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라디오를 들으며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라디오로 떠나는 여행>,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평안남도 덕천 출신의 김한 씨와 이 시간 함께하고 있는데요. 김한 군은 지난 2012년에 탈북한 뒤 남한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습니다. 지금은 관련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틈틈이 여기저기 여행도 즐긴다고 합니다. 김한 씨 직접 만나보시죠.
진행자 :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부터 대구를 여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디를 둘러볼까요?
김한 : 친구와 함께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놀이시설이 있는 이월드를 찾아갔습니다.
남한에는 어른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참 많은데요. 그 중 하나가 놀이공원입니다.
어릴 때 평양에 방문하면 유희장에 꼭 가곤 했는데, 평양 유희장과 비슷한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진행자 : 남한의 놀이공원이 훨씬 크고 놀이시설도 다양하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김한 씨는 평양이 고향이 아닌데도 유희장에 가봤네요. 대다수 탈북민이 유희장은 텔레비전에서만 봤다고 하더라고요.
김한 : 네, 저희 집은 평양과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서 평양을 견학으로 자주 방문하곤 했습니다. 아버지 공장에서 조직되어 종종 방문했습니다. ‘아리랑’ 공연을 보는 것이 큰 목적이었는데, 공연은 저녁에 하기 때문에 낮에는 유희장이나 혁명렬사릉 같은 곳을 방문하면서 평양 시내를 견학했습니다.
남한에는 놀이공원이 꽤 많아서 여러 번 방문했는데요. 대구의 이월드는 처음입니다.
오늘 여행지는 대구 놀이공원, 평양과 어떻게 다를까?
입장료는 약 5만 원,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할인이 적용돼서 3만 원 정도, 그러니까 약 20달러에도 살 수 있습니다. 다른 놀이공원은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는 지방이라 그런지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방문 했을 때도 줄이 있기는 했지만, 바로바로 빠져서 많은 기구를 탈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 아무래도 대다수 인기 놀이공원이 서울과 수도권에 있다 보니 찾아가는 사람이 훨씬 많죠. 그래서 주말보다는 평일에 가는 게 낫고요. 입장료가 4~50달러 정도니까 비싼 편인데, 하루 종일 있어도 다 타지 못할 만큼 놀이 시설이 많고 계절마다 각종 꽃 축제에 동물원도 있고, 식당이나 찻집도 많죠.
김한 : 그렇습니다. 이월드도 세 가지 구간으로 나뉘는데 무서운 기구들을 탈 수 있는 구간과 어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구간, 그리고 물에서 탈 수 있는 기구들을 모아놓은 곳이었습니다. 저희는 먼저 무서운 기구를 탈 수 있는 구간으로 들어갔는데요. 저와 친구는 롤러코스터 같은 관성열차 타는 것을 좋아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들어갔습니다.
롤러코스터도 3종류가 있는데, 롤러코스터마다 난이도가 달라서 이름도 달랐습니다. 가장 짧은 롤러코스터는 허리케인이고, 가장 무섭고 긴 롤러코스터는 부메랑이었습니다.
진행자 : 이름만 들어서는 허리케인이 더 무서울 것 같은데 3개 다 직접 타봤나요?
김한 : 네, 저희는 허리케인을 먼저 탔는데 짧더라고요. 얼마 지니지 않아 내려야 했습니다. 조금 더 무서워도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부메랑을 탔는데요. 부메랑이 돌아오는 거잖아요. 일단 시작을 뒤로 하는데, 뒤로 올라 갔다가 3바퀴를 360도 돌고 또 왔던 길로 다시 가면서 뒤로 360를 3바퀴 돌았습니다. 타는 사람들을 볼 때 비명소리가 컸는데,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진행자 : 그래서 부메랑이군요(웃음).
김한 : 네, 롤러코스터 옆에는 디스코 팡팡이라고 회전하는 기구와 그네처럼 탈 수 있는 바이킹 해적선, 범퍼카라고 좁은 공간에서 서로 부대끼면서 차를 탈 수 있는 놀이 기구도 있었습니다.

이월드의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는 스카이드롭인데요. 103미터 높이에서 3초 만에 밑까지 떨지는 놀이기구입니다. 아쉽게도 저희가 방문 했을 때는 보수 중이라 타보지 못했는데 다른 것들을 즐기면서 이월드에서의 시간들을 채웠습니다.
놀이기구를 타면서 어릴 때 기억이 많이 떠올랐는데요. 가족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을 때 유희장에서 앞에서 소개한 범퍼카나 롤러코스터, 해적선을 모두 타봤습니다. 특히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라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활동적인 시간을 마치고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대구 예술발전소였습니다. 대구 예술발전소는 원래 담배공장이었는데 폐건물로 방치되다 2010년 재건축을 통해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진행자 : 요즘 세계적으로 이렇게 과거에 사용되다 지금은 이용하지 않는 공장이나 창고를 미술관이나 카페 등으로 개조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오래된 느낌과 새로운 느낌이 섞여 있어서 색다른 감흥을 주죠.
김한 : 네, 대구 예술발전소는 5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작가들이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전시하는 공간이 함께 있어서 작가와 전시물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전시실로 들어가는 길 옆 벽에 그려진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는데요. 어린왕자, 고양이, 꽃과 같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그림이었습니다. 안에 들어가면 1층은 아이들을 위한 체험 공간이 있었고,
2층부터 전시가 시작됐는데요. 여러 작품을 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벽에 크게 전시된 달이었습니다. 마치 달을 망원경으로 확대한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달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사람이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예술발전소에서 일정을 마친 저희는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수성못을 방문했습니다.
진행자 : 수성못, 연못인가요?
김한 : 네, 수성못은 일제강점기 논밭에 물을 주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못이었는데 이 지역에 논밭이 사라지고 도시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못 둘레는 약 2킬로미터로 꽤 큰 크기를 자랑하는데요. 오리 배를 탈 수 있고, 밤에는 분수 공연도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초저녁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이 나와서 못 주변을 걷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저녁이 되자 분수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분수 공연이 아니라 화려한 조명과 함께 높은 물기둥으로 만들어진 공연이었기 때문에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습니다.
저희도 음악과 함께 화려한 공연에 압도되어 한참을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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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도심 강변이나 하천은 인기가 참 많은 것 같아요. 분수도 있고, 공연도 있고, 이러저런 행사도 참 많이 열리잖아요.
김한 : 네, 일상을 여유롭게 즐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겠죠. 북한에서는 분수도 볼 일이 없는데, 남한에는 가는 곳마다 분수가 있어서 요즘은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는 듯합니다. 서울 도심인 광화문은 물론이고 시골 호수에서 쉽게 볼 수 있잖아요. 이래저래 북한이 떠오르는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 색다른 경험을 더할 수 있었던 대구였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어디로 떠나볼까요?
김한 : 제가 얼마전에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미국 여행을 함께 떠나보겠습니다.
진행자 : 미국이라면 청취자 여러분도 더 귀를 기울이실 것 같은데요. 미국 여행도 기대해 주시고요. [라디오로 떠나는 여행] 오늘은 함께 인사드리면서 마무리할게요.
진행자, 김한 :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에 만나요!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