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국군포로 중국 공안에 체포

북한을 탈출한 70대 국군포로가 남한행을 시도하다 중국 공안에 체포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남한 납북자 가족 협회 최성룡 회장은 중국 정부는 그동안 국군포로에 대해서는 관용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면서 그가 빠른 시일 내에 석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전쟁 당시 북한으로 끌려간 올해 71살 국군포로 한만택 씨는 지난해 12월 26일 두만강을 건너 지린성 옌지의 고려 호텔에 숨어 있던 중 이튿날인 27일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고 남한 납북자 가족 모임의 최성룡 대표가 전했습니다. 최 대표는 한 씨가 최근 연락이 닿은 남한의 가족들과 만나기 위해 이 호텔에 머물렀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한 씨의 남한행을 돕다 고려 호텔에서 함께 체포된 조선족 3명은 중국돈 2만 위안, 미화로 약 3000달러 상당의 벌금을 내고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현재 옌지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한 씨는 중국 측의 신문에 불응하며 남한행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납북자 가족모임의 최성룡 대표는 중국 정부는 국군포로나 납북자로 공식 확인된 탈북자에 대해서는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한씨의 무사 귀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정부는 국군포로나 납북자에 대해 호의적입니다. 대신 정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국군포로 한 아무개 하면 국군포로라 확인이 돼야 합니다. 따라서 남한 정부가 정확히 조사를 해서 국군포로임을 알려줘야 합니다. 이번 한 씨의 경우에도 중국정부가 도와주리라 믿지만 만에 하나 북한의 요구대로 북송시킨다면 중국 정부는 자유나 인권을 얘기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최근 남한 정부도 일단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나 납북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외교 교섭을 통해 남한으로 귀환시키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2000년 김대중 정부는 국군포로나 납북자가 북한만 탈출하면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 데리고 온다고 발표한 것이 있습니다. 따라서 국군포로나 납북자는 탈출한 경우에 한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합니다. 그래서 중국 정부에 통지하고 비밀리에 데리고 옵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남한에 귀환한 국군포로 전용일 씨와 또 지난해 귀환한 국군포로 김기종 씨의 경우에도 중국에서 공안에게 체포돼 억류됐으나 무사히 고향으로 귀환한 바 있습니다.

남한정부는 이처럼 생존해서 귀환하는 국군포로들에 대해 계급에 따라 반세기 동안 밀린 급여와 퇴직금 명목으로 약 4천만 원에서 6억 원, 미화로 4만 달러에서 약 60만 달러 까지의 정착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군포로는 종종 돈을 노리는 탈북 브로커들의 표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납북자 가족 모임의 최성룡 대표는 국군포로들은 대부분 고령에다 건강 상태가 나쁘기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갈 의지가 있더라도 혼자 힘으로 탈북 하기는 힘든 실정이라고 지적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자력으로 나올 수 있지만 국군포로는 안내자가 없으면 못나옵니다. 간혹 가다가 국군포로들한테 많은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만 방지를 하면 정부는 국군포로 데리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상을 줘야 합니다."

한편, 지난 94년 국군포로 조창호 소위가 반세기만에 남한 땅을 밟은 이후 지금까지 모두 42명의 국군포로가 북한 땅에서 살아서 남한으로 귀환했습니다. 남한 국방부는 한국전쟁 당시 남한으로 송환되지 않은 국군포로를 모두 약 1천 2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생존자가 500여명, 사망자가 500여명, 행방불명자는 200여명으로 각각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