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우리 아이도 주애처럼” 남한 영양제 ‘텐텐’ 열풍

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입니다. 김지은 기자 나와있습니다.

김지은 기자 : 안녕하세요.

신형 구축함 진수식 등장 ‘김주애’, 북한 주민들이 주목한 것은?

진행자 : 김정은 총비서의 딸, 주애 양이 지난 25일, 북한 신형 구축함 진수식에 오랜만에 등장했습니다. 2022년 처음 등장했을 때는 어린 소녀였는데 이제 키가 아버지만큼 컸습니다. 주민들 눈에도 훌쩍 자란 총비서 딸의 키가 눈에 들었던 모양인데요. 어린이 영양제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요?

김지은 기자 : 네, 김정은 총비서의 딸이 처음 언론에 공개된 것은 2022년 11월 1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흰색 동복(겨울점퍼)에 빨간 신발을 신은 딸의 손목을 잡고 나온 김 총비서의 사진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국제사회가 김 총비서의 딸의 등장에 대해 너무 요란하게 떠들어서인지 그 후 북한은 거의 많은 국가행사에 부인을 대동하지 않고 딸과 함께 행사장에 등장하는 친근한 어버이의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2년이 지난 최근 행사장에 나온 모습은 어린 아이의 모습은 사라지고 제법 아버지의 키와 비슷하게 보이는 어른스러운 자태였습니다.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이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여위고 마른 모습에 비해 부녀의 얼굴은 터질 듯 팽팽합니다. 게다가 총비서의 딸의 키는 하루가 다르게 큰 모습이어서 북한 주민들에게 상당한 자극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폭풍 성장한 김정은의 딸이 등장하면서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각종 여론이 돌았습니다.

우선 김총비서가 국가 행사에 부인 이설주 여사를 대동하지 않는 데에 대한 의혹입니다.

일각에서는 의전을 책임지는 여성 보좌진이 딸의 등장을 적극 조성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고위 간부들 속에서 김 위원장이 태어나서 김주애의 나이가 될 때까지 외부에 자신을 공개하지 못하고 은둔생활을 한 것도 김주애의 등장과 연결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주목받는 남한 영양제 ‘텐텐’, 가격은 한국의 4배

이런 가운데 김주애의 성장한 모습에 한국의 어린이 영양제 ‘텐텐’이 일부 주민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키가 훌쩍 자란 김주애의 모습에 북한의 부모들이 ‘자녀들의 키를 키워야겠다’는 자극을 받으며 키를 키우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는데, 알음알음 북에 들어가던 한국산 어린이 영양제 ‘텐텐’이 주목을 받았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텐텐’은 성장과 발육에 필요한 각종 성분이 들어있어 배가 고파도 영양을 공급할 수 있고 키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한미약품의 텐텐츄정
한국 한미약품의 텐텐츄정 한국 한미약품의 텐텐츄정 (한미약품)

물론 영양제는 그나마 밥을 먹을 수 있고 돈이 있으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주민들, 특히 권력을 가진 간부층에서 수요가 있다고 합니다. 영양제 한 통 가격이 거의 쌀 2 가마와 맞먹으니 일반 주민들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수준입니다.

온 나라 주민들에게 김 총비서를 ‘친근한 어버이’라고 찬양하게 한 북한에서 김주애의 성장은 대부분의 주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더해줄 뿐입니다.

진행자 : 익숙한 이름이 등장했습니다. 한국에서 국민 어린이 영양제… 사실 영양제로 나온긴 했지만 아이들이 사탕이나 단묵 비슷하게 먹는 ‘텐텐’ 영양제. 한국 30대까지 이거 안 먹어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오래되고 많이 팔리는 제품인데, 이게 북한에도 팔리고 있었나요?

