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한국 내 첫 발생…북한서 유입 가능성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19-09-17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17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살처분을 위한 가스를 옮기고 있다.
17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살처분을 위한 가스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한국 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사실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습니다. 지난 5월 먼저 발병한 북한에서 전염병이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김현수 한국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어제(16일) 18시 경기도 파주시 소재 돼지농장에서 어미돼지 5두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위생시험소에서 폐사축에 대한 시료를 채취했으며 농림축산검역본부 정밀검사 결과 오늘(17일) 오전 6시 30분쯤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이 확진됐습니다.

김현수 한국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기자설명회를 열고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 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사람에겐 전염되지 않지만 돼지에게 한 번 감염되면 폐사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병으로 아직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 5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뒤부터 한국 정부 차원에서 전국 모든 양돈 농장을 대상으로 한 돼지 혈액검사와 방역 작업이 이뤄져 왔지만 석 달 반만에 한국 내에서도 병이 발생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폐사한 돼지가 어떤 경로로 전염병에 걸렸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돼지가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음식물을 먹거나 농장 관계자가 발병 국가를 다녀온 경우, 또는 야생 멧돼지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경우 등이 전파 경로로 지목돼 왔지만 조사 결과 이번에 전염병이 확진된 농장은 어떤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현수 한국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지금으로서는 눈에 드러난 발생경로를 저희들이 당장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17일) 아침부터 역학조사반을 투입해서 정밀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염병이 확진된 파주가 북한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접경 지역이고 해당 농장이 한강 하구로부터 2~3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것으로 미뤄 돼지열병이 북한으로부터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특히 최근 제13호 태풍 ‘링링’이 북한 황해도 지역에 상륙하는 등 접경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야생 멧돼지가 떠내려 와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앞서 북한에서는 지난 5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공식 확인된 바 있습니다.

북한이 5월 30일 OIE, 즉 세계동물보건기구에 발병 사실과 함께 공식 보고한 바에 따르면 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같은 달 23일 북한 자강도 우시군의 북상 협동농장에서 신고돼 이틀 뒤 확진이 이뤄졌습니다.

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돼지 99마리 가운데 77마리가 폐사했고 나머지 22마리는 살처분됐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북한에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과 관련한 대책 마련을 위해 남북 간 협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히고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 협력을 북측에 제의했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상민 한국 통일부 대변인(지난 6월): 지난 5월 31일에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해 북한에 협력의사를 타진했습니다. 아직까지 북한의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계속 북측의 반응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는 19일 도라산역에서 열릴 예정이던 9·19 남북공동선언 1주년 행사 개최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행사 참가자들이 지방에서 이동했다가 돌아가는 문제가 있어 관계기관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행사 정상진행과 축소, 취소 등 모든 가능성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한국 정부는 9·19 남북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지역 주민을 비롯한 700여 명이 서울역에서 특별 열차를 타고 도라산역으로 향하는 ‘평화열차’를 운행할 예정이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그러나 북한 측에 발병 사실을 별도로 통보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 방역협력 필요성을 다시 제안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일단 발생 원인과 경로 조사가 필요하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 차원에서 북한 내 전염병 확산 정도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이상 따로 언급할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이었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 2016년부터 유럽을 거쳐 세계 각국으로 급격히 세력을 확대해 왔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세계 돼지고기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으로도 퍼져 공식적으로 100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혔고 지난 6월에는 북한도 관영매체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한 전국 단위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OIE, 즉 세계동물보건기구에 따르면 지난 8월 12일부터 9월 12일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행한 국가나 지역은 모두 19곳으로 이번에 파주에서도 확진됨에 따라 20곳으로 늘었습니다.

한국 보건 당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사람에게 감염되는 질환은 아니라며 지나친 공포심을 경계했습니다.

김현수 한국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한국 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고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지만 돼지 감염 시 치사율이 최대 100%에 달합니다.

다만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빠르고 전파력도 강한 만큼 방역작업 시에는 방호복을 착용하는 등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또 평소처럼 돼지고기는 충분히 익혀먹는 것이 좋고 올해도 아프리카에서 병이 유행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방역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국 정부는 전국 각 지역 단위의 아프리카돼지열병 상황실과 대책본부를 일제히 가동하고 24시간 비상 관리체제에 돌입했습니다.

또 이날 확진 농가와 해당 농장주가 소유한 다른 농장 두 곳에 있는 나머지 수천마리 돼지들에 대한 살처분을 진행하고 전국에 48시간 동안 가축 등에 대한 이동중지 명령을 내리는 등 긴급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김현수 한국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 잠복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발생 후 일주일 정도가 가장 위험한 시기”라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