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초월 미 정보력, 북 어디까지 보나?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우 버티던 쿠르스크, 단 사흘 만에 “와르르”

(진행자) 오랫동안 교착 상태였던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이 지난 2주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은 것으로 전해 졌습니다. 러시아가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공세를 감행했고, 북한군도 러시아군과 함께 투입돼 상당한 전과를 거뒀다고 하는데, 도대체 쿠르스크 전선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요?

(이일우)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지역에서 공세를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6일에서 7일 사이의 일이었습니다. 공세 시작 시점까지만 하더라도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 돌출부 모든 전선에서 상당히 강력하게 저항 했지만, 사흘 만에 주요 방어선 대부분이 붕괴되면서 삽시간에 와해됐습니다.

당초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던 러시아군은 주로 공수군과 해군육전여단,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북한군 병력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는 3월 초부터 다른 전선에서 싸우던 부대, 예를 들어 제11군단이나 제44제병연합군 등에서 차출된 차량화소총연대들을 쿠르스크 전선에 대거 이동 배치했고, 이 병력들을 투입해 공세를 벌였습니다.

쿠르스크 돌출부에서 교전은 크게 3 방면에서 벌어졌습니다. 돌출부 북쪽의 말라야 로크냐 마을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길목이 주변에 비해 저지대여서 공격에 비해 방어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곳이었고, 돌출부 서쪽의 니콜스키 마을과 로크냐 마을 사이에는 남북으로 긴 저수지가 있어서 이를 자연 방벽 삼는 우크라이나군이 방어에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돌출부 동남쪽에는 드네프르강의 지류 하천 중 하나인 프셀강이 있어서 이곳 방어도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형적으로 유리했던 우크라이나군 방어선은 짧은 곳은 하루, 오래 버틴 곳도 사흘 만에 모두 무너졌습니다.

푸틴 쿠르스크 방문
푸틴 쿠르스크 방문 푸틴 쿠르스크 방문 (TASS 통신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군은 자신들이 보유한 가장 우수한 장비인 서방제 기갑장비들 대부분을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했고, 정예부대들도 이곳에 집중돼 있었는데, 사흘 만에 모든 방어선이 무너지면서 그야말로 아비규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미국제 M1A1SA 전차나 브래들리 장갑차, 스웨덴제 CV90 장갑차 등 정예 전력을 버리고 도주한 병사들이 많아 이들 중 상당수가 러시아군에 노획됐고, 포로로 붙잡힌 병사들도 많았습니다. 3월 11일, 러시아 크렘린 주장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약 일주일간의 작전으로 100㎢ 면적을 탈환했고, 우크라이나군 대부분을 국경 밖으로 밀어냈습니다. 물론 이것은 과장이 좀 섞였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실제로 수자라는 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을 잃었고, 주력부대는 모두 국경 너머로 철수한 상황입니다. 이로써 호기롭게 시작했던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진공작전은 사실상 끝나게 됐습니다.

그리고 12일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쿠르스크 지역의 전선사령부를 방문해서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그리고 알렉산드르 라핀 사령관 둥 여러 고위급 장성들과 현황에 대해서 논의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사실상 “쿠르스크 전투에서 승리했다”라고 선언을 했고 이것 때문에 이제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진격 작전은 사실상 끝나는 상황입니다.

미 지원 중단 충격, 우크라 “눈과 귀 멀고 신경도 끊겨”

(진행자) 그동안 쿠르스크 전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몇 배나 되는 병력을 투입해 3면에서 포위하고 대대적인 공세를 벌였지만 거의 진격을 못했던 곳입니다. 북한군도 이곳에 총알받이로 투입돼 불과 3개월 만에 3천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우크라이나군 방어선이 이렇게 삽시간에 무너진 것인가요?

