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파견 북 여성 노동자, 스무 살에 중국 가면 서른 돼야 고향으로

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입니다.

진행자 : 최근 북한 당국이 중국 내 의류 공장에 북한 노동자 파견을 위한 신규 계약을 추진한다는 소식입니다. 취재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김지은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지은 기자 : 안녕하세요.

신규 노동자 파견 계약, 뭐가 바뀌었나?

진행자 : 이번 계약으로 파견되는 노동자 규모, 어느 정도입니까?

김지은 기자 : 네, 기사에서 언급한 계약서에 395명이었지만 최근 입수한 새 계약서 의 인원을 합치면 1천5백 명 수준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은 과거 계약서에 비해 훨씬 작은 규모입니다. 업종에 따라 파견 인원이 다르지만 과거, 북한은 한 개 회사에 적게는 8명에서 최대 2만 명까지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파견되는 노동자들은 피복 분야에 종사하는 20대 여성 노동자와 30대 소수 남성 관리자로 확인되는데요. 보통 파견 인원은 업종에 따라 달라집니다.

의류 업체 등 공장에서 일할 숙련공을 필요로 하는 경우 파견 노동자 숫자가 많고, 정보통신 등 컴퓨터 관련 회사들은 파견 인원이 적습니다.

컴퓨터 관련 업종의 경우 주로 군인들처럼 머리를 짧게 한 젊은 20~30대 남성 인력들이 파견되는데 이들은 외형상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파견돼 영화나 교육 프로그램 제작에 종사하는 것으로 위장돼 있습니다.

그러나 소수의 인원만 계약서상에 명시된 업무에 종사하고 나머지는 외부와 차단된 채 계약과 상관없는 업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이들의 임금은 일반 피복 관련 노동자들보다 10배 이상 높고 중국에서도 최상급의 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합니다.

임금 올랐지만 파견 기간 5년->10년

진행자 : 계약서가 가장 중요한 부분은 노동자들의 임금일 것 같습니다. 신규 계약서에서 확인되는 노동자 임금, 파견 조건 등은 과거 계약서에 비해 어떻습니까?

김지은 기자 : 우선 계약서상 월급은 2개월 실습 기간 이후엔 기능공 즉 일반 노동자는 3,500위안(484달러), 책임자는 5천 위안(692달러)입니다. 기존 2천~3천 위안 수준에서 임금은 올랐습니다만 계약 내용을 들여다보면 좀 다릅니다.

기존 계약에서는 노동자들이 아프거나 다쳤을 때를 대비한 보험을 중국 회사 측에서 들어줬습니다. 즉 보험 비용을 중국 회사가 부담했는데 이번 계약부터는 보험을 북측에서 책임지도록 했습니다. 보험 비용 지출이 없으니 노동자 월급이 인상돼도 중국 회사 측의 이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특히 이번 계약에서 주목할 것은 계약 기간입니다. 보통 5년이던 계약 기간이 신규 계약서에는 모두 10년으로 조정됐습니다. 즉 이번에 파견되는 노동자들은 당국의 외화벌이를 위해 10년간 중국에서 갇힌 생활을 하게 될 것이란 의미입니다.

중국 단둥 외곽의 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축구화 공장에서 재봉 작업을 하고 있는 한 북한 여성 노동자.
중국 단둥 외곽의 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축구화 공장에서 재봉 작업을 하고 있는 한 북한 여성 노동자. 2012년 10월, 중국 단둥 외곽의 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축구화 공장에서 한 북한 여성 노동자가 재봉 작업을 하고 있다. (AP)

진행자 : 오히려 새 계약서는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것 같습니다.

저희가 마지막으로 중국 파견 노동자 소식을 다룬 것이 2024년 본국 송환 소식입니다. 최근까지 중국에 신규 노동자 파견이 없었던 겁니까? 또 이 부분이 가장 핵심일 것 같은데요. 김 기자는 신규 노동자 파견을 북중 양국, 어느 쪽에서 어떤 이유로 막고 있었다고 보십니까?

