 홍보벽보. 외국인 관람객들에게 30% 할인해준다고 적혀 있다.
RFA PHOTO/ 노재완

앵커: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전 세계 곳곳으로 주민들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 근로자 파견과 식당 운영, 그리고 최근엔 박물관 건립까지 다양화하고 있는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마련한 ‘2016 연중 기획보도’ 북한 해외노동자 시리즈. 오늘은 그 여섯 번째 순서로,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의 건립과 운영 실태를 알아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자가 직접 캄보쟈(캄보디아) 씨엠립을 방문해 취재했습니다. 보도에 노재완 기자입니다.

관람객들이 찾지 않아 전시관 내부가 썰렁하다. RFA PHOTO/ 노재완
관람객들이 찾지 않아 전시관 내부가 썰렁하다. RFA PHOTO/ 노재완 Photo: RFA

캄보쟈 씨엠립은 세계적인 문화유적 앙코르와트가 있습니다. 그래서 연중 관광객들로 붐빕니다. 중국과 한국, 일본은 물론 멀리 미국과 유럽에서도 앙코르와트를 구경하기 위해 찾아옵니다. 기자가 찾은 지난 4월 22일에도 외국인들의 발길은 이어졌습니다.

씨엠립 한인회 사무국장: 이곳 앙코르와트는 연간 5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왔다 갑니다. 이 중 우리나라 국민이 약 40만명 이상이 오십니다. 가장 많이 오는 사람들은 역시 중국인들이죠.

앙코르와트 입장권 판매소는 사원에서 3㎞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원래는 사원에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지난해 박물관 건립과 함께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입장권 판매소와 박물관 앞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입장권 판매소 쪽에 있는 주차장에만 차량이 있을 뿐 박물관 쪽 주차장에는 텅 비어 있습니다.

현지 여행사 관계자: 멀리서 그냥 지나가니까 뭐 있는지도 모르고요. 손님들도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건물이 크니까 저 건물이 뭐냐고 물어보면 저희는 그냥 캄보디아 관공서라고 얘기하고 맙니다. 사실 갈 일도 없고 갈 생각도 없습니다.

박물관의 정식 명칭은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입니다. 박물관은 북한이 직접 투자해 건립한 것으로 지난 2011년 공사를 시작해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에 완공됐습니다. 북한이 해외에서 벌인 건설 사업으로는 현재까지 가장 큰 규모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씨엠립 한인회 사무국장: 공사 비용이 대략 2천400만 달러 정도 소요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4월 22일 아침, 현지 한국 교민과 함께 박물관에 들어가봤습니다. 박물관은 가운데 파노라마관을 중심으로 한 바뀌를 돌 수 있게 돼 있는데 기자는 관람 방향에 따라 오른쪽부터 구경했습니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쪽에 캄보쟈 전역의 유적을 살펴볼 수 있는 대형지도와 모형도가 보였습니다.

박물관 건립 당시 북한 예술가들이 작업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전시장에 걸려 있다. RFA PHOTO/ 노재완
박물관 건립 당시 북한 예술가들이 작업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전시장에 걸려 있다. RFA PHOTO/ 노재완 Photo: RFA

특히 모형도는 앙코르사원과 바이욘사원 등 주변 사원들을 정교하게 만들어 놓아 앙코르 유적의 지형과 위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앙코르 지역과 유적에 관한 사진 자료들도 함께 전시돼 있었는데 사진 한편에 당시 북한 예술가들이 작업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걸려 있었습니다.

기자: 박물관 개관일에 고위급 인사들이 좀 왔었나요?

강성진 (한국 교민, 가명): 그렇죠. 캄보디아 문화부 장관이 왔었고 씨엠립 관광청에서도 사람들이 꽤 왔었습니다. 반면 북한에서는 캄보디아 주재 대사관에서 왔지만, 평양에서 고위직이 왔다는 말은 못 들었습니다.

