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기도회’가 21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렸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기도가 북한까지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우리가 잊고 있는 동안 죽어가고 오늘도 근심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이 미사에 초대합니다. 고통 받는 30만의 탈북자들도 이 기도의 제단 속에서...”

매달 셋째 주 목요일,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 홀에서는 북한 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기도회가 지난 10월부터 열리고 있습니다. 탈북자나 북한 인권 운동가들을 초청해 북한의 인권 실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미사를 통해 북한의 인권 개선과 북한 주민들의 안녕을 기도합니다.
특히 이날은 북한인권운동가 김상헌 씨가 나와, 최근 공개된 북한의 공개총살 동영상을 상영하고 자신이 그 동안 직접 조사해 온 북한 인권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김상헌 씨는 탈북자들이 증언하는 공개 총살 장면 또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 특히 종교인에게 대한 탄압을 전했습니다.
“우리가 종교를 믿는 사람으로서 이 같은 북한 실태를 알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 잘 생각해 봐야합니다.”
미사는 약 한 시간이 넘게 진행됐고 미사 후 참가자들을 건물 밖으로 나가 명동성당 주변을 돌면서 북한 인권 개선을 비는 묵주 기도를 행했습니다. 묵주 기도라는 것은 묵주 - 줄에 구슬을 꿰어 만든 긴 목걸이 같은 것인데 - 이것을 손에 쥐고 성모 마리아 상을 돌며 기도를 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날 기도회에 참가한 신자들은 모두 자신들의 기도가 북한 주민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이제 개인으로 한 사람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기도라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것입니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이날 미사와 묵주 기도에 끝까지 참여했던 63세 이태병 할아버지는 북한에 가족을 다 두고 내려온 실향민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생사 모르구요, 동생 둘도 이북에 있구요. 그래서 나는 정말 통일될 때까지 여기 열심히 나올꺼요.”
매달 기도회에 참가한다는 이태병 할아버지는 기도할 때마다 북한에 있는 가족을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 하느님, 꿈에서라고 생사를 좀 알 수 있게 해달라고... 아까 그림도 보여주셨잖아요? 사람 막 찔리고 총 쏘고. 그런 것 볼 때마다 혹시 저런 것에 말려들지 않았을까 걱정도 되구요.”
이날 미사를 집전한 마천동 성당의 이종명 신부는 그 동안 북한 인권에 대해 침묵하던 남한의 가톨릭에서 이 같은 행사를 준비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저쪽 상황이 안 좋습니다. 이제는 기도할 때가 됐다 이렇게 느끼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 가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신부는 이 같은 기도회가 북한의 현실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지만 기도를 통해 남한의 신자들이 북한 동포를 도울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한 가톨릭의 이 같은 움직임을 환영 할만 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자신들이 북녘 동포들에게 힘내라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우리 함께 행복해지자, 이런 표현입니다. 기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가 준비가 됐으면 바로 가서 도와 줄 수 있는 거잖아요.”
특히, 이날 기도회에서 참가자들은 새로운 교황이 분단 국가였던 독일 출신이라는 점에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북한인권기도회를 주도하고 있는 김형욱 전 국회의원은 교황 베네틱토 16세가 마지막 남은 분단국인 한반도의 평화에 큰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했습니다.
“이제 국제무대에서 북한인권과 탈북자 인권문제, 민주화 문제를 함께 얘기해 이루도록 노력하실 것을 믿습니다.”
또 김 전 의원은 앞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기도해 북한 인권에 대한 우려가 가톨릭교회와 남한 사회에 널리 확산되기를 바랐습니다.
서울-이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