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통신] 연평도 주민들, 올해 꽃게잡이 벌써 걱정

안녕하세요? 서울통신의 이수경입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30일 남북기본합의서와 부속문서에 명시한 서해 북방 한계선(NLL)을 무효화 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이에 따라 서해안에서 남북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이수경 xallsl@rfa.org
2009.01.29
이런 가운데 서해 북방 한계선 인근 해역인 연평도에 사는 주민들은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보다 이로 말미암아 꽃게잡이가 중단되는 것이 더 걱정이라고 말합니다.

연평도는 황해도 해주시 간동마을과 불과 12km 떨어진 섬으로 날씨가 좋을 때는 북한 땅이 훤히 보일 정도로 서해 최북단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연평도 인근 해역은 꽃게가 많이 잡히는 서해 최대의 어장으로 유명하지만 서해 북방 한계선과 맞닿아 있어 지난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 제1연평해전이 일어난 것을 비롯해 남북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있는 한반도의 화약고로도 알려졌습니다.

30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서해 북방 한계선을 무효화 한다고 선언하면서 다시 연평도 인근 해역을 둘러싼 남북 간의 긴장상태는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남한군 당국은 서해와 동해의 북방 한계선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남북 간의 우발사태에 대비해 대북 감시 체제를 강화하고 관련 조치들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외딴섬에서 짧게는 수년 동안, 길게는 평생을 살면서 북한의 잦은 도발을 경험했던 연평도 주민들에게 남북 간의 긴장 상태는 더는 우려의 대상이 아닙니다. 연평 면사무소 관계자는 북한의 강경 발언이 터져 나올 때마다 군과 경찰이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언론들의 관심은 커지지만 정작 섬 주민들의 겨울 나기 일상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합니다.

“군부대는 경계 태세 훈련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은 평상시와 차이가 없습니다. 연평도 주민들에게 피부로 닿는 것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못 느낍니다. 아직 꽃게잡이를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섬 주민 노수진 씨도 주변에 사는 이웃들 가운데 북한 측의 서해 북방 한계선 무효 주장에 대해 걱정하는 이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육지에 사는 친척들이 전화를 걸어오는 등 타지 사람들이 더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서 사는 사람들은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배 타는 사람들은 먼바다에 못 나가서 그렇지 여기 사는 주민들은 생활에 아무 불편함이 없습니다.”

꽃게잡이 배 한 척을 운영한다는 연평도 어민 박 씨는 20년 넘게 꽃게를 잡아 온 바다인데 이제 와서 북한 측 해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하고 신경 쓰지 않고 조업을 계속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연평도 어업 하시는 분들의 오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우리는 북한에서 너무 자주 그런 소리를 하니까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늘 하는 얘기잖아요. 남북관계만 안 좋으면 위협하는 곳이 꼭 서해 5도이더라구요. 진짜 우리 연평도 주민들은 악조건 속에서 조업하는 사람들입니다.

박씨는 연평도 어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남북 간의 긴장상황이나 교전보다도 이로 말미암은 입•출항 금지와 조업 중단이라고 전합니다. 특히 3월부터 시작될 꽃게잡이 철에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박씨 자신도 지난 2002년 제1연평해전이 났을 때 한동안 입•출항이 금지돼 먹고 살기 막막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 수입해 먹는 세상에서 우리는 긴장이 자꾸 되면서 조금만 상황이 안 좋으면 조업 통제를 하니까 먹고 살기 진짜 힘듭니다. (아직은 정상적으로 조업할 수 있나요?) 지금은 고기가 없어서 안 잡는데 앞으로 북한에서 자꾸 경비정 내려 보내고 떠들고 그러면 우리가 조업 통보받는 데 영향이 있지요.”

연평도 어민 박씨는 특히 남북 간의 긴장 상황을 틈타 중국 어선들만 이익을 볼 수도 있다며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어민들은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기름이 없어서 배를 못 띄우고 꽃게 잡는 어구도 없어서 못 잡으니까 중국 어선에 입어료를 주고 꽃게를 잡으라고 하더라고요. 중국 어선들이 와서 불법 어업으로 다 잡고 우리는 조업 질서를 지키면서 산란기 지키고 금어 기간 다 지키면서 잡는데 중국 어선은 그런 관념이 없습니다.”

인천 해양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특이한 동향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민들에 대한 조업제한이나 입•출항 금지 조치도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연평도 해역에서 남북 간의 세 번째 해상 교전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평소보다 경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동요는 크지 않다며 비교적 차분한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