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김정은이 핵잠수함 원하는 이유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정은이 8일 핵잠수함 건조 현장을 방문했는데, 4년 전부터 만든다고 말만 한 줄 알았는데 실제 만들고 있긴 하네요. 전문가들이 사진을 통해 잠수함 크기를 추산해 보니 길이가 100m 이상이고, 배수량은 6천 톤급 이상일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실로 어마어마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만들어 본 가장 큰 잠수함은 1,800톤급인데 1970년대에서 중국에서 잠수함 기술을 전수받아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중국 기술은 아니고 1950년대 소련 해군이 잠수함 만들었던 기술을 중국이 이전받았다가 다시 북한에 건너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북한 주력 잠수함들은 기술적으로 볼 때 2차 세계대전 시기의 독일 유보트 21형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80여 년 전인 1940년대 기술 수준의 잠수함인 것입니다.

2년 전에 진수식을 가진 김군옥영웅함도 실은 낡은 잠수함을 두 동강 내서 가운데 미사일 수직 발사관을 넣은 것인데, 가뜩이나 고물 잠수함에 엄청 무거운 미사일 수직 발사대를 장착하니 무게 중심이 맞을지도 의문입니다.

김군옥영웅함에서 미사일 쏘는 장면을 한번 보고 싶습니다. 저는 미사일을 쏘고도 잠수함이 뒤집어지지 않을지 그게 제일 궁금합니다.

북한이 과거 건조한 잠수함들은 만들기는 쉽지만, 소음이 너무 요란해서 잠수함이라 말할 수도 없습니다. 요즘 발전된 음파 탐지 기술로는 북한의 주력 잠수함은 움직이면 다 걸립니다. 그래서 바닷속 경운기,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바다 속 뜨락또르’ 이렇게 불립니다.

잠수함의 생명이 은밀성인데, 움직이는 것이 다 포착되면 그건 잠수함도 아닌 것입니다. 북한에서 잠수함 승조원들은 비행사급 대우를 받는데, 잘 해줄 이유가 있습니다. 전쟁이 나면 이들은 관을 타고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이런 북한이 원자력잠수함을 건조한다고 하니 저는 참 놀랍습니다.


관련기사

[주성하의 서울살이] 남한 민족, 북한 민족, 간부 민족

[주성하의 서울살이] 가짜 태양과 광명성의 저주


북한 김정은, 핵잠 건조실태 시찰
북한 김정은, 핵잠 건조실태 시찰 김정은 총비서가 핵 추진 잠수함 건조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

원자력잠수함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무기가 아닙니다. 세계에서 원자력잠수함을 보유한 나라는 6개국입니다. 유엔 안전보장 상임이사국 5개 나라, 즉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이 갖고 있고, 그 외 인도가 유일하게 상임이사국이 아닌데 2척 보유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잠수함을 다른 나라들이 보유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제사회의 핵확산 금지에 걸리기 때문은 아닙니다. 원자력잠수함은 동력만 원자력으로 쓸 뿐이라 핵무기만 탑재하지 않으면 어느 나라나 만들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이 만들지 않는 이유는 어머어마한 몸값 때문입니다.

핵 추진 잠수함은 건조비만 일단 10억 달러 이상입니다.

세계에서 제일 비싼 원자력잠수함은 미국이 갖고 있습니다. 미국의 수중배수량 9천 톤급 씨울프급 잠수함은 척당 건조비가 30억 달러에 이릅니다. 수중 배수량이 7,900톤급인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은 척당 건조비가 24억 달러입니다. 이런 잠수함을 미국은 72척 운용합니다.

미국은 제일 좋은 것은 다 갖다 쓰며 최고 성능을 지향하기 때문에 비싸다고 쳐도 다른 나라들도 비싼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러시아 주력 야센급 핵잠수함은 수중 배수량 1만 3,800톤급인데, 척당 건조비가 12억 5천만 달러입니다. 미국의 반값이긴 하지만, 그래도 10억 달러가 넘습니다. 인도가 6천 톤급 핵잠수함 3척을 건조하는데 든 돈이 29억 달러로 척당 10억 달러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원자력잠수함 하나 가지려면 대략 10억 달러씩 써야 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원자력잠수함은 한 척으로는 제 기능을 못 합니다. 실제 용도에 맞게 쓰려면 기본 3척을 만들어 사용해야 합니다.

한 척이 바다에 들어가 임무를 수행하면, 한 척은 대기해야 하고, 나머지 한 척은 정비를 받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원리는 세계 모든 군대에 적용이 됩니다. 잠수함만 그런 것이 아닌데, 가령 한국은 정찰기를 3대씩 사 옵니다. 그래야 한 대가 떠서 정찰할 때 한 대가 교대 임무를 위해 대기하고, 한 대는 정비를 받아 24시간 감시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아무리 싸게 잠수함을 만든다고 해도 그 안에 드는 숱한 부품과 자재를 자체로 조달하진 못합니다. 그러니 척당 5억 달러라고 쳐도 돈이 얼마나 듭니까.

여기에 더해 원자력잠수함은 유지비가 엄청 많이 듭니다. 미국은 원자력잠수함 유지비가 항공모함 유지비의 2배가 듭니다. 항공모함 유지비가 1년에 1억 5천만~2억 달러 드는데, 핵잠수함은 2억 7천만 달러에서 3억 달러 사이 유지비가 듭니다. 즉 핵잠수함이 항공모함보다 돈을 두 배 더 잡아먹는 하마라는 뜻입니다.

잠수함은 최고난도의 건조 기술이 필요합니다. 수상함과는 달리 협소하고 한정된 공간에 수많은 관과 전선, 무장체계 등이 복잡하게 설치되기 때문입니다. 작은 장비 하나만 바뀌어도 관련 체계 설계를 연쇄적으로 변경해야 합니다. 또한 수중 작전 환경에서 승조원 안전 등을 고려한 압력선체 건조 기술도 뛰어나야 합니다. 원자력잠수함은 여기에 더해 작은 공간에서 원자로까지 운영해야 하니 훨씬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국민총생산액이 1조 달러가 넘고, 세계에 잠수함을 수출하는 선진국인 한국조차 수십억 달러짜리 잠수함을 보유하고 유지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겁니다. 물론 가지려면 가질 수 있겠지만 그런 돈을 들일만큼의 가성비가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부자나라 한국도 못 하는 것을 김정은이 하겠다고 하니 참 놀랍지 않습니까.

김정은이 핵잠수함에 수십억 달러를 쓰겠다면 말리고 싶진 않습니다. 그것이 김정은 체제를 지켜주진 못할 겁니다.

다만 저는 소형원자로를 만들 그런 능력이 있다면 깜깜한 암흑에서 사는 인민들 전기 문제나 풀라고 하고 싶습니다. 진정 김정은의 머릿속에는 인민은 없는 것일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