박물관에는 유화 작품도 많았습니다. 캄보쟈 사람들의 삶이나 자연환경을 소재로 담은 그림들이었습니다. 모두가 만수대창작사 예술인들이 만든 건데 그림마다 미화로 가격이 표시돼 있어 판매 목적으로 전시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박물관에 있는 그림과 각종 조형물 감상은 무료입니다. 하지만 파노라마관과 영화관은 별도의 매표소를 설치해 입장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자 박물관 직원은 갖고 있던 무전기로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한국어 안내를 위해 북한 직원을 불렀다고 박물관 직원은 설명해주었습니다.

박물관 직원: (무전기로 연락을 취한 뒤) 5분 정도 기다려주세요.

강성진 (한국 교민, 가명): 보니까 영어를 할 줄 아는 현지 캄보디아 사람들을 고용한 것 같고요. 물론 중요한 일은 북한 사람들이 하겠죠. 캄보디아 직원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면서...

일단 박물관 직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좁은 터널을 지나 낮은 계단을 오르자 엄청난 크기의 벽화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입체감 있게 그려 마치 12세기 앙코르 왕국에 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벽화 앞에는 인물이나 바위, 원두막 같은 조형물들을 별도로 세워 3차원의 현실로 보이게끔 했습니다.

잠시 후 북한 안내원이 와서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북한 안내원은 먼저 벽화의 규모부터 설명해주었습니다. 벽화 둘레는 120m, 천장까지 높이가 13m였습니다.

(북한 안내원: 벽화 내용에 관해서 상세히 설명함)

한 외국인이 박물관 직원의 안내를 받아 기념품 상점으로 가고 있다. RFA PHOTO/ 노재완
한 외국인이 박물관 직원의 안내를 받아 기념품 상점으로 가고 있다. RFA PHOTO/ 노재완 Photo: RFA

북한 안내원은 “평양에도 파노라마 박물관이 있다”며 “그 기술을 그대로 캄보쟈에 들여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앙코르 왕국을 고증 과정을 거쳐 재현했다”며 벽화를 그린 만수대창작사 예술인들에 대해서도 자랑했습니다.

북한 안내원: 63명의 화가 선생님들이 벽화 그리기에 앞서 여기서 준비 작업을 먼저 했습니다. 캄보쟈의 여러 곳을 다니면서 농촌생활, 전투장면, 사원 등 관련 자료를 모으고 검토했습니다. 그런 다음 실제 창작은 6개월에 걸쳐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영화관은 3차원 입체 안경을 쓰고 봐야 하는데 상영시간은 20분 정도로 짧았습니다. 앙코르 유적 건립 과정을 담은 영상이었습니다.

(영화관 현장음)

파노라마관의 경우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15달러, 캄보쟈 사람은 8달러를 내야 합니다. 영화관도 외국인 5달러, 현지인 3달러로 책정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관람객들이 없다 보니까 당시 박물관 측은 가격을 30% 할인해주었습니다. 30% 할인은 외국인에 해당되며 캄보쟈 사람들에게는 더 싸게 할인해주었습니다.

강성진(한국 교민, 가명): 지금 이 사람이 하는 얘기는 최근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3불30으로 가격을 내려주었다고 하네요.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 앞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흰색 승합차는 북한 직원들이 타고 다니는 차량이다. RFA PHOTO/ 노재완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 앞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흰색 승합차는 북한 직원들이 타고 다니는 차량이다. RFA PHOTO/ 노재완 Photo: RFA

기자가 찾은 이날 오전에도 박물관에 관람객은 거의 없었습니다. 한국 교민 1명을 포함해 외국인 2명이 전부였습니다. 외국인 2명도 박물관 내부만 잠시 구경하고 10분만에 바로 나갔습니다.

