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8번째 순서로 남북관계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두했던 삐라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왜 북한이 삐라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과연 삐라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정영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MC:
안녕하세요?
기자:
예, 안녕하십니까.
MC:
올해 대북삐라 문제가 남북관계에서 아주 큰 변수로 떠올랐는데, 우선 삐라를 북한에 보내고 있는 단체들은 어떤 단체들입니까.
기자:
네, 삐라를 풍선에 넣어 보내고 있는 단체들은 자유북한운동연합, 기독북한인연합, 탈북인총연합을 비롯한 탈북자 단체들입니다.
여기에 북한에 납치된 사람들의 송환을 요구하는 '납북자가족모임'이 있습니다.
MC:
북한군이 개성공단 폐쇄까지 거론하며? 삐라 살포의 중단을 요구했는데, 사실 삐라가 북한에 그렇게 위협적인가요?
기자:
예, 특히 10월에 이명박 정부 들어 거의 중단되었던 남북군사회담이 북한의 제의로 열렸습니다.
회담에서 북한군은 삐라 살포를 중단 하지 않으면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후,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거쳐 북한 국방위원회 김영철 정책실장이 개성공단을 둘러보면서 중단할 듯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북한 군부가 직접 나서 삐라 살포의 중단을 독촉하는 것은 두 가지로 분석됩니다.
하나는 북한 주민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삐라 내용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냉각된 남북관계의 원인이 삐라에 있다는 것을 남한사회에 확산시켜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남북대화를 중단한 책임을 남한에 넘겨씌우는데 있다는 것입니다.
MC:
북한 주민이 알아서는 안 되는 내용이라고요. 그러면 삐라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습니까?
기자:
우선 김정일 위원장의 사생활 문제가 적혀있습니다. 삐라에는 김정일의 숨겨진 9명의 여성들과 그 가계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결혼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김정일이 9명의 여성들을 동거인 또는 첩으로 두었다는 사실입니다.
이게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지면 “한없이 자애롭고 위대한 영도자”로 추앙하던 지도자가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불결한 사람이라는 실체가 드러나기 때문에 북한 군부가 직접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최근 지난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김정일의 근황을 소개하는 글도 들어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지금까지 주민들의 눈과 귀, 입을 막아 놓았던 북한의 철의 장막을 벗겨내고 있습니다.
MC:
그렇군요. 그럼 삐라가 진짜 살포되는 지역 같은 곳이 파악된 것이 있습니까? 바람에 날려 보낸다면 다른 쪽으로 갈 수도 있지 않는가요?
기자:
대북전단지 단체들은 대체로 강원도 철원군, 김화군, 그리고 경기도 파주군 일대의 군사분계선상에서 삐라를 보내고 있습니다.
백령도와 가까운 서해 해상에서도 북한을 향해 날려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뿌려진 삐라들은 휴전선을 넘어 북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자유아시아방송과 전화통화를 한 중국내 대북소식통은 삐라가 황해도 일대 인민군 4군단 지역의 농촌과 야산에 하얗게 뿌려졌다고 합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바닷가 쪽으로 많이 떨어진다고 하네요. 장연이든가 용연 삐라 때문에 완전히 난리가 났대요. 거기는 군대들도 아침에 기상해서는 새벽에 아침운동으로 그걸 줍는다고 하네요. 식량 단속을 하는 사람들도 식량 단속보다는 삐라에 더 눈을 밝히고...”
MC:
그러면 그 삐라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현재 이 지역의 협동농장 밭, 야산에 떨어진 비닐(플라스틱)봉지로 된 삐라들은 여기 저기 바람에 펄럭거리고 있어 어린 아이들도 손쉽게 주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삐라의 사명은 줍는 사람의 손이 닿는 순간 끝납니다. 삐라를 본 군인들은 지금까지 김정일을 위해 총폭탄이 되라고 강요당했는데, 도덕적으로 타락한 지도자의 실체를 안 다음에는 ‘왜 내가 이런 사람을 위해 죽겠는가.’는 배신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삐라를 소각하는 일을 맡은 시군 보위부 지도원들도 삐라의 내용을 훑어보고야 불속에 집어넣고 있습니다. 그들도 지금까지 신으로만 생각해오던 김정일의 사생활을 알고는 경악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어떤 보위원들은 삐라를 쌌던 비닐이 너무 좋아 월동용 창문막이로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청소년들이 삐라를 보위부에 바쳤는데, 지금은 주머니에 넣어 집에 가지고 가서 보고 있습니다.
MC:
그쯤 되면 북한 당국도 삐라에 대해 강하게 통제할 듯싶은데요?