(이일우) 러시아군이 기존 부대 외에도 대규모 병력을 추가로 배치한 것도 이번 방어선 붕괴의 원인 중 하나 였지만, 이번 전선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 마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지난달 28일, 미국 백악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사이에 격렬한 설전이 있었습니다. 당초 이 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광물 공동 개발 협정 서명이 예정돼 있었지만, 두 정상의 말싸움 끝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사실상 백악관에서 쫓겨나면서 협정 서명과 공동 기자회견은 무산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탄 차가 백악관에서 나가기 직전, SNS에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되면 그때 다시 오라”라는 메시지를 냈는데, 이 회담 결렬 직후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군사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심지어 폴란드에서 열차에 실려 우크라이나로 가던 화물들도 국경에서 되돌아 왔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경고를 너무 가볍게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 인사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것이 좋겠다고 여러 차례 권유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했고, 우크라이나 관료들은 “전선에서 사용되는 무기의 40% 이상이 우크라이나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발표들을 쏟아내며 미국의 군사 지원이 끊어져도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지원도 끊어버리라고 지시했고, 이 지시와 동시에 우크라이나군은 말 그대로 깜깜이가 됐습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은 전선에 대규모 러시아군이 증강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고, 눈과 귀가 막힌 상태에서 대공세를 얻어 맞게 됐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부인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보 공유 지원 중단 지시 직후, 쿠르스크 전선의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위성통신 시스템 스타링크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일선 부대 보고가 많았습니다.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을 운용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통신 시스템이었는데, 이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드론 의존도가 높은 우크라이나군은 말 그대로 마비됐고, 이것이 며칠 만에 전선이 붕괴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었습니다.

쿠르스크 전황도
쿠르스크 전황도 쿠르스크 전황도 (user/Ukraine Control Map)

우크라이나군의 눈과 귀가 멀고, 신경망 역할을 하는 스타링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러시아군은 총공세를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북한군도 상당한 역할을 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쿠르스크 돌출부 남동 방면의 프셀강 방어선에서는 북한군과 러시아군이 협력해 단숨에 10km의 돌파구를 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에 아주 쉽게 제압됐을 북한군 보병들이었지만, 마비된 우크라이나군은 이런 보병 조차도 막아내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관련 기사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워싱턴 항모 ‘신의 눈’ 달고 한반도 온다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레이건’ 가고 F-35C 탑재 ‘워싱턴’ 오면 일어날 일들


미 정보력 쥐면, 우크라도 “지는게 어렵다”

(진행자) 눈에 보이는 무기 지원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 지원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이번 쿠르스크 전선 붕괴 사례를 통해 확인된 것 같습니다. 그만큼 미국이 제공하는 정보가 승패를 좌우할 만큼 결정적이었다는 것인데, 미국은 그런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우크라이나군에 제공 했던 것인가요?

(이일우) 미국은 눈에 보이는 유형자산은 물론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쓰는 나라입니다. 그 덕분에 미국의 정보 능력은 공포를 느낄 정도로 막강하다는 표현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일반인들의 상상 범위에서 아득히 벗어나는 수준입니다.

우선, 미국은 전장은 물론, 전장 주변 하늘에 떠 있는 거의 모든 물체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추적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드론을 대량으로 투발 해도 우크라이나가 이를 대부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조기경보시스템 덕분입니다. 미국은 위성과 통신 감청을 통해 러시아 미사일 발사 차량이 어디에서 미사일을 싣고 어디로 이동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향해 미사일을 쏠지를 사전에 모두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정보를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하는데, 이는 러시아가 쏘는 미사일과 드론들이 언제, 어디로 날아올지를 우크라이나가 모두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은 위성과 유인, 무인 정찰기, 장거리 통신 감청 분야도 대단히 막강함. 지구 전체를 둘러 싸고 있는 정찰위성을 통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러시아군의 부대 이동을 감시할 수 있고, RC-135V나 RC-135U 등의 전자정찰기를 통해 이들이 어떤 부대이고 무슨 임무를 받아 활동 중인지 통신 감청을 통해 모두 알아낼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러시아군 움직임,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보고 있으니, 이 정보를 받아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군은 현장 지휘관이 정말 무능한 자가 아닌 이상, 지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적의 공격이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로 이루어질지 미리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병력과 장비를 배치하고, 적절한 지원을 받아 싸우면 어렵지 않게 격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촬영한 전투 영상들을 보면, 마치 우크라이나군이 사전에 준비해 놓은 함정 안으로 러시아군이 돌격해 들어와 궤멸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같은 장면 연출이 가능했던 것은 전부 미국의 정보 지원 덕분이었습니다. 그러한 정보 지원이 끊겼으니 전선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미 정보자산, 북 어디까지 보나?