김지은 기자 : 네, 저는 중국 정부라고 봅니다. 최근까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북한의 신규 노동자 파견 결정권은 중국 정부가 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파견 노동자로 인해 벌어들이는 외화를 원하지만 이 노동자들을 받아들일지 결정하는 건 중국입니다. 소식통들은 중국 업체는 파견 북한 노동자를 원하고 있는데 계약을 못 하는 건 “중국 정부의 승인이 없어서”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북한 김정은과 러시아 푸틴과의 밀착 관계가 노골화되면서 북중 관계가 소리 없이 냉각기에 들어갔습니다. 활발히 진행되던 세관 통과 물류가 급격히 줄어들고 북중 간 밀무역을 빗댄 해상 무역도 완전히 중단됐습니다. 북중 관계는 주로 북한이 중국의 의향을 무시하거나 독단적으로 행동할 때 나타나곤 했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차원이라고 이해되는데요, 최근 얼어붙었던 북중 관계가 풀릴 것이라는 조짐이 여러 부분에서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이번 노동자 파견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 파견 노동자는 중국 정부가 쥔 ‘동아줄’

북한의 노동자 파견은 유엔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정면으로 위반한 범죄에 해당하고 중국이 파견 노동자의 본국 송환을 결정하면 북한의 입장에선 거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을 조종하는 동아줄로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 가장 고통 받는 것은 북한 노동자들입니다.

중국은 자국 업체에 외국 노동자 고용을 허가하는 규정을 내세워 북한 정권에 이익을 제공했습니다. 코로나 기간에도 북한에 중국으로부터의 수많은 의약품과 각종 생필품, 건설 물자가 유입됐습니다. 하지만 북한 노동자 귀환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송환을 못 한다고 알려졌는데 물자를 운송하며 사람들이 오갔습니다. 파견 노동자들만 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북한은 2024년 8월 노동자 파견을 시작했습니다. 사실상 이를 기존의 인력을 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8월에 한 차례 진행한 인력 파견은 올해 5월에야 재개되었습니다. 또 입수된 신규 계약서들을 보면 6월부터 노동자들이 대거 파견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북한의 교체 노력(인력)과 확대 노력을 고용하려고 중국 업체 측에서 공장 설비와 숙소를 확장하는 등의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당겼던 끈을 약간 느슨하게 놓은 것입니다.

2017년 9월, 중국 동북부 지린성 훈춘시에 위치한 한 해산물 가공공장에서 작업을 마친 뒤 손을 씻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의 모습.
중국 동북부 지린성 훈춘시에 위치한 한 해산물 가공공장에서 작업을 마친 뒤 손을 씻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의 모습. 2017년 9월, 중국 동북부 지린성 훈춘시에 위치한 한 해산물 가공공장에서 작업을 마친 뒤 손을 씻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의 모습.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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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신규 파견은 없었지만 여전히 중국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상황은 어떤 것으로 파악됩니까? 한동안 집으로 귀환이 안 돼 불만도 많고 딱한 사연도 많지 않습니까?

김지은 기자 : 코로나 전에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평균 7년 이상, 일부는 10년간 중국에 있었습니다. 10 대 후반, 20세 초반에 파견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30세가 될 때까지 담장이 둘러쳐진 공장 내부에서 갇힌 생활을 하였습니다. 일부 북한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는 중국인 노동자들은 북한의 노동자들을 보며 중국 감옥에 갇힌 죄수들보다 못하다고 말합니다.

지금도 노동자들은 부모형제가 있는 조국으로 가고 싶어 밤마다 눈물 흘린다고 합니다. 어떤 숙소에는 밤이면 매 층마다의 복도 철문을 양쪽으로 잠그는데 단체로 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북한 당국은 그들의 아픔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북한은 통치 자금이 시급하고 중국은 파견 노동자의 외화자금을 북중 외교관계의 동아줄로 이용하는 것이죠.

진행자 : 4월 중국 해관 총서가 공개됐는데요. 북중간 무역액은 2억2천21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나 증가했습니다. 특히 북측 수입이 늘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무역에서 양국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앞으로 중국과 북한, 특히 노동자 파견 부분에서는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요?

김지은 기자 : 네, 중국의 해관 총서가 공개하는 공식 무역 실태와 물밑에서 몰래 진행하는 양국 간 교류는 다릅니다. 예를 들면 대북 제제에 위배되는 것은 세관 항목에 다른 명목으로 기입하는 형식입니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때 이용한 차량은 중국산으로 알려졌는데 해관 총서에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해관 총서가 북중 무역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북한 노동자의 중국 파견도 6월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몇 건에 불과합니다. 노동자 파견이 본격화될지, 결과적으로 북중 무역이 좀 더 확발해질지는 앞으로 몇 달,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지은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김지은 기자 : 감사합니다.

진행자 :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함께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이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