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고양이 뿔 빼고 모든 게 다 있다는 북한의 장마당, 그런 장마당에서 파는 물건 하나만 봐도 북한 경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에만 있는 물건부터 북한에도 있지만 그 의미가 다른 물건까지, 고양이 뿔 빼고 장마당에 있는 모든 물건을 들여다 봅니다. <장마당 돋보기>, 북한 경제 전문가 손혜민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손혜민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장마당에 가면 제일 초입에 달걀, 그러니까 닭알을 파는 매대가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에서 고기 먹기가 쉽지 않으니 달걀로라도 단백질 섭취를 많이 해야 할 텐데, 손 기자, 지금 북한에서 달걀 가격은 높은 편인가요?
한 달 월급으로도 못 사는 달걀 1알
손혜민 기자: 공장 노동자의 기존 월급으로는 달걀 1알도 못 살 정도로 비싼 가격입니다. 그만큼 달걀이 귀하다는 얘긴데요. 현재 평안남도 시장에서 달걀 한 알 가격이 1,700~2,000원(0.07~0.08달러)입니다. 개인이 집에서 기르는 암탉이 낳은 달걀 가격은 목장에서 닭우리에 햇빛 대용 조명을 밤에도 비추어 생산한 달걀보다 비쌉니다. 북한에서는 IT설비로 환경을 조정해 목장에서 생산되는 달걀을 ‘컴퓨터 달걀’이라고 하는데요. 어떤 달걀이든 한국처럼 누구나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단백질 음식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작년부터 국영 공장 노동자의 월급이 20배 이상으로 인상되면서 명절이면 가족이 달걀 한 알 맛 보는 게 가능해졌지만, 달걀 두 알 살 돈이면 4인 식구 한끼 먹을 식량을 살 수 있어 달걀은 여전이 그림의 떡이죠.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비싼 달걀이 부엌에 놓여 있는 찬장 유리 안으로 보이는 집이라면 중산층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북한을 비교하면 달걀 구매 단위도 차이를 보이죠. 한국에서는 농촌 사람들도 30알씩 포장된 달걀 한 판씩 사지 않나요. 요즘 물가가 올라도 달걀 한 판에 7천원이거든요. 짜장면 한 그릇 가격보다 쌉니다. 이 때문에 한국 마트에서 달걀 한 알 사겠다고 말한다면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라는 눈길을 받을 겁니다.
진행자: 그럼 북한에서는 달걀을 한 알씩도 파는 건가요?
손혜민 기자: 맞습니다. 최근 북한에도 컴퓨터 달걀이 생산되면서 평양 백화점이나 상점에 가면 30알씩 포장된 달걀 판이 매대에 놓여 있지만요. 국정가격으로 공급하지 않는 이상 달걀 한 판을 통째로 사 가는 평양 시민은 드물다고 합니다. 많이 사야 5알~10알이죠. 지방에서는 농민들이 볏짚에 5알씩 포장한 달걀 꾸러미가 시장에 나오는데요.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는 달걀을 꾸러미로 사는 주민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에서는 한 알 단위로 판매됩니다. 남편과 자녀가 감기에 걸리거나 몸 보신이 필요할 때 아내들은 영양 보충용으로 한두 알의 달걀을 큰 마음 먹고 사는데, 돈을 절약하려고 컴퓨터 달걀을 사죠.
농축산 기술이 발전한 한국과 비교하면 판매 단위와 소비 행태가 다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북한에는 580만 마리 정도의 닭이 있는데, 한국에는 1억 8,200만 마리 정도의 닭이 있다는 통계도 있거든요. 제가 한국에 입국해 처음 TV로 뉴스를 보면서 일부 사람들이 화풀이용으로 달걀을 던지는 장면을 볼 때 놀란 적 있거든요. 산삼처럼 비싸고 귀한 달걀을 던져 버리다니,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장면이 이제는 남북 간 경제력의 차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들 책상엔 조명 없어도 부화기에 놓을 조명은 어떻게든 구해
진행자: 그렇군요. 그런데 북한에서 지금도 비싸고 귀한 달걀이지만 과거보다 상점과 시장에 나올 수 있게 된 건 부화기로 병아리를 파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면서요? 이 부화기는 언제 어떻게 시장에 늘어나게 된 걸까요?
