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 남한살이] 편리하고 자동화된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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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현주 xallsl@rfa.org

남쪽에서 그야말로 알뜰살뜰 잘 살려면 가까이 해야 할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은행인데요... 여러분들이 알고 계시는 은행과 남쪽의 은행은 차이가 많습니다. 자본주의 남쪽의 은행은 어떻게 운영되고 남쪽 사람들은 이 은행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요? 오늘 <알뜰살뜰 남한살이>는 은행에 대해 알아봅니다. 탈북자 김태산씨와 이현주 기자가 목동에 있는 한 은행에 다녀왔습니다.

아침 일찍, 은행에 가는 김태산 선생을 한번 동행해 봤습니다. 은행이 가깝네요..사업장에서 가까워서 이 은행 다니시나봐요? "네, 다른 곳에 다니다가 가까운 데로 옮겼어요. 요즘."

김 선생은 오늘 사용할 현금을 은행 통장에서 좀 뽑기로 했습니다. 한국 돈으로 5만원 미화로 약 50불 정도 되는 금액을 뽑는데 1분이 채 안걸리데요... 저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 기계는 ‘현금 자동 입출금기’ 라는 것입니다. 전산망을 통해 은행원을 통하지 않고도 현금을 자동으로 뽑거나 입금할 수 있게 만든 기계인데요….이런 기계 덕분에 은행원을 만날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도 간단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은행 업무 다 보신 건가요? “네”

창구 업무는 돈을 저축하려거나, 재산을 굴려보는 상품 사거나 해외로 돈을 송금을 한다던가 뭐 이럴때 저쪽 안으로 가서 은행원들과 상담을 하게 되는데 그 외에는 은행에 찾아가도 기계로 다 하기 때문에 특별하게 은행 업무원들을 만날 필요가 없습니다. 참 예전엔 줄 서서 기다리면 불편하고 했는데 요즘은 카드 한 장이면 모든 게 해결되죠.

“자본주의 남쪽과 사회주의 북쪽, 은행의 모습은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요... 은행이 다루는 고유 업무 자체는 양쪽이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은행의 체제와 은행을 이용하는 법은 다릅니다. 북한은 은행이 여러가지 업무 한꺼번에 못하지만 남쪽은 어떤 거래나 할 수 있는 종합체라고 할 수 있죠. 효율적입니다.”

김 선생 설명처럼 북한은 중앙은행 아래에 전문 은행들을 두고 중앙에서 모든 은행을 관리하는데 비해, 남쪽은 중앙은행과 그 아래 상업 은행들이 분리돼 있습니다. 남쪽에 있는 은행들은 대부분은 국가 소유가 아닌 민간 운영이고 은행은 기업소나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열려있습니다. 그렇다면 남쪽에서 개인들은 어떻게 은행을 이용할까요? 김 선생 은행은 자주 가십니까? “한 주일에 세 번 정도 갑니다.”

사업 때문에 자주 가시는 건가? “은행에 안 가고도 집에서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예전엔 2일에 한번 꼴로 갔는데 이젠 뭐 집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있어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은행에선 보통 어떤 업무? “카드로 결제된 영수증을 은행에서 처리 받는 것 기본 업무, 대방에서 들어온 돈을 정리해서 모은다거나... 또 돈을 뽑기도 하고요.”

사업에선 그런 업무고…또 가정생활에도 은행 업무가 많다고 하셨는데, 가정생활에서 보는 은행 업무는? “물론 뭐 가정생활 그 자체가 돈으로 시작되고 돈으로 끝나잖아요. 돈이 들어오면 가정에 건사하는 것이 아니고 모두 은행에 맡겨 놓으니까 그래서 할 수 없이 은행을 찾는 겁니다. 돈을 꺼내서 장마당도 가고 그렇죠. 쓸 만치 뽑아 들고 다니고 나머지는 은행에 넣어 놓는 거죠.”

공과금 같은 것도 내시죠? “공과금 내는 것도 간단하죠. 뭐든지 인터넷으로 은행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게 하니까 시끄럽게 내가 은행을 찾지 않아도 되지만 간혹 이제 자동차세 같은 건 자동이체가 안 되도 별도로 나오는데 그 때는 은행을 찾아야... 그 전에는 은행 업무원들과 얘기해서 돈을 찾아서 내곤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발전하다 보니까 공과금을 내는 기계를 만들어서 그것으로 하면 됩니다.”

저도 한 달 치를 모아서 한꺼번에 그 기계를 이용해 결제하는데 참 편리해요. “예전에는 은행에서 줄서서 기다리면 참 불편했어요. 근데 요즘엔 카드 한 장이면 모든 게 다 해결되네요.”

이렇게 길을 걸으면요 한 스무 걸음에 한 번씩 은행이 나오는데요... “네 그렇죠. 사람들 편하라고 정말 은행도 많이 설립이 됐습니다. 아 뭐 북한 같으면 은행에 갈 필요도 별로 없을 뿐 더러...한개 구역, 군에 중앙 지점이 하나씩 나와 있고는 은행이 없습니다. 여긴 그저 이름도 모르는 은행이 많고 또 내가 농협이라는 은행을 이용하더라도 다른 은행과 연결돼서 그곳에서도 돈을 뽑을 수 있고 다른 곳으로 돈을 보낼 수도 있죠.“

남쪽에서 어떻게 은행을 이용하는지 좀 이해가 되셨는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은행을 이용하면서 꾸려가는 개인의 경제 활동이 남쪽에선 중요합니다. 급여가 통장으로 들어오고, 전기세니 수도세 같은 공과금과 세금도 내야하고 무엇보다도 재산을 안전하게 늘리는데 이 은행만큼 좋은 곳은 없죠. 그리고 이런 개인 금융들을 바탕으로 세워진 경제는 힘차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2000년도 체코에 나갔는데, 사회주의 노선에서 떠난지 10년째 되던 때였습니다. 그 당시 체코 농업, 공업 부분은 일어서지 못한 부분도 많았습니다만 은행 업무만은 다른 나라 수준하고 별로 차이가 없었습니다. 외국에서 많은 투자가 들어서고 그런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가게 되면 은행 업무를 이렇게 하는 구나...많이 배웠죠. 남쪽은 체코보다는 은행이 많이 발전됐다는 것은 맞습니다.”

보건데. 북한에 개혁 개방이 되면 또 가장 빨리 바뀌는 곳도 은행이 아닐까 싶은데요... “물론 그렇습니다. 제일 빨리 선도해서 끌고 나가야 할 것이 은행입니다. 사무업무가 자동화, 체계화되지 않으면 그 수많은 기업소들이 경제 활동을 하는데 차질이 빚어지죠.”

이렇게 은행은 개인, 또 국가의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북쪽의 은행은 어떤가요? 또 앞으로 북한의 은행은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요? 알뜰살뜰 남한살이에서는 다음 시간에도 이런 은행에 모습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