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국경 봉쇄가 북한 결핵에 미친 영향

진행자 : 북한 결핵환자들이 치료약을 구하지 못해 민간요법에 매달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주로 미나리즙을 복용한다는 데 효과가 있을까요. 취재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안창규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창규 기자 : 안녕하세요.

결핵에 미나리즙을 찾는 이유? ... 주민들이 원하는 건 한국 ‘도츠 치료제’

진행자 : 미나리가 해독에 좋다는 건 알려졌지만 약을 대체할 순 없을 것 같은데요. 결핵약 부족, 어떤 상황입니까. 소식통이 전해온 북한 결핵 병원의 상황도 상당히 심각해 보입니다.

안창규 기자 : 그렇습니다.

최근 결핵 예방원(결핵전문병원)에 입원한 친척 면회를 갔던 함경북도 소식통이 전해온 소식입니다. 소식통은 대부분 입원 환자들이 얼굴이 무척 야위고 핏기도 전혀 없었다며 내복을 벗어들고 이를 잡는 환자도 있었는데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결핵병동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에도 나름 의료체계는 어느 정도 마련돼 있으나 국가 투자가 없다 보니 의료 기술이 낮고 의료 기구와 시설이 매우 열악하며 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김정은의 지시로 전국의 시, 군에 표준약국이 번듯하게 꾸려졌으나 표준 약국에서도 결핵약을 파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심지어 환자가 결핵 병원에 가도 뢴트겐(X-레이) 촬영 같은 검진을 할 뿐 치료를 못 해주는 상황입니다. 증상이 심한 환자의 경우 주변 감염 확산을 우려해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이나 산골짜기에 있는 결핵 병동에 입원시키는 게 고작입니다. 그러나 입원을 한다고 해도 약이 없어 약초를 달여 마시거나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게 전부입니다. 그 대표적인 민간요법이 바로 미나리즙이고 당연히 약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열악한 의료 환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북한의 결핵 환자들이 평양에 위치한 국가결핵표준실험실의 병실 침상에 앉아 있다.
북한의 결핵 환자들이 평양에 위치한 국가결핵표준실험실의 병실 침상에 앉아 있다. (AP)

특히 결핵은 ‘고난의 행군’ 이후 더 확산됐습니다. 경제난으로 식량부족이 극심해 제대로 먹지 못하는 주민이 많아지고 위생 환경, 의료 지원 등도 열악해지면서 결핵환자가 대폭 증가했고, 결핵 치료약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원인이었습니다.

다행히 북한에 유엔 등 국제사회의 지원물자로 결핵약이 많이 유입되면서 전국 차원에서 결핵 치료에 진전이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 결핵환자들은 대부분 급성기를 넘긴 만성 환자들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치료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게 한국이 지원한 결핵약 종합 세트입니다. 북한에서 ‘도츠 치료제’로 부르는 이 결핵약 세트에는 이소니아지드, 리팜피신, 피라진아마이드, 에탐부톨, 마이실린 이렇게 5가지 약이 들어있는데 효능이 아주 좋았습니다. 지금도 북한 주민들이 한국산 결핵 세트 약을 잊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 개발에 몰두하면서 유엔 등 국제사회의 지원이 모두 끊겼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결핵 치료를 위한 종합 세트 약을 제대로 만들지도 못하거니와, 약품 보급도 충분히 하지도 못한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약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병원에 누워있거나 미나리 즙 같은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게 고작입니다.

코로나 이후 ‘결핵약’ 부르는 게 값

진행자 : 지금 안 기자도 언급했지만 한국뿐 아니라 국제 구조 단체들이 긴급 식량과 함께 북한에 가장 먼저 지원한 것이 결핵약입니다. 결핵약 지원은 코로나 이전까지도 지속됐고 지원품이지만 많은 부분이 장마당에서 팔리지 않았습니까? 이제 그런 약도 구할 수 없는 겁니까?