손혜민 기자: 북한 농촌에서는 조금 더 일찍 등장했겠지만 제가 살았던 평안남도 도시를 본다면, 장마당 발달이 눈에 띄게 알리던 2000년대 초반부터였습니다. 누구든 앉으나 서나 장사 아이템을 고민하던 때니까, 가격이 비싼 달걀이나 닭고기를 생산한다면 괜찮은 장사라고 생각한 거죠. 개인이 처음 살림집에 차려놓은 부화기는 나무로 만든 상자 안에 덕대를 가로질러 1층과 2층짜리 공간을 만든 것이었어요. 각 층 바닥에 솜 한 벌 깔고 그 위에 유정란을 부딪치지 않게 간격을 두어 놓아주고, 그 위에 솜으로 덮어주는데요. 사람의 몸 온도보다 조금 더 따뜻한 37도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화기는 균일한 온도가 매우 중요하므로 나무 상자 위에도 이불로 덮어주고, 추운 겨울이면 온도가 내려갈까 걱정되어 부화기 안에 전등 조명을 켜 주기도 합니다. 아들이 공부하는 책상 위에 놓을 조명은 없어도, 부화기에 놓을 전등 조명은 시장에서 탱크 배터리를 구매해서라도 해결합니다. 부화기 안에 있는 유정란은 하루에 두 번 따뜻한 손으로 굴려주는데요. 암탉이 달걀을 품고 병아리를 깨울 때 달걀을 자주 굴려주는 것과 같죠. 이 원리는 파전을 맛있게 구워 먹으려면 불 조절을 잘하고 적당한 시간에 뒤집어 주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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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정도 지나면 부화기 안에 물 그릇을 넣어 습도를 보장하면서 그 때부터는 댤걀을 굴려줄 때 한 알씩 들고 전등 빛에 비추어 봅니다. 부화되지 않은 달걀을 선별해야 되기 때문이죠. 그렇게 8일~10일 지나면 유정란 안에서 삐약 소리가 들리고, 그 안에서 병아리가 부리로 껍질을 뚫고 세상에 나옵니다. 부화된 병아리는 그대로 장마당에서 팔기도 하는데, 가격도 매우 쌉니다. 그래서 누구나 병아리를 사는 것은 부담되지 않는데요. 하지만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병아리가 아니라 병아리가 커서 머리에 볏이 나오기 시작한 암탉을 삽니다.
싼 병아리보다 비싸지만 볏 나온 닭 사는 이유
진행자: 병아리 때가 싸면 그때 왜 안 사고 머리에 볏이 나올 때 비싸게 사는 건가요?
손혜민 기자: 이유가 있죠. 달걀 생산용 암탉을 기르려고 장마당에서 병아리 50마리 구매했는데, 병아리가 커서 머리에 볏이 나오기 시작하니 전부 수탉일 때 있거든요. 볏이 나오기 시작해야 암탉 구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돈을 더 주고라도 중 닭을 사려고 하는 겁니다. 병아리를 20일 정도 기르면 머리에 볏이 나오는데, 수탉의 볏은 크고 암탉의 볏은 작습니다. 그 암탉을 장마당에 팔면 유정란 원가, 인건비, 사료값을 뽑고도 세 배 정도의 수익을 냅니다.
하지만 유정란을 병아리로 부화해 어미가 되기 전의 암탉 크기로 기르는데 까지는 쉽지 않습니다. 부화한 병아리는 일주일 간 면역이 가장 약하므로 이 기간 환경이 깨끗하지 못하면 무리로 폐사합니다. 병아리가 먹는 물에 페니실린 가루를 타 주면 조금 낫지만, 페니실린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이것도 조련치 않죠. 또 밤중에 쥐가 병아리들의 목을 물어 죽이는가 하면, 볏이 나오기 시작한 암탉은 족제비가 들어와 잡아 먹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닭 우리 주변에 쥐창을 놓는데요. 그런데 이번에는 ‘인쥐’가 들어와 달걀을 한창 낳기 시작한 암탉을 훔쳐가는 사례도 있죠. ‘인쥐’란 사람 도둑을 말하는데요. 날이 어두우면 어미 닭들은 도둑이 들어와도 소리치지 않거든요.
그래도 주민들은 달걀 생산용 암탉과 고기용 수탉을 기르기 위해 병아리를 구매하므로 병아리 수요는 항상 있습니다. 2010년대부터 수입산 부화기가 도입된 배경이죠. 중국에서 수입된 자동 부화기는 서랍식으로 수십 알에서 수백 알의 달걀을 한번에 부화하는 전기 설비인데요. 부화기 한대 가격은 100달러~800달러 정도로 다양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공장과 사업해 전기를 끌어와 부화기를 가동하지만, 코로나 이후 개인의 공공 전기 사용이 통제되어 부화기 가동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공장에 돈을 더 주고 전기를 끌어다 쓰다 보니 그 가격은 온전히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겁니다.
진행자: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기자 감사합니다. <장마당 돋보기>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