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2일 핵무기 보유국이면서도 핵무기 비확산 조약(NPT)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인도와 핵 협정을 맺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계획은 용납하지 않으면서 인도의 핵개발 계획에만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인도가 핵무기를 확산시키지도 않았고 핵사찰을 받기로 약속한 만큼, 북한. 이란과는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인도를 방문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2일 정상회담을 갖고 핵협정을 맺었습니다. 이 협정에 따라 인도는 미국으로부터 핵연료와 원자로 부품을 사올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대신 인도는 원자로 22개 가운데 14개를 영구적으로 민수용으로 분류해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기로 했습니다. 나머지 8개 군사용 원자로는 사찰에서 제외됩니다.
이 협정으로 미국 기업들은 인도의 핵 에너지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얻었고, 인도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합의로 두 나라의 안보와 경제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Bush: Our agreement will strengthen the security and the economy of both our nations.
국제원자력기구의 모하메드 알바라데이 사무총장도 미국과 인도의 핵협정은 늘어나는 인도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또 인도가 핵무기 비확산 체제의 중요한 당사국이 되는데 이 협정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인도는 지난 1974년 핵실험을 계기로 핵무기 보유국으로 여겨져 왔으나 핵무기 비확산 조약에는 가입하기를 거부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지난 수 십년 동안 인도에 대한 핵연료와 기술 판매를 금지해 왔습니다.
미국이 이번에 인도와 맺은 핵협정을 놓고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이나 이란의 핵개발 계획은 용납하지 않으면서 인도의 핵개발 계획에만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비판론자들은 이 협정을 통해 인도가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면서도 핵기술을 해외에서 들여올 수 있게 된 만큼, 북한과 이란도 똑같은 대우를 요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인도를 북한과 이란에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의 니컬러스 번즈 국무부 차관은 인도는 북한이나 이란과는 달리 민주주의 국가이고, 핵무기를 확신시키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제 사찰을 받기로 확실히 다짐한 나라임을 강조했습니다. 반면에 이란과 북한은 독재국가이면서 핵개발과 관련된 약속을 어겨왔기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게 번즈 차관의 설명입니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국무부 핵비확산 담당 차관보를 지낸바 있는 로버트 아인혼씨도 3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인도는 그동안 핵보유국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 왔다며 북한. 이란과는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inhorn: It really must be treated very differently.
아인혼 전 차관보는 그러나 이번 협정을 두고 북한과 이란은 미국이 이중잣대로 핵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비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특히 이란의 경우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란은 핵무기 비확산 금지 조약에 가입했고 이 조약에서 허용하는 민수용 핵발전을 하겠다는 입장인데, 미국이 이것마저 막고 있다고 비난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핵무기 비확산 조약에 가입도 하지 않은 인도에게 민수용 핵발전을 도와주고 핵무기 개발도 허용한다면 이란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라는 겁니다. 미국은 이란이 18년 동안 비밀리에 핵무기 물질을 만들 수 있는 계획을 진행했던 만큼, 이란의 주장은 믿기 어렵고, 세계적인 산유대국인 이란이 새 에너지를 얻기 위해 핵개발을 한다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김연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