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차 유엔 인권위원회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6주간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북한의 인권상황과 관련해 결의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권위 대변인 데이비드 치크바이제(David Chikvaidze) 씨로부터 인권위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와 결의안 채택절차 등에 관해 들어보겠습니다. 취재에 이동혁 기자입니다.
인권위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주시죠.
David Chikvaidze: 인권위의 전체 진행과정을 처음부터 일일이 설명하자면 매우 길기 때문에 주요 내용만 소개하겠습니다. 인권위가 개막되면 53개 위원국들은 특별보고관의 보고를 시작으로 주제별, 또는 국가별 사안에 대해 논의를 벌입니다. 한 예로, 북한의 인권문제는 국가별 사안으로 분류돼 위팃 문타폰(Vitit Muntarbhorn) 특별보고관이 인권위에 조사결과를 보고했습니다.
보고관의 보고가 끝나면 해당 국가를 비롯해 위원국들이 보고내용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할 수 있습니다. 북한도 위원국은 아니지만 참관국의 자격으로 인권위에서 보고내용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위원국들은 보고관의 보고 등을 토대로 논의를 벌여 결의안 채택여부를 결정합니다.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합니까?
DC: 인권위의 위원국은 누구든지 결의안을 발의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통상 결의안을 발의하는 위원국이 결의안의 초안을 마련한 후 다른 위원국들과 함께 공동발의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한 위원국이 단독으로 결의안을 발의할 수도 있습니다. 발의를 거친 결의안은 소정의 형식에 맞게 손질된 뒤 위원회에 정식 안으로 상정됩니다.
결의안의 상정은 늦어도 표결 3일 전에는 이뤄져야 합니다. 대북인권결의안의 경우, 오는 14일이나 15일에 표결이 예정돼 있습니다. 따라서 늦어도 11일이나 12일에는 대북인권결의안이 상정될 것입니다. 결의안이 채택되기 위해서는 전체 위원국의 과반수 표를 얻어야 합니다.
표결은 어떻게 이뤄집니까?
DC: 발의에 비하면 표결은 비교적 간단하고 짧은 과정을 거칩니다. 표결이 이뤄지는 회의장에는 각 위원국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미국 의회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투표장치가 마련돼 있습니다. 통상 위원국들은 표결 전에 결의안의 내용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듣고 곧바로 표결에 들어갑니다.
표결과정이 복잡하지 않은 것은 위원국들이 표결 전에 미리 충분한 논의를 거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결의안을 발의한 쪽에서는 표결에서 지지표를 얻기 위해 위원국들을 상대로 설득을 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벌입니다. 또 결의안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결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외교노력이 펼쳐집니다.
인권위 의장은 표결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합니까?
DC: 의장의 주된 역할은 표결이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표결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의장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각 지역그룹이 해마다 돌아가면서 맡습니다. 해당 순서가 돌아온 각 지역그룹이 의장을 선출합니다. 예를 들면, 올해 제61차 인권위의 경우, 아시아그룹에서 선출한 인도네시아 대표가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각 지역그룹은 의장 외에도 해당 그룹 소속 위원국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조정관도 선출하고 있습니다. 올해 아시아그룹의 조정관은 남한 대표가 맡고 있습니다.
인권위에서는 이 같은 공식 회의 외에도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고 있는데요. 소개를 해 주시죠.
DC: 유엔 인권위원회는 매우 독특한 형태의 포럼입니다. 저는 인권위에서 일하기 전에 뉴욕의 본부와 안전보장이사회, 그리고 총회 등 여러 유엔 기구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권위와 같은 독특한 기능을 하는 기구는 보지 못했습니다. 인권위가 다른 유엔 기구들과 크게 다른 점은 NGO, 즉 비정부기구의 참여를 정식으로 허용한다는 것입니다. 매년 약 3,000개의 인권관련 비정부기구들이 인권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인권위는 대개 공식 회의와 비공식 회의로 구분돼 있습니다.
공식 회의에서 위원국들이 특정 국가나 주제에 대해 논의를 벌이고 결의안을 채택하는 동안 비공식 회의에서는 여러 비정부기구들이 다양한 행사들을 벌입니다. 인권위는 이처럼 비정부기구의 참여를 통해 인권문제에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