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한 사람이 중국에서 남한 동생을 만났으며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북한에서 곧 처형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남한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문제를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처형 위기에 있는 손정남씨의 친 동생이자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손정훈씨가 열흘 전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의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북한 주민에 대한 진정이 제기된 것도 처음이고 또 이를 인권위가 조사하는 것도 처음인데요?
그렇습니다. 지난달 28일 탈북자 손정훈 씨는 북한인권단체들과 함께 북한에 있는 자기 형인 손정남 씨가 공개처형 위기에 처했다면서 이를 막아달라고 남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손 씨는 당시 진정서에 피해자 인권을 침해한 당사자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평양시 국가안전보위부를 지목했습니다.
이러한 진정서와 관련해 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기초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권위 측은 이번 진정서에 나온 인권 침해 피해자가 남한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북한 주민이라는 특수성이 있다면서 하지만 남한 국민인 탈북자 손정훈 씨가 관련돼 있고 또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초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인권위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 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라고 판단해 기초조사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사실 관계를 조사한다는 것입니까?
탈북자 손정훈 씨가 진정서에서 밝힌 북한 주민 손정남 씨에 대한 인권침해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인데요.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8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사실 관계를 조사할 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과 외교통상부 등 남한 정부에 사실 확인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
관련 사실 관계가 확인이 안 될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인권위법에는 북한을 조사영역으로 간주하는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또 인권 피해자의 진정 내용이 사실인지 북한을 상대로 조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초조사 후 진정에 대한 ‘각하 결정’을 내려 더 이상의 조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인권위 관계자도 북한에 남한 주권이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위원회법을 따져볼 때 이번 진정은 ‘각하대상’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인권위는 기초조사는 하기로 했고 그 사실 관계 파악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그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과 관련해 북한민주화운동본부의 박상학 사무국장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남한 국가인권위원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데 마지못해 기초조사를 하겠다는 발표만 내놓았다며 남한 정부가 북한 당국에 이 사건에 대해 직접 문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했습니다.
박상학: 통일부, 외교통상부, 국정원 등 북한과의 채널이 있지 않은가? 북한에 알아보고 따지면 되는 것 아닌가?
청취자들을 위해 탈북자 손정훈 씨의 형인 손정남 씨가 어떻게 북한에서 공개처형 위기에 처했고 또 이와 관련해 남한 인권위원회에까지 진정을 하게 된 것인지 설명해주시죠.
우선 2002년 남한에 온 탈북자 손정훈 씨에 따르면 손 씨는 2004년 중국에서 형인 손정남 씨를 만나 경제적으로 도움을 줬습니다. 중국을 왕래하던 형 손정남 씨는 지난 1월 북한 평양 보위부에 의해 체포돼 ‘민족반역죄’로 공개처형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남한에 간 동생을 만나 북한 정보를 전달했고 또 중국에 있을 때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탈북자 손정훈 씨는 형이 공개처형 위기에 놓였다며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고 28일에는 남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지난달 북한인권단체들은 남한 국가인권위원회 조영황 위원장에게 북한 동포도 대한민국 헌법이 정하고 있는 보호대상이라며 북한 주민인 손정남 씨의 구명에 앞장설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서울-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