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북한의 개성공단 정책 Q/A]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을 차단한 지 4일 만에 통행을 다시 허용하기는 했습니다만,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이 많습니다. 박성우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서울-박성우 xallsl@rfa.org
2009.03.17
진행자: 박성우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먼저, 지난 나흘 동안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마음고생이 심했겠어요.

박성우: 네, 아무래도 그렇지요. 생계가 달린 문제니까요. 제일 큰 문제는 원자재와 부자재를 계속 개성공단에 조달해야 했는데, 그게 불가능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17일 통행이 허용되자마자 각 기업은 최소한 1주일 치 정도의 자재를 개성공단에 보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또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임원 10여 명이 개성공단을 찾았습니다. 이런 일이 재발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문창섭 회장입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문창섭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 개성공단 사업을 맡은 북한 지도총국이 있습니다. 총국 당국자들과 만나서 기업의 사항을 충분히 전달하고 기업이 이렇게 원․부자재가 공급이 안 된 상황에서 기업은 재기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전달할 계획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문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지난 9일, 북한은 한미 ‘키 리졸브’ 연합 훈련이 시작되는 것과 때를 춰서 남북 간 군 통신선을 끊으면서 개성공단 출입을 차단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하루 만에 정상화했거든요. 하지만, 13일부터 설명도 없이 왕래를 다시 막았다가 16일에는 개성공단에서 서울로 가는 길만 열었습니다. 하루 뒤인 17일에는 북으로 가는 길과, 남으로 오는 길을 모두 열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왜 이러는 걸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나요?

박성우: 네, 표면적인 이유는 키 리졸브 훈련입니다만, 내면을 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이 내놓는 한결같은 말입니다. 처음엔 북한 내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혼선이 좀 있었던 걸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였습니다. 그러니까, 한미 군사훈련을 겨냥해서 군부가 통행 차단 결정을 내렸는데, 이게 북측 총국(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하부 단위와 손발이 맞지 않아서 9일에는 막았다가, 한국 사람들이 사실상 억류되는 결과가 나오니까 남측 여론을 의식해서 하루 만에 열게 된 걸로 보인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루를 지나고 보니까 북측으로서도 전략적으로 개성공단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법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걸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개성공단 내 남측 근로자들의 이동을 제한함으로써 남한 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입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김광인: 남한 내 국론을 분열시켜서, 예를 들면 옛날 교류협력을 강조하던 사람들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그거 봐라, 남한이 대북 정책을 잘못해서 이런 남북 간 경색이 나오지 않느냐’는 분위기를 유도해서, 그들에게 힘을 실어 주려는 의도도 있지요.

진행자: 북한이 결국은 남측의 여론을 주시하고 있다고 봐야겠군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한국 국민의 북한에 대한 여론이 적대적으로 바뀌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작년에 금강산에서 발생한 한국인 관광객이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이었습니다. 이후로 북한은 계속해서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을 밟고 있는데요. 그런 노력의 하나로 북한은 남한 내에서 북한을 지지하는 세력의 힘을 키워주고자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북한이 개성공단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도 남측의 북한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아닌가요?

박성우: 맞습니다. 그게 바로 북한이 남측 근로자들을 개성공단에 장기간 억류하지 못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각으로 이번 개성공단 사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개성공단을 미끼 삼아서 남한 내 갈등을 유도하고 한국 정부를 힘들게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요.

또, 북한의 군부를 위시한 지도층은 개성공단을 경제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말해 체제 보위가 북측 지도층의 최대 목적이기 때문에, 북한이 직접 개성공단을 폐쇄하지는 않겠지만, 한국 정부가 나서서 개성공단에서 기업들이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건 최악의 경우인 것 같은데요.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을 바꿔 주길 바라는 게 근본적인 이유라는 분석도 있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김광인 소장의 말을 좀 더 들어보시죠.

김광인: 명분은 키 리졸브 훈련입니다만, 사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북한의 의사 표시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과거처럼 자기들이 하고 싶은 걸 하고, 또 자기 의지를 그대로 대남 정책에 관철하겠다는 시위를 한 번 한 것 같습니다.

박성우: 정리를 하자면, 키 리졸브 훈련 기간에 북한 군부는 남북 간 군 통신선을 차단하고 개성공단 통행을 가로막음으로써 개성공단의 발전은 군부의 협조 없이는 어렵다는 걸 보여주고, 더불어서 북한은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을 선회하지 않는 이상 남북관계 발전은 힘들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한이 이렇게 개성공단 통행을 허용했다가 차단했다가 하는 행동이 언제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까?

박성우: 형식 논리상으로 따지자면 북한이 키 리졸브 훈련을 이유로 군 통신선을 차단하고 개성공단 입․출경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키 리졸브 훈련이 끝나면 북측의 이번 조치도 끝나지 않겠나, 이렇게 전망할 수 있습니다. 키 리졸브 훈련이 20일에 끝나거든요. 때를 맞춰서 21일부터는 한국에 있는 대북 지원 단체들이 대거 방북 길에 오를 예정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동해안에서 발사하기 전까지는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양무진: 일단 북측이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에서 ‘키 리졸브’ 기간에 군 통신선 차단과 엄격한 통행 제한을 하겠다고 했으니까, 그때까지 가 봐야겠고. 그러나 북한이 어차피 남측에 대한 압박을 통해서 대북정책을 전환하겠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북측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4월 초 중순까지는 지속적으로 폈다가 오므렸다 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다음 달 들어서도 북한이 계속 개성공단 통행을 막았다 열었다 하게 되면 한국 국민의 여론은 어떻게 될까. 이것도 관심사 중 하나인데요. 마지막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하나 말씀드릴게요. 통일부가 의뢰해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6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인데요.

한국 국민의 72.2%는 개성공단 출입을 불허한 문제의 책임 소재를 묻는 말에 ‘아무런 설명 없이 민간 기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통행을 차단한 북한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15.3%는 ‘키 리졸브 훈련에 참여해 북한을 자극한 한국 정부의 책임’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책임의 경중을 따질 수 없이 양측이 모두 잘못했다’는 응답은 6%였습니다.

북한과 관련한 최대 현안에 대해서 한국 내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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