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의 해법, 차기 일본 총리의 역할에 달려 있어”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가 일급 전쟁범죄자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또다시 참배하자 중국과 남한 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의 아시아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푸는데는 고이즈미 총리의 뒤를 이을 차기 총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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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15일 도쿄의 야수쿠니 신사를 방문하고 있다 - AFP PHOTO/KAZUHIRO NOGI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주변국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15일 2차 대전 일급 전쟁범죄자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습니다. 현직 일본총리가 2차 대전 종전 기념일이자 한반도 광복절인 8월15일에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것은 21년만에 처음입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직무와는 상관없이 개인자격으로 참배했으며 전몰자 전체의 명복을 빌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남한과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남한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가 과거 일본 군국주의와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고 정당화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또다시 참배한데 대해 깊은 실망과 분노를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정부도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는 국제정의에 대한 도전이자 인류의 양식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처럼 신사 참배문제를 놓고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한일간의 외교적 마찰과 관련해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차후 일본의 지도자들이 이 문제에 어떤 태도를 취하냐느가 중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소 맨스필드 재단 (Mansfield Foundation)의 한반도 전문가 고든 플레이크 (Gorden Flake) 소장은 15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현재 후임 총리로 유력시되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나 다른 지도자들이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를 어떻게 다뤄나갈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Flake: The key question is what happens next and what Abe or future Japanese Prime Minster will do.

플레이크 소장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관한 접근 방식에 있어서 차기 일본 총리는 고이즈미 총리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구체적인 내용은 남한과 중국의 대응방법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남한의 경우 대북 정책에 있어서 일본의 협조가 긴요한 만큼, 일본뿐만 아니라 남한 역시 야스쿠니 신사 문제가 한일관계의 쟁점이 되지 않도록 창조적인 방안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데릭 미첼 (Derek Mitchell) 선임연구원도 올 가을 차기 일본 총리가 취임한 후 남한과 일본 두 나라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비롯한 한일 양국의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 문제의 향방에 따라 북한 문제에 대한 6자회담 당사국들의 공조체제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첼 연구원은 이어 신사 참배 문제로 한일관계가 냉각되는 것은 미국과 일본, 남한 세 나라를 묶는 사실상의 동맹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Mitchell: This is not helpful for what we used called virtual alliance between the US, Japan and S. Korea.

남한과 일본은 군사 동맹관계에 있지 않지만, 각자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어 사실상 전략적인 제휴관계에 있는데, 야스쿠니 신사 참배같은 문제가 불거져 나온다면 이런 체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워싱턴-김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