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한미 정상회담 결과 놓고 해석 엇갈려


2004.11.22

지난 20일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회의에서 열린 미국과 남한 두 나라간의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확고히 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한 반면에, 미국 주요 언론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입장을 강조한 자리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남한, 한미 정상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 원칙 확고

반기문 남한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0일 APEC, 즉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회의에서 노무현 남한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정상 회담을 가진 후 기자설명회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남한 정부의 민감성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또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 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북한 핵문제를 중대한 현안으로 삼겠다고 말했습니다.

미 언론, 부시 촛점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입장 형성

이에 대해 남한의 국가안전보장회의는 21일 이번 한미 정상 회담에서 양국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공동인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해결책 마련에 합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통일부도 22일 양국 정상이 북한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확고히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회의에서 주안점을 둔 것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일치된 입장을 형성하는 것이었다고 보도해서 남한 정부와 미묘한 해석상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미, 유연한 자세는 북한이 일단 6자회담 복귀한 후에나

"The message is clear to Mr. Kim Jong Il: Get rid of your nuclear weapons program."

부시 대통령은 6자회담 관련국들과 개별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종용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또 회담 후 가진 연설에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국의 일치된 의지와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북한은 핵무기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는 각국이 뜻이 분명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87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독일의 베를린 장벽을 없애라고 요구한 것만큼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는 핵을 없애라는 직접적인 요구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신문은 또 미국의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 포기의 동기를 부여하는 데 있어서 좀 더 유연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북한이 일단 6자회담에 복귀한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핵포기 약속 전 남한의 대북지원은 미국의 대북정책과 맞지 않아

이 신문은 또 부시 대통령이 남한의 대북정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특히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기로 약속하고 이를 검증받기도 전에 남한이 북한에 경제지원과 투자를 제공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과는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미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Larry Niksch) 박사는 22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의 발언들은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면서, 지난 수개월 동안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6자회담을 보기 좋게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These US statements, frankly for many months, have represented what I call political spin."

남한, 중국 입장은 북핵 당사국 일치된 입장과 거리 멀어

닉쉬 박사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과는 달리 6자회담 관련국들이 일치된 입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북한의 핵개발 계획에 대해 중국이 아직도 사실여부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닉쉬 박사는 말했습니다.

그는 또 미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좀 더 창의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남한 측의 입장과 미국이 좀 더 유연한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는 중국 측의 자세 역시 북한 핵문제에 관한 당사국들의 일치된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연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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