안창규 기자 : 네, 코로나 감염병 사태 이후 결핵 약을 구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지원이 끊기거나 줄면서 중국에서 결핵약이 일부 유입됐는데 강력한 국경 봉쇄로 이것마저 모두 끊겼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중국제 결핵약은 한국이나 서방 나라들이 지원한 약에 비해 효능이 낮다고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구할 수 없어 주민들이 아우성입니다.

기사 작성을 위해 북한 결핵 관련 자료를 찾다가 제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자료를 봤습니다. 유엔과 국제기구들이 2020~2022년까지 기간을 제외하고 현재도 북한에 결핵 치료제와 말라리아 치료제를 일부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유엔개발계획, 세계식량계획, 유니세프, 글러벌 펀드 등이 지원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제한적으로 결핵약이 지원되게 됩니다. 아마 저뿐 아니라 많은 북한 주민들이 알지 못하는 내용일 겁니다.

하지만 지원 물량이 충분하지 않고 평양 등 도시 중심 병원 위주로 공급되는 상황이라 지방까지 보급될 확률이 낮아 보입니다. 또 만성이거나 증상이 심한 환자들을 위한 치료약은 가격이 비싸 공급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북한도 결핵치료제의 하나인 이소니아지드 원료를 외국에서 수입해 평양제약공장에서 약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항생제인 마이싱도 신의주 마이싱공장에서 생산하지만 생산량이 충분하지 못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소니아지드나 마이싱만 가지고는 결핵 치료가 안 됩니다. 앞에서 언급한 리팜피진, 에탐부톨, 피라진아마이드 같은 세트 약이 꼭 있어야 합니다. 특히 북한 결핵환자의 대다수가 만성이거나 폐를 넘어 림프절, 흉막, 뼈, 심낭 등 다양한 장기가 결핵에 감염된 상황인 만큼 세트 약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런 세트 약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결핵 약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이용해 일부 개인 장사꾼들이 이소니아지드, 마이싱 등을 만들어 팔고 있는데 약 성분이 적게 들어간 가짜 약입니다. 가짜 약은 실제 약 성분이 50%만 돼도 괜찮은 것으로 인정되는 상황입니다.

하도 가짜 약이 판을 치다 보니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이소니아지드를 살 때 반드시 핀셋으로 약 한 알을 집어 불에 태워본다고 합니다. 이소니아지드 약이 화약처럼 불이 활활 잘 붙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사꾼들도 대책이 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약의 성분이 가려지는 것을 모르지 않는 약 장사꾼들은 가짜 약에 불이 잘 붙는 물질을 섞어 판매합니다.

또 결핵 치료약 가격이 높은 것도 문제입니다. 최근 북한에서 쌀 등 모든 가격이 몇 배 껑충 뛰었는데 약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결핵약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원래 가격이 얼마였는지 상관없이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합니다.

북한 당국도 자체 결핵약 생산을 시도하고 있으나, 약품 원료 부족, 품질 부족과 대량 생산의 어려움으로 자체 해결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평양의 한 약국 모습.
평양의 한 약국 모습.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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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지난해 북 결핵 환자 13만5천 명…7년째 고위험국”


진행자 : 실제로 북한은 전 세계 결핵 고위험 국가 중 하나입니다. 결핵 유병률, 최근 통계를 봐도 거의 줄지 않았죠?

안창규 기자 : 네, 맞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다수의 국제기구가 북한 내 결핵 발생률을 인구 10만 명당 약 513건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구 10만 명당 약 100건에 달하는 전 세계 결핵 발병 평균치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또 지난해 10월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2024 세계 결핵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북한에서 약 13만 5,000명의 신규 결핵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전년인 2022년에 비해 1,000명 증가한 것입니다. 2023년 기준 결핵 치료율은 약 61%로 2022년에 비해 5% 낮았고, 사망률은 약 19% 더 높아졌습니다.

