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이후 북한재건위해 1천억달러 기금 만들자” - 미 학자 WSJ 기고
2006.08.15
미국의 한 역사학자가 향후 통일 한국에 대비해 1천억 달러에 달하는 북한 재건기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런 독특한 제안을 한 사람은 현재 미국 동부의 명문 예일대에 역사학과에 재직 중인 마이클 오슬린(Michael Auslin) 교수입니다. 오슬린 교수는 15일자 미국의 유력한 보수 일간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에 ‘북한판 마샬플랜’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마샬플랜이란 2차 대전이 끝난 뒤 미국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유럽을 재건하기 위해 실시한 대규모 경제원조 계획을 말합니다.
오슬린 교수는 이 기고문에서 북한판 마샬플랜이 북한의 무력 침공을 전제로 하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비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해 북한의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앞당기자는 것입니다. 또 이를 위해 북한주민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독재체제에 맞서 정권을 타도할 경우 전세계가 북한을 재건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알려주자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오슬린 교수는 북한재건 기금용으로 약 1천억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액수가 커 보이지만, 북한의 평화적인 정권변화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또 이에 필요한 돈은 북한 미사일 위협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남한과 미국, 일본이 분담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오슬린 교수는 이어 재건기금이 생기면 분단 당사국인 남한이 기금을 맡아 운영해되, 기금의 분배과정은 국제통화기금이 맡도록 하자고 제시했습니다.
기금의 용도와 관련해, 오슬린 교수는 북한의 경제 개발은 물론 전기통신망 확충, 의료시설 개선, 전력난 확보, 소비재 확충, 심지어는 군에 대한 감축까지 제시했습니다. 이처럼 전 부문에 걸쳐 북한을 재건할 경우 북한 주민들의 생활도 개선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김정일 정권이 망해도 남한으로 이주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견해입니다.
오슬린 교수는 북한판 마샬계획이 성사될 경우 김정일 정권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중국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과 남한, 일본은 김정일 정권에 대한 지지 여부를 놓고 주저할지 모를 중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북한재건 계획은 안정된 통일한국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워싱턴-변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