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진행자: 북한 당국이 지방공업공장 원료기지 조성에 젊은 여맹원들을 보내 벌써 몇 달째 숙식하며 일을 시키고 있어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소식 손혜민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안녕하세요?
손혜민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기간은 정해놓고 일을 시키는 겁니까? 언제까지 그렇게 가족과 떨어져 일을 해야 하는 건가요?
강제 동원된 북 젊은 여성들, 봄부터 추석 전까지 가족과 떨어져 원료기지 조성
손혜민 기자: 소식통에 의하면 봄철 파종부터 곡물을 수확하는 가을 기간으로 알려졌습니다. 추석 전까지는 가족과 떨어져 일해야 하는 건데요. 북한의 원료기지라는 게 지난해부터 김정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발전 20 ×10정책’ 실행으로 연이어 건설되는 지방공업공장에 공급해야 할 밀과 보리, 콩, 기름 밤나무 등 기초 식품 원료를 재배하는 곳입니다. 국가가 해야 할 자재 공급 역할을 가정주부 여성들에게 떠민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무보수 노동이라는 것이죠.
올해는 ‘지방발전 20 ×10정책’의 실효성을 평가받는 시기여서 원료기지 외 농촌 건설에도 가정주부 여성들이 동원됐다고 하는데요. 가정주부 여성들은 정치사상조직인 여맹조직에 망라되어 있어 당국이 원료기지와 농촌건설대에 탄원하라는 지시를 내리면 어쩔 수 없습니다.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황해북도에서 800명의 여맹원들이 지방공업공장과 원료기지사업소, 농촌 건설 현장에 자발적으로 탄원했다며 현장 사진을 보도했는데요. 그 사진을 보니 어두운 표정이 짙게 드리워 그들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이해가 가더라고요.

강제 동원 여맹원들, 한 달에 두 번 가족과 만나면 싸움뿐?
진행자: 정말 자발적이라면 표정이 어둡진 않았겠죠. 이번 손 기자 기사를 보면 그렇게 여맹원들은 몇 달째 숙식하며 일을 하다가 한 달에 두 번 집에 갈 수 있다고 하는데요.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 반가울 법도 한데 가정불화까지 생기는 이유는 뭘까요?
손혜민 기자: 맨 손으로 농사와 건설을 하려면 건강한 육체와 젊음이 필요하지 않나요. 이로써 당국이 원료기지와 농촌건설에 파견한 인력은 30대의 여성들입니다. 양강도에서는 젊은 여성이 모자라 40대 초반까지 여맹돌격대로 조직해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는 현장에 보냈다고 하는데요. 30대 여성이라면 아직 엄마의 손과 보살핌이 필요한 열살 도 안 된 자녀가 있고, 40대 초반이라 해도 고등학교 다니는 자녀들이 딸린 엄마입니다.
특히 가정의 살림살이는 어떻겠습니까.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공장에서 일하는 남편도 역시 바쁩니다. 집 안을 거두고 자녀를 보살피는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결국 어쩌다 집에 온 아내는 집안 꼴에 눈이 감기죠. 누군들 화가 나지 않겠나요. 남편에게 뭐라고 한 마디 하면, 남편은 남편대로 화가 납니다. 결국 부부는 오랜만에 만나 정을 나누기 전에 폭력이 오가는 갈등이 커집니다. 국가가 가정 주부 여성들을 무보수 인력으로 동원하려면 어린이 돌봄학교 같은 시설 마련이 우선입니다.
국가의 책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성들의 노동력을 무보수로 동원하는 것만 해도 억울한데, 집에서 떨어진 원료기지나 건설현장에서 숙식하도록 여성들을 매 놓으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 엄마가 자녀를 방치하는 문제에서 더 나아가 젊은 부부를 갈라놓는 문제가 국가 정책으로 초래되는 문제는 심각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당국은 공장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어느 정도 식량과 월급을 공급하는 것으로 여성과 아동의 인권문제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것이 더 큰 문제죠.
관련 기사
북 주부들, 지방공업 원료기지 집단배치로 ‘가정불화’ 호소

장마당서 생계 책임지던 여성들 없어진 가정, 경제사정 심각
진행자: 이걸 당국이 방관 하면 문제는 더 커지겠네요. 집집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가정불화 만큼이나 경제 사정도 심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편에게 어느 정도 식량과 월급을 공급한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여성들이 장마당에서 돈을 벌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왔던 걸 갈음할 수 있는 정도인 겁니까?
손혜민 기자: 남편이 공장에서 받는 식량이 얼마나 되겠나요. 평안북도에서는 올 감자를 지난주 식량배급으로 주었다고 하는데요. 감자 몇 알을 끼니로 먹고 나면 30분도 안 되어 허기가 밀려옵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북한에서는 가정주부 여성들이 장마당 장사로 생계를 이어왔거든요. 그런데 가정주부 여성들을 원료기지나 농촌 건설 현장에 보냈으니 살림살이 돌보던 주부가 없는 가족 상황이 말이 아닌 겁니다.
특히 엄마 없는 아이들이 배가 너무 고파 가출하여 고아 아닌 고아로 거리를 방황하거나 주변 농장에서 감자나 오이, 가지 등 농작물을 훔치다 도둑으로 몰려 매를 맞는 일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당국은 방랑자 규찰대를 조직하고 가출한 아이들을 단속해 살고 있는 동네로 보내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그때뿐이고 다시 또 아이들은 엄마가 없는 집에 가기 싫어 가출과 도둑을 반복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민생활 향상 목표 지방발전 정책이 지방 주민들 빈곤으로 내몰아
진행자: 북한 당국은 지방 인민들 생활을 향상시키겠다며 지방공업공장 짓기에 주력하고 있죠. 하지만 그 때문에 앞으로 10년간은 이렇게 인민들이 강제 동원되는 일이 계속 되는 것 아닙니까?
손혜민 기자: 맞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북한 당국이 가정 주부 여성들을 돌격대로 내보내 가정이 파괴되며 노출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는 김정은 정부가 인민생활 향상을 목적으로 제시한 ‘지방발전 20×10정책’으로 일어나는 모순이라는 것이죠. 올해가 두 번째 해이니 인민생활의 향상은 고사하고 앞으로 8년간 북한에서는 여성의 인권과 아동의 인권 문제, 각 가정의 경제문제가 이어질 테니 말입니다. 벌써부터 일부 여성들과 남성들 속에서 이에 대한 문제가 당 위원회 신소함에 제기되고 있지만, 최고지도자의 정책 관철이니 간부들도 골머리를 앓는 겁니다. 이에 대해 다시 한번 김정은 정부는 인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