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남한 핵실험 문제 유엔 안보리 회부돼야”

국제원자력기구가 최근 논란이 됐던 남한의 핵물질 실험에 관한 최종보고서를 11일 이사국들에게 회람했습니다. 이달 25일로 예정된 국제원자력기구의 이사회에서 남한이 핵안전협정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이 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될 수도 있습니다.

남 핵물질 실험 신고하지 않은 것을 심각한 사항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날 이사국들에게 회람한 최종보고서에서 남한의 핵물질 실험은 실험실 규모의 수준이며 소량의 핵물질만 사용됐고, 또 다른 실험이 계속 진행됐다는 징후는 전혀 없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남한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또 남한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의 조사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시정조치가 취해졌다고 보고한 것으로 외신은 전했습니다. 남한 정부는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이 남한의 핵물질 실험은 핵무기 개발과는 관련이 없다는 남한 측의 설명을 확인해주는 것으로 보고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보고서가 남한의 핵물질 실험 자체의 성격과 실험 사실을 국제원자력기구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고 지적하고 있어, 이 문제가 최종적으로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까지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남한 내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형평성 위해 안보리 회부 가능성

특히 미 국무부의 존 볼튼(John Bolton) 군축담당 차관이 이란 핵문제와의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남한의 핵물질 실험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정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 남한 핵실험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과학국제안보 연구소(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의 데이빗 올브라이트 (David Albright) 소장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국제원자력기구의 규정에 따르면 핵안전협정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통고하게 돼 있다면서, 남한 핵실험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Under the rules of IAEA, if violations occur, they are supposed to notify the Security Council. So I think something will happen."

추가조치보다는 협조 사실 보여주기 위해

올브라이트 소장은 지난 99년 국제원자력기구가 남한에서 플루토늄 추출이 있었다는 단서를 잡고 이를 확인하려 했을 때 남한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은, 핵 물질 실험 자체에 대한 신고 누락만큼이나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만약 남한 정부의 설명대로 핵물질 실험이 일부 과학자들의 단순한 호기심으로 인해 생긴 실수였다면 남한 정부가 즉각 국제원자력기구와 함께 진상조사를 했어야 옳았다는 게 올브라이트 소장의 지적입니다.

그는 그러나 남한의 핵실험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되더라도 이것은 남한에 추가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남한이 과거의 의무 위반사항들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남한 눈감아주면 나쁜 선례 남기게 될 것

미국의 민간연구소인 위스콘신 핵군축 계획 (Wisconsin Project on Nuclear Arms Control)의 게리 미홀린 (Gary Mihollin) 소장 역시 남한이 국제원자력기구에 신고도 하지 않고 플루토늄과 우라늄 두 분야 걸쳐 핵 물질실험을 했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면서, 이를 눈감아주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지 않는다면 이란과 같이 더 큰 위반을 저지르는 국가에게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 think it's a mistake to just ignore this and not refer to the Security Council."

미홀린 소장은 그러나 남한이 핵무기 개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닌 만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되더라도 남한에 주의를 주는 수준에서 끝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남한 핵실험은 6자회담에서 다뤄질 성격 아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과 관련해, 미국 과학국제안보 연구소의 올브라이트 소장은 남한의 핵실험문제는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6자회담에서 다뤄질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남한의 경우는 신고 되지 않은 과거의 활동이 문제가 된 것인 반면에, 북한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핵 활동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Most important is that this is a historical look back at some undeclared activities."

위스콘신 핵군축 계획의 미홀린 소장은 6자회담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라도 남한의 핵실험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돼서 빨리 종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남한의 핵실험 문제가 걸림돌이 돼서 정작 중요한 북한의 핵개발 계획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연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