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입니다. 안창규 기자 나와 있습니다.
북한 담뱃값 상승은 월급이 올랐기 때문이 아니다?
진행자 : 최근 RFA는 북한의 담배 가격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여과(필터)담배 중 가격이 가장 싼 것이 7천 원(0.30달러), 비싼 것은 2만 원(0.86달러)입니다. 2만 원이면 지금 물가로는 쌀 2 킬로 가격을 넘는데요. 상당히 많이 오른 것 아닙니까?
안창규 기자 : 북한 소식통이 전해준 담배 가격이 너무 높아서 저도 좀 놀랐습니다. 2025년 4월 가격으로 대동강, 칠보산 같은 담배는 5천 원, 고양이 담배는 1만원 5천 원, 려명이나 7.27은 2만 원 선이었습니다.
지난해 조사했을 때, 가장 비싼 담배가 쌀 1킬로 가격이었는데 지금은 두 배가 넘으니 많이 오른 겁니다. 그러나 소식통은 북한 내부의 물가가 폭등했던 지난 12월 초에 비해서는 다소 가격이 내린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 작년 12월 물가 폭등의 원인은 뭔가요?
안창규 기자 : 소식통은 12월 초, 북한 내부에서 화폐 개혁을 한다는 소식이 퍼지며 물가가 요동쳤다고 전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외부 정보를 엄격하게 통제하지만 중국과 거래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무역 등 장사하는 사람들은 정보에 예민한데요, 남한의 계엄 소식이 다양한 통로를 통해 북한 내부에도 전해지면서 이런 다양한 요인으로 시장이 “상당히 불안한 상태였다”는 겁니다.
따라서 12월 초에 비해서는 요즘 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됐고 담뱃값도 내려간 상태이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근로자 월급 인상 이후 북한 물가가 많이 오르지 않았습니까? 담뱃값이 비싼 것도 그런 요인으로 볼 수 있을까요?
안창규 기자 : 지금의 담배 가격은 월급 인상과 큰 연관성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중국으로부터 담배 원자재 수입이 막힌 것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됩니다. 원자재가 원활히 공급됐다면 이 정도로 담뱃값이 오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유엔대북제재가 강화된 이후 북중 임가공 무역은 주로 의류였으나 이후 가발, 시계 등으로 다변화되더니 2018년 이후엔 담배 임가공이 늘었고 2021년에는 담배 원자재가 대중 수입품목 2위에 들었습니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담배 자재는 상당히 다양한데 담배 종이부터 필터, 담뱃갑 포장재 그리고 꿀 등 담뱃잎 가공 재료 등 여과 담배에 필요한 거의 모두 것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에서 재배되는 담뱃잎이 부족해 담뱃잎도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수입된 원자재를 북한 공장에서 완제품 여과 담배로 생산, 중국에 수출하고 일부는 내수용으로 판매해 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북중 관계입니다.
북중 무역은 5월부터 풀린다는 신호 감지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며 북중 관계가 껄끄럽다는 신호가 여러 곳에서 감지됐는데 담배 원자재 수입 역시 막혔습니다. 북중 무역에 관계하는 소식통들은 중국 측이 담배 원자재의 수출을 막았고 원자재가 없으니 당연히 북한 내부의 담배가 귀해졌고, 담뱃값이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소식통들은 중국 업자들이 북한 담배를 수입하고자 해도 중국 세관에서 막는 상황이라며 배로 원자재 등이 몰래 수입되지만 그 양이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5월부터는 상황이 조금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소식통은 “중국에 파견되는 북한 노동자들이 5월부터 시범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며 북중 무역 거래 역시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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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한국에서는 ‘오르지 않는 것은 내 월급뿐‘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세상 모든 물가는 오르는데, 내 월급만 그대로다… 약간 자조적인 표현인데요. 아마 청취자들도 동감할 것 같습니다. 국가에서 근로자 월급을 분명 올렸는데 사는 건 더 힘든 상황이니까요. 지금은 서민들에 비해 생활이 넉넉한 간부들까지 “돈이 없어 담배를 사서 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는데, 왜 이렇게 생활이 어려워지는 겁니까?
안창규 기자 : 월급을 많이 받는 간부도 5만 원(2.17달러) 정도 받는다고 합니다. 이걸로는 담배 3갑도 못 삽니다. 그리고 제가 파악하기는 이마저도 제대로 안 나오는 것 같습니다.
우선 과제금이 너무 많습니다. 원산, 갈마 지구 건설, 삼지연 건설, 신의주 온실 농장 건설 지원품 등 내라는 과제금이 월급을 넘어간다고 합니다.
공장 근로자의 경우에는 공장이 돌아가야 월급을 받는데, 돌아가는 공장보다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으니 월급을 못 받고 오히려 과제금 때문에 돈을 더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남편들은 장사하는 부인들에게 돈을 꿔서 내기도 하죠.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그랬습니다.
월급은 올랐어도 돌지 않는 공장, 과제금 부담이 더 많아
북한 매체들은 일부 지방 공업 공장이 가동 중인 것으로 보도하지만 그런 공장들은 거의 중국에서 재료와 설비가 모두 들어간 공장입니다. 20*10 정책으로 지어진 지방 공장은 거의 특산품 공장인데, 공장을 돌릴 원료와 전기가 부족해 정상적으로 생산도 안 되지만 생산이 된다고 해도 판매할 유통망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자강도는 지역 특산물인 잠업 특산물을, 함경북도는 오미자 특산물을 만드는 공장이 세워졌다면, 해당 공장에서 생산한 특산품을 다른 지방에 팔아야 하는데 이걸 어떤 지방에서 구입할 수가 있겠습니다.
당국에서는 20x10 정책을 내오면서 지방 특산물을 서로 판매한다고 했지만 애초 그런 여력이 있는 지방은 없습니다. 또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매년 공장을 지으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잘 살 수 있다, 이 고비를 견디면 잘 살 수 있다는 게 북한 당국의 말이지만, 당장 오늘이 걱정이 북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허황된 이야기입니다.
진행자 : 제2의 ‘강성대국 타령‘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어쨌든 담배는 북한 사회에서 단순히 기호품 이상의 의미지 않습니까? 뭐 하나 버리는 것 없는 북한 사회에서 꽁초도 줍고 여과 담배의 솜이 재활용되기도 했었는데요. 담배 가격의 상승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안창규 기자 : 한국에서는 ‘담배‘하면 끝에 필터 솜이 있는 필터 담배를 말하는데요. 북한에서는 따로 ‘여과 담배‘라고 따로 부릅니다.
특히 7.27, 여명 같은 일부 값비싼 여과 담배는 사치품입니다. 그러니까 뇌물도 되고 권력과 재력의 상징이 되는 겁니다.
간부들은 과시용으로 여과 담배를 피우는데, 보통 옆에 누가 있으면 본인이 담배를 꺾어 피우더라도(피다가 중간에 끄고 다시 피우더라도) 옆에 누가 있으면 권해서 같이 핍니다. 그만큼 돈이 많다고 과시하는 거죠. 그런데 가격이 이렇게 높아지면 그 가치는 더 높아졌습니다.
최근 간부들도 보는 눈이 없는 집 안에서는 ‘써레기‘를 노동신문 종이에 말아 피우는 말아초를 피고 밖에서만 여과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하는데 아마 이런 경향은 더 늘어날 겁니다. 또 비싸지는 만큼 뇌물로서의 담배, 권력과 재력의 상징으로서의 담배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 백해무익한 담배, 이 기회에 끊는 건 어떠십니까? 오늘 소식은 여기까집니다. 안창규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지금 북한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에디터 :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