(진행자) 정보 자산을 구축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구축한 미 정보자산이 감시하고 있는 대상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북한도 해당됩니다. 한반도를 감시하는 미국의 정보자산,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알아낼 수 있나요?

(이일우) 정보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떤 방법으로, 어느 정도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지 공개하는 것을 극도로 꺼립니다. 정보 업무라는 것이 적이 감추고자 하는 것들을 찾아내고 분석해서 해당 대상을 상대할 때 어떤 전략을 취할지 결정할 수 있도록 참고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고 어느 수준까지 알아낼 수 있는지도 철저히 감춰야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고,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요구하는 언론의 힘이 강해졌고,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민간 영역의 전문가들의 수준이 크게 향상되면서, 베일에 가려져 있던 미국의 정보 능력은 비록 빙산의 일각이나마 일반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우선, 미국은 여러 유형의 위성과 정찰기를 이용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북한군의 이상 징후를 거의 모두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대규모 부대 이동은 물론, 생화학무기, 핵무기 저장 시설, 각종 미사일 관련 시설은 인원과 차량의 통행량, 무선 통신의 양과 내용을 모두 탐지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거나 핵무기 제조에 들어갈 경우, 미국은 해당 시설의 인원 및 차량 이동, 통신량 증감, 심지어 대기 중에 극미량이 떠다니는 인공방사성동위원소를 채집해 그 핵무기가 우라늄을 이용한 것인지 플루토늄을 이용한 것인지, 설계 폭발력은 어느 정도인지, 언제 어떻게 어디서 핵실험을 할 것인지 등을 모두 파악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한국을 대상으로 한 미사일 도발을 준비하는 경우에도 미국은 북한 전역에 은폐된 미사일 기지 이상 징후들을 광학영상과 적외선영상을 통해 모두 파악할 수 있고, 미사일이 발사될 때 화염의 열원으로 발사지점, 미사일의 유형도 즉각 파악할 수 있음. 미사일이 상승 중일 때 그 탄도를 추적, 계산해서 어떤 미사일이고 어디에 언제 떨어질지도 예측이 가능합니다.

북한이 한국에 대한 전면전을 준비할 경우, 부대와 장비, 물자 이동 상황, 각 부대간 통신 증감 등을 파악해 최소 사흘에서 일주일 전에는 조기 경보가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6.25 전쟁 때처럼 북한이 한국을 기습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소형군집위성을 1,000개 이상 쏘아 올려 지구 전역을 거의 실시간으로 감시, 촬영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필요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뽑아내는 신의 눈과 같은 정보 능력을 갖추기 위해 제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미국의 손바닥 안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진행자) 미국 정보 자산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움직임, 예를 들어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다.’ 이런 정보까지 다 파악됩니까?

(이일우) 네 당연합니다. 일단은 김정은은 굉장히 그 동선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데, 그 동선을 추적하는 기술은 이미 전부 다 구축이 돼 있습니다. 일단 위성으로 김정은의 관저 노동당사 같이 주로 김정은이 움직이는 그 지역을 계속 들여다보구요. 또 위성을 통해서 김정은이 움직이게 되면 걸어서 움직이지는 않을 거니까 김정은이 사용하는 전용 차량이 있습니다. 그 전용 차량들 그리고 김정은을 경호하는 그 인력들이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그 인력들의 움직임도 전부 다 위성으로 파악이 가능하구요. 한반도 주변에 계속해서 미국의 통신 정찰기들이 왔다 갔다 합니다. 이 통신 정찰기들은 김정은의 경호부대가 “1호 행사가 어디에서 언제 있을 것이니까. 언제까지 준비해라”라고 하는 이런 통신들을 전부 다 감청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김정은의 현재 위치는 물론이고 미래 위치까지도 전부 다 예측이 가능하다. 추적이 가능하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