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70억 지구촌 대축제로 펼쳐진 제30회 런던올림픽이 한반도 시간으로 13일 새벽 화려한 폐막식과 함께 막을 내렸습니다. 17일 동안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2012런던올림픽을 김진국 기자와 함께 돌아봅니다.
( 앵커) 북한이 20년만에 최고 성적을 올렸죠?
(기자)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북한 대표팀이 금메달 4개와 동메달 2개로 금메달 우선 순위 집계로 종합성적 20위를 차지했습니다. 금메달 4개에 동메달 5개를 획득했던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20년 만에 최고 성적입니다. 여자유도에서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16년만에 금메달을 획득했고, 이후 역도에서 3일 연속 금메달을 들어 올리며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역도와 유도를 제외한 종목에서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북한이 이번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경기는 11종목입니다. 여자축구는 조 예선에서 프랑스와 미국에 패해 선수들이 대회개막 일주일 만에 짐을 싸고 북한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양궁, 사격, 물에뛰여들기에도 메달 기대를 걸었지만 실력 격차가 더 벌어진 현실을 확인했고, 중국의 아성에 도전해보겠다던 탁구도 1차전, 2차전에서 한계를 드러내면서 8강 이상도 가 보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반대로 기량의 차이가 더 벌어진 종목도 있었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앵커) 북한주민이 올림픽을 시청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고요?
(기자) 북한이 이번 런던 올림픽 기간 동안 이례적으로 하루에 다섯 시간씩 올림픽 경기를 녹화 방송하고 특히 평양역 앞 광장의 대형전광판을 통해 올림픽을 중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런던 올림픽을 김정은 체제선전을 위한 계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선군조선의 기상을 세계에 떨친 체육인들을 열렬히 축하한다"며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당의 품속에서 자라 최고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선전했습니다.
중국의 CCTV는 평양역 광장에 모여 앉아 올림픽 경기를 함께 시청하는 평양시민의 모습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일명 거리응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림픽의 도시 런던도 시민들이 평소 가장 많이 찾는 공원인 하이드공원에 대형 텔레비전들을 설치해 올림픽 경기를 함께 시청하도록 했습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국가적인 관심의 운동 경기를 관람하는 새로운 응원 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모습을 평양에서도 볼 수 있었다고 해서 주목됐습니다. 전세계적인 응원문화로 완전히 자리잡은 거리응원의 원조는 한국입니다. 10년 전인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주최했던 한국에서 수 만 명의 한국인들이 광장이나 거리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응원하는 모습이 시초입니다. 이후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주최하는 나라나 도시는 경기장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 경기를 관람하며 응원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간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다음 올림픽이나 월드컵에는 새로운 한국식 시청법이 북한에도 전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앵커) 어떤 것인가요?
(기자) 올림픽 기간 중 한국에 자주 방영된 광고를 먼저 소개해 드리면요, 한 방송인이 한국의 유명한 여가수들에 “이번 올림픽을 어떻게 보십니까?”라고 질문하자, 여가수들이 “3D로 봅니다”라고 대답하는 광고가 있습니다. 3D 방송은 가깝고 먼 장면을 TV를 통해서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입니다. 한국의 또 다른 올림픽 시청방법은 손전화기로 경기를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인터넷을 쓰는 한국 국민 열 명 중 일곱 명 꼴로 손전화로 올림픽 경기를 봤다고 합니다. 제가 런던에서 올림픽을 취재했지만 런던에서 손전화로 경기를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환경이 한국보다 뒤쳐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다음 올림픽이나 월드컵 대회 때는 손전화로 경기를 보는 모습이 다른 나라로 확산되고 북한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앵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특히 북한과 관련한 사건과 사고가 많았죠?
(기자) 올림픽 개막전부터 북한이 화제였습니다. 개막식 이틀 전에 열린 북한과 콜롬비아의 여자 축구 경기 때 북한 선수를 인공기 대신 태극기와 함께 소개하는 실수가 있었습니다. 국기가 잘못 표기된 데 불만을 품은 북한이 한때 경기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대회조직위원회는 북한 대표팀과 올림픽위원회에 공식 사과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호주 신문이 북한을 '버릇없는 코리아(Naughty Korea)'로 표기한 데 북한 정부가 강하게 비난한 사건도 화제였습니다. 호주의 MX라는 무료로 나눠주는 신문은 지난 1일자 런던올림픽 메달순위표에 당시 나란히 4-5위를 달리던 한국과 북한을 착한 한국의 'Nice Korea'와 버릇없는 이라는 뜻의 'Naughty Korea'로 각각 표기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일주일 정도 지난 7일에 용서받을 수 없는 불량배 짓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논란이 국제 문제로 비화하자 해당 신문은 순위표에 남북한이 나란히 있어서 서양인의 시각으로 두 나라를 재밌게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북한의 금메달 수상자의 한결 같은 수상 소감도 언론에 자주 소개됐습니다. 북한의 메달 수상자들이 매번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지도자 동지 덕분이라는 답을 반복했습니다. 하도 같은 말만 반복하니 한국말을 모르는 외국 기자들도 수상 소감이 영어로 번역되기도 전에 김정은 이라는 단어를 알아듣고 “또 그 얘기구나” 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북한은 금메달 하나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세계 20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습니다. 역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의 나이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라는 면에도 앞으로 큰 대회에서의 전망도 밝은 편입니다. 북한은 런던올림픽에서 언론에는 자주 등장하며 주목 받았지만, 실제로 북한 선수들을 직접 만나기는 어려웠습니다. 경기 직후 언론과 인터뷰를 하도록 만들어진 공간이 있지만 북한 선수들은 잰 걸음으로 사라져 버리기 일수였습니다. 선수뿐만 아니라 북한선수단의 언론담당자도 접촉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이번 대회 출전한 205개 참가국 중 북한만 올림픽위원회에 언론담당자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화해와 평화의 장인 올림픽에 북한만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다음 올림픽은 4년 후인 2016년 브라질의 리우에서 열립니다. 북한의 더 나은 성적과 함께 세계인과 함께하는 북한을 기대해 봅니다.
(앵커) 지난 몇 주 동안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의 활약상을 취재한 김진국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