기자:
북한 군부는 군부대 주둔지역에 떨어진 삐라를 군대들이 줍도록 명령했고, 황해남도 안전보위부도 '삐라와의 전쟁'을 시작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은 삐라를 발견하는 즉시 보위부와 보안서에 바치도록 주민들에게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주민들에게 삐라를 직접 줍지 말고 보위부나 보안서 등에 떨어진 장소를 신고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삐라를 줍는 과정에 주민들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위원들은 정보원들의 수를 배로 늘려 주민들 속에 침투시켜 삐라와 관련된 주민동향과 단서를 잡고 있고, 삐라를 보관하거나 삐라를 읽어 본 주민들에 대한 형벌도 한층 가혹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황해도 일대에서는 삐라를 본 이야기를 술자리에서 했던 농민이 보위부에 끌려가 취조를 받고 8년 노동 교화형에 처해졌다고 그곳 현지인들이 밝혔습니다.
MC:
삐라를 보내는 데는 여러 가지 기술도 필요할 텐데, 바람 방향도 잘 타산해야 하고요.
기자:
네, 삐라는 길이 10m이상 되는 원통풍선에 수소를 주입하고 그것을 바람 방향에 맞춰 띄워 보냅니다.
탈북자 단체들이 삐라를 처음 보내기 시작한 2003년에는 상점에서 파는 고무풍선에 성경구절을 매달아 한 장씩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차츰 삐라를 대형으로 보내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지금은 한 번에 수십만 장씩 보내고 있습니다.
이민복 ‘기독북한인연합’ 대표는 삐라를 매단 풍선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 터지도록 하는 타이머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민복 대표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연구하기 시작했죠, 돈 없이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 그렇게 연구한 것이 화학식 대형풍선을 개발하기 시작됐어요.”
이렇게 된 풍선에 바람방향과 속도 등을 계산해 타이머를 장치하면 자기가 원하는 지역에 삐라를 살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MC:
삐라를 제작하는 비용은 어떻게 해결합니까? 한국 정부에서도 삐라 살포의 중단을 요구하는데 지원할 리 만무할 거고요.
기자:
네, 대북전단을 날리는 단체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남한 시민들이 보내는 후원금으로 삐라를 날리고 있습니다.
이민복 대표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예, 그것이 원가를 많이 절약해가지고, 대형풍선을 하나에 12만 원 정도 합니다. 그것이 백령도에 가면 24만 원 정도 필요하고요.”
대형 풍선을 날리는데 한해에 3천만 원 정도 필요하다고 이민복 대표는 말합니다.
이 단체들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 정부가 북한에 일 년에 약 2천억 가량의 대북지원물자를 보냈는데, 자기들은 그 돈의 몇 백분에 일만 주어도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MC:
대북 삐라 때문에 한국 정부도 난색을 표시하고 남한 내부에서도 갈등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기자:
네, 삐라 문제는 남북관계뿐아니라, 남한 내부에서도 상당한 갈등을 빚었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중단하겠다고 하자, 한국 정부는 삐라 살포를 자제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한편 민주당은 자유북한운동연합을 ‘매국단체’라고 비난해 탈북자들과 보수단체들이 민주당 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보수단체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매국단쳅니다. 매국단체. 3개월 동안 삐라 살포를 잠정 중단하겠다던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계속 삐라를 뿌리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일부 친북단체들은 현장에서 삐라 살포를 육탄으로 저지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2월 1일 경기도 파주군 일대에서 삐라를 날리려던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친북단체 회원 50여명과 충돌했고, 그 과정에 박상학 씨는 가스총을 발사하는 마찰을 빚었습니다.
어떤 친북단체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보내는 삐라 내용이 거짓이라는 것을 반박하는 내용의 삐라도 같이 보내겠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MC:
상당한 마찰을 빚었군요. 그러면 삐라 살포가 남북간 상호비방을 중단할 데 대한 합의에 어긋나는 것입니까?
기자:
네, 남과 북은 2003년에 상호비방을 중단하기로 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 배치되었던 체제선전용 방송 장비들을 철거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탈북자 단체들은 국민의 선거로 뽑은 대통령을 욕하는 행동을 하는 북한도 남북상호비방중단 합의를 어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MC:
향후 대북 전단 활동을 어떻게 전망할 수 있습니까.
기자:
삐라를 날리는 탈북자들은 이미 북한에서 남한 삐라를 받아보고 생각을 바꾼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북한주민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남한의 입장에서 보면 좀 구차한 방법이지만, 삐라가 아주 실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삐라 살포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MC:
네, 정영 기자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기자: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RFA 10대뉴스' 오늘은 여덟 번째 시간으로, 올 한해 뜨거운 쟁점이 되었던 대북 삐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