김지은 기자 :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한국에도 다양한 어린이 영양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중에 ‘텐텐’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그리고 그 약이 북한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기사를 취재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가격을 알아보니 한국에서 160알 한 통에 2만 5천 원, 미화로는 17.90 달러, 중국 돈으로 129.51 위안 정도인데요. 같은 약이 중국 현지에서는 300위안, 2.3배 정도 더 비싸게 팔리고 북한에서는 500 위안, 남한 가격의 4배로 비싸게 팔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한미약품’에서 제조하는 ‘텐텐’은 중국에서도 인기리에 판매 중인데 중국 상품명은 ‘마미아이’로 자회사인 북경한미약품에서 현지 제조합니다.

북한에는 들어가는 ‘텐텐’은 포장이 모두 벗겨진 채로 유입되고 전문 판로가 조성돼 북한 전역으로 유통된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도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북한 주민들이 자식의 키 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가 알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의 ‘키’, 남한보다 중요한 이유

진행자 : 주애 양의 나이는 12~13세로 예상됩니다. 비슷한 나이의 한국 아이들 평균 신장을 찾아봤습니다. 12세 남아의 경우 156.1cm, 여아 156.5cm, 13세 남아 162.8cm, 여아 159.3cm 입니다. 북한 어린이 신장에 대한 가장 최근의 연구는 2009년인데요. 12,13세 모두 남한과 13센치 정도 차이가 납니다. 그럼에도 남한에서도 부모들은 키 성장에 대해 신경을 씁니다.

요즘은 워낙 다들 키가 크기 때문에 내 아이만 작으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 있는 거죠. 북한 부모들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북한 사회에서는 ‘키’가 중요하고 키 작은 청소년은 ‘사회적 낙오자’로 인식된다고 했는데요, 북한 사회에서도 ‘키’ 얼마나 중요합니까?

김지은 기자 : 한국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키가 작고 마르고 왜소한 체형은 스스로 위축되기도 하지만 더군다나 북한같은 집단 체제의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평양 모란봉구역 민흥초등학교 입학식
평양 모란봉구역 민흥초등학교 입학식 2023년 4월, 평양 모란봉구역에 위치한 민흥초등학교에서 신입생들이 입학식에 참여하고 있다. (AP)

열병식을 비롯해 각종 정치 행사를 진행할 때 대열을 지을 때면 키 크고 훤한 대상을 제일 앞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간부들의 자식은 일반 주민들보다 잘 먹고 잘 자라니 눈에 띄고 다시 간부가 될 확률도 높고요.

집단사회에서는 외모가 왜소하면 많은 부분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됩니다. 작고 마른 사람이 키가 크고 튼튼한 사람보다 일을 해도 제대로 잘 할 수가 없고 뒤처지게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돌격대를 비롯한 북한 사회의 가장 어렵고 힘들어 모든 사람들이 기피하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 체격은 일반 주민들에 비해 더 작습니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어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대부분 경제적 여력이 있는 집의 자녀들이 키가 큰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키가 작은 청년들은 북한에서 사회의 낙오자처럼 취급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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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어떤 면에서 남한보다 북한에서 오히려 키 큰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북한 신형 구축함 진수식에는 주애 양 뿐 아니라 북한 간부 자녀들이 함께 등장했습니다.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는데요. 그 배경 어떻게 보셨습니까? 어떤 메시지를 대외에, 북한 주민들에게 전하려 했다고 보십니까?

김지은 기자 : 정상적인 국가의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여러 측근들, 특히 김여정의 자녀로 보이는 아이들도 진주식에 등장했는데, 굳건한 군사력으로 미래를 담보하겠다는 의미지를 북한 주민들과 대내외에 알리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주적으로 지정한 대한민국의 국력과 군사력을 북한 주민들이 알까봐 두려운 게 아니겠습니까. 북한 주민 누구도 반기지 않는 데 김정은 총비서는 문을 닫아 걸고 자녀를 데리고 다니며 정중지와, 즉 우물 안의 개구리의 삶을 즐기는 것이 아니겠습니다.

진행자 : 본인 외에 과연 누가 그 우물 안의 삶을 즐기고 있을까요. [지금 북한은]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김지은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에디터 :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