북한 결핵 신규환자 인구 10만 명당 500명 이상

특히 북한은 2017년부터 7년 연속 일반 결핵과 여러 결핵 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다제내성 결핵’ 모두에서 세계적인 고위험국에 지정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밝힌 30개의 결핵 고위험국 가운데 결핵 신규환자가 인구 10만 명당 500명이 넘는 나라는 북한을 비롯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가봉, 미얀마, 레소토, 필리핀 이렇게 6개 나라입니다.

실제로 코로나 감염 사태 이후 결핵환자가 많이 늘었고 봄이 되면 결핵환자가 많이 생긴다고 합니다. 격리나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완치율은 계속 하락하고 신규 발병율은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 안 기자도 기사에서 전했지만 북한에도 결핵 치료 체계가 갖춰져 있습니다. 사회에서도 군에서도 결핵에 대한 각성이 높아 격리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치료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론적으로 어떤 점이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십니까?

사진은 결핵 신속 검사장비인 '진엑스퍼트' 를 이용해서 현장에서 결핵 감수성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결핵 신속 검사장비인 '진엑스퍼트' 를 이용해서 현장에서 결핵 감수성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유진벨)

안창규 기자 : 가장 우선적으로 식량문제, 먹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북한주민이 “결핵은 잘 먹지 못해 생기는 병”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결핵에 걸리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수십 년째 식량 증산, 식량 자급자족을 외치고 있지만 그 해결이 요원하다는 점입니다. 북한 주민들, 특히 취약층에 속한 주민들이 잘 먹어 영양 섭취 문제가 해결되면 결핵을 예방하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군대, 돌격대와 같은 집단생활 환경이 개선돼야 합니다. 특히 군대와 돌격대의 고강도 노동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양시 주택 건설, 지방공업공장 등 국가 중요 건설에 동원된 군인과 돌격대원, 지원자들이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면서 완공 기일 보장을 위해 하루 12~16시간 이상, 혹은 주야간 고강도 노동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군대, 돌격대 같은 데서 결핵환자가 많이 발생합니다.

또 남성의 경우 흡연을 줄이는 것도 결핵 환자를 줄일 수 있는 대책 중 하나입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이 초보적인 여가도 즐길 여유가 없는 북한 주민들이 정말 담배를 많이 피웁니다. 최근에는 흡연 여성도 많다는 소식도 있는데 담배는 폐 건강에 악영향을 줍니다.

결핵 치료약을 충분히 해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소니아지드, 마이싱 같은 1차 치료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또 다제내성 환자 치료를 위한 2차 치료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특히 결핵 약은 최소 6개월정도 계속 먹어야 하는데 이게 문젭니다.

초보적인 약도 없는 상황에서 2차 치료제나 완치될 때까지 병 상태를 수시로 관찰하면서 병 상태에 따라 약을 바꾸거나 추가해야 하는데 북한 수준에서 이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북한 현지에서 결핵 치료를 지원했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실시하면 얼마든지 완치가 가능했던 환자들이 대부분 다제내성 환자로 된다고 합니다. 의료 상식, 약품 부족, 약 복용 미준수, 결핵 치료 시설과 의료 일군 부족 등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세계보건기구가 밝힌 수치를 능가하는 결핵 환자가 북한에 존재할 것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 결핵에 걸렸다고 하면 ‘뻬까’ 환자로 손가락질 받는 등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힙니다. 주변에 감염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 외딴 곳에 있는 결핵병원으로 강제 이송됩니다.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 결핵에 걸렸어도 숨기는 사람이 적지 않고, 병원에 가봤자 치료 대책과 약이 없으니 자체로 결핵 약을 구해 먹으면서 버티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방 특히 시골인 경우 병원에 가기도 어렵고, 병원 의료 수준도 한심해 결핵에 걸린 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이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음에도 아무런 대책이 세워지지 않는다는 것이 정말 속상합니다. 북한 당국이 말로만 인민을 하늘처럼 위한다고 하지 말고 진심으로 인민의 건강과 행복에 관심을 돌리길 바랍니다.

진행자 : 네, 오늘 [지금 북한은]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집니다. 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