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이란 핵문제 합의 도출 못해

이란 핵문제를 풀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 만났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우선 이란의 핵활동 중단을 요구하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성명을 통과시키자는 입장이지만, 이란에 우호적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는 지난달 초 이란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넘기기로 결정하고, 다음 정기 이사회 때까지 이란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를 논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는 지난 8일 이란 핵문제를 논의한 뒤 이에 관한 보고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다섯 개 상임이사국들은 지난 일주일동안 이란 핵문제를 푸는 방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습니다. 이들 나라는 각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조치가 내려지기 위해서는 모두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미국과 프랑스, 영국은 이란이 핵농축 활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의 이름으로 발표하자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란에 우호적인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를 얻어내지는 못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와는 상관없이, 이란 핵문제에 관한 의장 성명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열 다섯개 이사국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는 중국과 러시아도 상당한 외교적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이를 위해 프랑스와 영국은 이사국들을 모두 불러 설득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사회 개최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미국도 의장성명을 관철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톰 캐시 대변인은 13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안전보장이사회의 첫 회의에서 의장성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Casey: It's our expectation that the result of the first Security Council meetings on this will be a presidential statement.

캐시 대변인은 이란이 핵문제 해결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더 이상 지연전술을 펴지 말고 러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란은 그동안 핵무기 개발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핵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러시아는 이란이 핵개발 계획을 계속 보유하되, 우라늄 농축은 러시아 땅에서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우라늄은 어느 정도까지 농축하느냐에 따라 핵발전 연료로 쓰일 수도 있고 핵무기 제조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라늄 농축과정을 제3국으로 옮겨 투명하게 처리하면 핵무기 개발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겠냐는 게 러시아의 제안입니다. 이란은 이 제안을 놓고 러시아와 협상했지만 결국 지난 12일 거부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이같은 이란의 결정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세르게이 라프로프 외무장관은 이란이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푸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란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넘기지 말고 국제원자력기구에서 풀자는 입장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란에 대해 조치를 취하기 시작하면 자칫 경제제재나 무력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점에서는 중국도 같은 입장입니다.

김연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