강성진 (한국 교민, 가명): 사람이 없다 보니까 아까 보신 것처럼 우리가 가니까 그때서야 에어컨을 틀어주잖아요. 캄보디아 직원들 월급 주기도 벅찰 정도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봅니다. 북한에서도 담당자들이 나와 일하고 있지만 그 친구들도 상황이 이런데 힘이 나겠습니까. 이 정도라면 개점휴업 상태에 있다고 봐야죠.

관심이 없기는 캄보쟈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에 대해서 아는 게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잘 모르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며 안다고 답한 사람들도 다녀온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캄보디아 사람들: 들어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앙코르와트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박물관을 세운 이유는 뭘까요? 북한은 시하누크 국왕과 김일성 주석과의 오랜 우정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명분이고 실제로는 외화벌이 차원에서 건립됐다고 대북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시하누크 친왕과 김일성 주석과의 친분 관계 때문에 만들었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이건 만수대창작사의 외화벌이 사업이거든요. 지금 북한의 외화부족을 메꾸는 일에 있어 만수대창작사가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아프리카 나라에서 동상과 선전화, 초상화, 박물관 등을 만들어 주면서 돈을 벌어 선전선동부를 통해 당중앙위원회 김정은의 비자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박물관의 운영 방식은 독특합니다. 북한이 박물관을 짓고 그 대가로 20년 간 운영권을 갖게 됐는데 처음 10년은 입장료 수입의 전부를 가져가고 나머지 10년은 캄보쟈와 반반 나눠 갖기로 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캄보디아 정부에 무상으로 기증하게 돼 있습니다.

장원표 씨엠립 한인회 사무국장: 20년 동안 무상 임대하고 이후에는 이 나라(캄보디아)에 환원하는 조건으로 북한이 박물관을 짓는 것을 승인받은 겁니다. 계획대로라면 박물관 수입 5불에 대해서 이 나라에 1~2불을 주고 북한은 나머지 3불 정도를 챙기려고 했습니다. 앙코르와트에 가는 인원에 곱하기 3불을 하면 엄청난 돈이 나오겠죠.

앙코르와트 입장료 20달러에 박물관 입장료 5달러를 더해 25달러를 일괄로 받으려고 했던 겁니다. 이를 위해 북한은 앙코르와트 매표소를 박물관 쪽으로 이전시켰습니다. 앙코르와트를 구경하기에 앞서 박물관을 먼저 방문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강성진 (한국 교민, 가명) : 앙코르와트를 찾는 관광객들이 연간 350만 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북한이 350만 명의 관광객을 다 잡으려고 했던 거죠. 캄보디아 장관과도 이런 논의가 이뤄졌지만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강력하게 항의하고, 또 앙코르와트 입장권과 패키지로 묶어서 박물관을 들어가게 하는 건 잘못됐다는 국제사회의 반대로 최종적으로 무산된 겁니다.

북한의 박물관 운영에 대해 국제인권단체 휴먼워치는 “세계적 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에 인권사각지대인 북한 자본의 투자를 허용하는 것은 캄보쟈의 전통에 먹칠을 하는 것이기에 관광객들은 절대로 북한 박물관을 방문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국제사회의 반대가 계속 커지자 캄보쟈도 입장을 바꿨습니다. 결국 건물 내부공사가 2014년 말 거의 마무리됐음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나 연기 끝에 작년 연말이 돼서야 간신히 완공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10년 안에 투자 원금을 회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조금이라도 더 회수하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더 비싸게 받아야 하지만 비싼 돈을 내고 볼 만큼 매력적이 못합니다. 캄보쟈 현지인들에게는 절반 가격으로 입장료를 낮췄지만 여전히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해외 북한 식당과 마찬가지로) 한국 사람들이 가지 않는 이상 박물관 운영도 정상화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현지 물가에 비해 입장료 가격도 무척 비싸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볼 때 북한이 10년 내 투자금을 회수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으로선 가격을 낮추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한국 사람들이 찾지 않는 한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외화벌이 방식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북한의 박물관 사업. 완공 6개월여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갈수록 적자 운영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지속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재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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