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자강도 수해지역에 수인성 질병 유행”
2024.10.15
앵커: 수해복구가 한창인 북한 자강도에 각종 수인성 질병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수해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 자강도에 각종 수인성 질병이 확산하면서 수해복구위원회와 위생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고 복수의 자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자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2일 “수해복구 지역에 장티푸스와 파라티푸스가 급속히 확산하자 10월 2일, 도 수해복구위원회와 도 위생방역소가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특별방역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며 “특별방역대책위원회에 의해 돌격대 숙소와 살림집 건설장 주변에서 먹을거리를 팔던 장사꾼들이 모조리 쫓겨났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자강도는 지난 7월말, 큰물 피해가 발생한 이후부터 수해복구에 동원된 돌격대원들과 건설자들을 중심으로 급성 대장염과 설사병이 끊이질 않고 있었다”며 “그러던 중 9월 초부터 돌격대원들 속에서 파라티푸스와 장티푸스가 확산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장티푸스와 파라티푸스는 자강도 전체에 퍼진 것이 아니라 수해복구가 진행되고 있는 강계시와 장강군, 시중군에 주로 퍼져 있다”며 “강계시와 장강군, 시중군의 주민들과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돌격대원들은 특별방역대책위원회에서 발급한 ‘위생방역증’이 없으면 다른 시, 군으로 이동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특별방역대책위원회는 장티푸스와 파라티푸스를 막기 위해 수해지역의 모든 주민들에게 물을 끓여 마시도록 하고, 돌격대 숙소에는 물을 끓일 수 있는 전기히터까지 설치했다”며 “그럼에도 오염된 물로 인한 전염병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로 인한 질병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원인은 주민들과 돌격대원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땔감부족으로 물을 끓여 마시기 어려운데다 돌격대 숙소들에 설치한 직화정수장치가 오히려 전염병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직화정수장치는 국가과학원 함흥분원에서 만든 것으로 김정은의 배려에 의해 지난 8월, 수해복구에 동원된 돌격대원들의 숙소에 설치되었다”며 “그러나 정수 장치는 물을 빨리 정화하지 못하는데다 여과봉(필터)을 교체하지 못해 병균을 걸러내지 못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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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자강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4일 “돌격대원들 속에서 장티푸스와 파라티푸스가 확산하는 이유에 대해 의사들은 주변의 열악한 위생 조건을 꼽고 있다”며 “특히 돌격대원들이 영양결핍으로 면역력이 크게 저하된 것도 전염병이 확산되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8일에도 장강군 장평리에 있는 당원돌격대 용림군 대대의 대원 11명이 한꺼번에 장티푸스로 제3예방원 병동에 격리되었다”며 “자강도는 장티푸스와 파라티푸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9월 말부터 강계시 공인리에 있는 제3예방원(결핵병원) 병동을 환자 격리 시설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돌격대원들은 살림집 건설을 올해 안으로 완전히 끝내야 한다는 구실로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고된 작업에 내몰고 있다”며 “그들의 식사는 입쌀과 강냉이를 5:5로 섞은 밥 한 공기와 시래기가 조금 섞인 된장국이 전부”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소식통은 “장강군 장평리에 주둔하고 있는 용림군 대대만 보더라도 돌격대원들의 숙소와 식당에서 불과 50미터 떨어진 곳에 공동변소가 있다”면서 “돌격대 식당에는 따로 하수 처리 시설이 없어 오물들을 주변 강인 무덕천에 마구 버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돌격대원들 속에서 장티푸스와 파라티푸스를 비롯해 각종 수인성 질병들을 예방할 수 없다”며 “전염병 확산을 막는다며 돌격대 숙소와 건설장 주변에서 삶은 감자와 강냉이를 팔던 장사꾼들까지 모두 쫓아냈는데 이는 돌격대원들의 영양상태를 더욱 악화시켜 전염병을 더 쉽게 확산시키는 원인으로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