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자들을 돕다 중국 공안에 체포돼 2년 5개월 동안 구금돼 있던 최봉일 목사가 석방돼 남한에 도착했습니다. 23일 저녁 중국 옌지(延吉)발 대한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최봉일 목사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그동안 자신의 석방을 위해 애써준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탈북자들을 돕다 2002년 4월 중국공안에 체포된 뒤 2년 6개월의 최종판결을 받고 옌지 간수소에 수감됐던 최봉일 목사가 예정보다 20일 일찍 석방돼 23일 가족과 친지들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최봉일 목사는 17일 석방허가를 받았지만 그동안 계속 구금상태에 있으면서 수감생활 중 돌아가신 아버님 성묘도 해야 한다며 당국에 선처를 요구했었던 것이 조금 빨리 나올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주문을 좀 했습니다. 17일 석방증을 받았는데 제가 주문하기를 추석 전에는 꼭 가야한다고 그랬습니다. 노모님이 계시고 제가 복역 중에 아버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성묘도 해야 되고 어머님도 뵈야 한다고 주문을 했었습니다.)
최 목사가 2년5개월가량을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남편의 석방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부인 오갑순씨는 그동안 어렵사리 면회를 가면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자신을 위로했다면서 남편이 평소에도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잘 내색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했습니다. 오갑순씨는 최 목사가 또다시 탈북자들을 돕는 일에 다시 나선다고 해도 여전히 남편 일을 돕겠느냐고 물음에 최 목사의 뜻이라면 언제라도 도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죠, 당신이 마음을 갖고 뜻을 모아서 하시면 함께 하죠."
이날 환영모임을 주선한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사무총장은 무엇보다도 추석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돼 기쁜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2년 6개월 받은 형기 중에 거의 형기를 다 마치시고 나온 형식이 되지만 그래도 하루빨리 가족의 품에 돌아오게 돼 기쁘고요, 그리고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을 가족과 함께 지내게 돼 그 부분이 저희들이 참 기쁜 마음입니다.”
도희윤 사무총장은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구금돼 풀려나지 못하고 있는 탈북지원 운동가들을 위해 남한정부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정확한 숫자는 안 나오지만 다섯 분 정도가 아직까지 구금 중에 있으니까 우리 정부가 좀 더 노력을 해서 이분들이 하루속히 가족들 품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것이 저희들 바램이구요 저희들도 그렇게 노력할 겁니다.”
최봉일 목사는 그러나 아직 풀려나지 못한 분들의 빠른 석방을 기원하면서 특히 역시 탈북자 지원활동을 하다 중국당국에 구금돼 있는 정기봉 선교사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정기봉씨는 바로 옆 칸에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두 번 씩 만나 얘기도 했는데 아마 정기봉씨는 판결과 동시에 추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봉일 목사는 앞으로 5년 동안 중국입국이 금지 돼 있지만 탈북자들을 돕는 또 다른 길이 있을 거라며 남은 여생을 조국과 조국의 평화통일에 바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한편 최 목사와 비슷한 시기에 체포돼 역시 수감생활을 하다 지난 7월 석방돼 남한에 돌아온 김희태 전도사는 최 목사보다 먼저 나온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면서 최 목사의 석방을 크게 반겼습니다. 그러나 김 전도사는 아직도 중국당국이 탈북자에 대해 강경한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당국이 아직도 탈북자에 대해 강경한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구요, 아직 풀려나지 않은 탈북자들이 조속히 석방되길 바랍니다.”
김기태 전도사는 현재 자신이 중국 감옥에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 중국 당국이 배상을 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는 무죄석방으로 죄가 없는 상태에서 구속을 받은 것이기에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중국 형법에서도 충분히 보상이 가능한 것이구요. 다만 액수의 문제인데, 상징적인 의미에서 아예 1원을 청구하거나 엄청난 액수를 걸든지 해서 할 겁니다.”
현재 중국당국에는 2003년 중국 산동성 옌타이에서 배편으로 탈출하려던 탈북자들을 돕다 체포돼 수감 중인 최영훈씨, 정기봉 선교사 등이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자신의 신분노출을 꺼리는 경우도 있어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이장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