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3월 6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위대한 사상강국 조선의 힘은 무궁 강대하다’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세상에 사상의 힘보다 더 강한 것은 없으며 우리 조국은 인류사상 최초의 사상강국으로 솟아올라 그 무궁무진한 힘으로 승승장구하는 위대한 나라”라고 선동했습니다. 그리고 “위대한 수령이 불패의 사상강국을 일떠세운다”면서 “강국의 명성을 쟁취하고 그 위상을 영원히 빛내이자면 온 나라를 하나로 굳게 단합시키는 위대한 사상이 있어야 하며 이것은 오직 탁월한 수령을 모셔야 실현될 수 있다”고 세뇌, 선전했습니다. 이어 “1950년대의 전승신화, 천리마의 기적, 90년대의 사회주의 수호전의 승리, 이 모든 것은 다름아닌 사상만능론이 안아온 위대한 결실”이라고 썼습니다. 여기에 더해 김정은은 “주체의 사상론을 만능의 무기로 틀어쥐고 전면적 국가부흥의 새시대, 위대한 강국시대를 펼쳐나가는 희세의 정치가, 위대한 수령이며, 그에게는 시대를 통찰하는 수령의 비범한 예지가 있고 나라의 오늘과 미래를 책임지고 설계하는 특출한 선견지명이 있으며 전체 인민을 백승에로 인도하는 걸출한 영도세계가 있다”고 우상화했습니다. 또 “닭알에도 사상을 재우면 바위도 깰 수 있다”는 말은 김정은의 사상중시의 정치를 집약화한 불멸의 대명제이며 “이 만고불멸의 명제는 물리학적, 역학적 계산으로써는 찾을 수 없는 공식”이고, 김정은의 사상만능론이 정립한 절대의 과학이라고 왜곡 선전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김정은의 혁명사상은 “강대한 국가건설 목표와 인민의 모든 이상을 실현함에 있어서 비상한 진리성과 생활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장 위대한 사상”이라고 찬양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김정은의 혁명사상에 대해 ①혁명에서 더 거창한 혁명에로 한 단계의 발전에서 더 높은 경지의 변천에로 나아가며 미증유의 사변들을 무수히 안아온 지난 10여 년의 승리들은 그 어느 것이나 그의 사상만능론이 안아온 고귀한 결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②그가 인민의 마음속에 더욱 깊이 심어준 주체의 사상론은 새시대의 여정에서 무진한 생활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갈수록 그 실천적 의의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또 ③귀중한 재부들이 늘어가고 인민이 진정한 정신력의 강자로 성장한 것은 혁명영도의 전 과정을 사상 중시, 사상 무장, 사상 동원과정으로 일관시켜온 그의 현명한 영도의 결과라고 역설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주요 혁명사상인 김일성-김정일주의, 인민대중제일주의, 국가제일주의 등을 세밀하게 뜯어보면, 인민대중의 삶을 21세기 시대상황에 맞게 지향, 발전시킬 수 있는 내용과 구체적인 실천 방법 및 수단들이 구비돼 있지 않습니다. 그의 혁명사상은 말의 성찬과는 달리 진정한 애국애민정신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의 우상화와 신격화, 독재세습권력을 강화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통제논리와 기법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속지 말아야 합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사상강국론은 본질에 있어서 수령론”이라고 밝히고, 북한은 “주체사상의 조국으로 세기적인 변혁을 이룩한 세계최초의 사상강국으로 빛을 뿌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사상강국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기사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의 혁명사상에 기초하여 “온 사회의 사상적 일색화가 실현되고 그 위력으로 기적과 변천을 이룩해가는 영원불패의 강국”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사상강국은 개인의 기본권 확립, 양심과 종교·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정의로운 사회와 국가건설에 필요한 다양한 사상들이 자유롭게 논의, 통용되며, 누구나 사상의 창시와 그 내용의 진리성 및 보편성을 주장·설파할 수 있는 활동이 아무런 제약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나라입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북한은 사상강국이 아닙니다. 주체사상과 김일성-김정일주의는 ‘전체주의 수령독재사상’입니다. 수령 외에 그 누구도 인류의 사상적 유산과 해박한 지식, 역사발전의 합법칙성과 혁명발전의 요구 및 전망에 대해 예견하거나 말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북한이 사상강국으로 되기 위해서는 수령의 사상창시와 해석 독점권부터 폐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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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원: 이번 기사는 말미에서 “위대한 김정은 동지의 사상만능론 만세”를 외쳤습니다. 북한이 현시점에서 김정은의 사상만능론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기사는 사상만능론을 설파하는 대목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들을 내놓았습니다. 먼저 “오늘날 강국을 지향하여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국력경쟁은 단순히 경제력이나 과학기술력, 군사력을 비롯한 물질적 힘의 대결이라고만 볼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또 하나는 “지방공업공장 준공식들의 축포성과 착공식들의 발파폭음들이 연속다발적으로 울려 퍼진 경이적인 현실은 물질지상주의, 황금만능론으로는 도저히 펼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발전의 승세를 더욱 고조시키는 무한한 동력, 나라의 재부를 급속히 늘여나갈 수 있는 절대적인 무기는 전체 인민이 만장약한 사상의 힘, 정신력”이라는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들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사상만능론 강조는 그 동안 핵무력 강화와 핵만능론 과잉으로 약화된 사상에 대한 수령의 독점적 권위를 바로잡고 기술과 물질적 재원이 열악한 상황에서 인민대중들의 정신력 강화를 통해 올해 건설성과를 달성해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수령의 위대성은 혁명의 전진방향을 가리켜주고 인민을 하나의 사상으로 굳게 묶어 세우며 그 힘을 최대로 분출시켜 나가는데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과 조선노동당은 혁명의 전진방향이 인민대중의 이상사회인 공산주의사회 건설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러한 이상사회를 향해 가지도 않고 있으며 갈 수도 없는 처지에 있습니다. 혁명의 방향이나 사상의 선택은 인민대중에게 있습니다. 수령이 사상과 혁명방향을 결정하고 좌지우지하는 것은 반인민적인 폭거입니다. 어느 나라든 나라의 주권은 수령이 아니라 인민대중에게 있습니다. 주민들은 수령의 위대성과 인민대중들의 수령에 대한 절대적 복종을 주입시키는 기사내용을 접하면서 정치적 인내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