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여전히 코로나 경계… 국경 개방 연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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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시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이후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서울에서 안경수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기자] 북한이 지난 7월 27일 전승절 70주년을 맞아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2020년 초 이후, 외국 인사가 단체로 북한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이번 방문이 국경개방의 신호탄이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외부인이 북한 내로 들어오는 것이지 않습니까. 북한 당국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안경수] 최근 갑작스럽게 북한으로 넘어간 미국 병사도 있지만, 코로나로 인한 폐쇄 국면 이후 단체 외부인의 공식적인 방문은 사실상 처음인데요.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들어간 것은 정치적인 행사 목적이어서 보건∙의료적인 측면에서 완전한 국경 개방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앞으로) 국경 개방을 본격적으로 한다면 이에 대비하기 위해 사전에 정치적인 행사와 외부인의 방문을 통해 개방 연습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이런 정치적 행사를 활용해 외부인 단체를 방문하게 하는 건데요. 본격적인 국경 개방의 신호탄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요한 배경 중 하나가 중국의 코로나 상황인데요.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안정된 지 오래됐습니다. 그래서 북한 입장에서 그 부분은 부담이 없습니다. 코로나 집단 면역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 오는 중국, 러시아 측에 백신접종 여부, 코로나 감염 여부를 사전 확인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는 등 준비를 한 것 같습니다. 이 단체들이 왔다고 해서 격리를 시키거나 하지는 않을 거예요.

[기자] 백신 미접종으로 집단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북한 당국이 국경 개방을 위해서는 외부인의 출입은 한 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북한의 국경 개방에 대한 우려는 없으신지요?

[안경수] 네. 국경 개방을 위해서 한 번은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 사회주의 독재 국가인 북한은 정치적인 행사 등을 활용해 외부 인사를 초청하면서 소위 국경 개방 연습을 하는 것 같습니다. 순안국제공항으로 오는 거잖아요. 북한의 국경 개방에 대한 우려는 단연, 집단 면역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부담감이 있죠. 코로나가 사실 전 세계적으로 상시적인 감염병이 됐잖아요. 지난 7월 1일부터는 마스크를 벗었는데, 저는 아마 오는 9월 중순부터 10월, 11월에는 다시 마스크를 쓸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한 번 더 겨울을 지켜보자는 거죠. 지금 한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대규모로 다시 늘고 있습니다. 북한도 코로나 소식을 확인하며 긴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규모의 완전 개방이 아닌, 정치적인 행사 등을 활용해 차츰차츰 문을 열 준비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지난 18일, 주한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 이병이 무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 킹 이병의 월북에 보건∙의료적인 우려가 있으시다고요?

[안경수] 트래비스 킹 이병이 갑작스럽게 북한으로 넘어간 사건과 관련해 외부에서 코로나 시대를 겪은 이 사람에 대한 북한의 대처가 주목됩니다. 아무런 감염 대책 없이 갑자기 외부, 특히 미국 사람이 북한으로 진입한 경우잖아요. 3년 사이 처음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북한 측에서는 이 월북한 미군 병사를 큰 무리 없이 중국으로 추방하거나 판문점을 통해 미국 측에 송환해 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으로부터 (북한 주민들이) 감염병에 자칫 취약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완화됐지만, 북한은 집단 면역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고민이 있단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한 사람이 넘어온 것에 대해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송환해 줄 것으로 생각하는데, 송환할 때는 북한 당국이 명분을 내세워야 합니다. 그 명분으로 보건∙의료상의 이유를 들 수 있는 거예요. ‘외부 인사가 갑자기 넘어와서 (주민들이) 감염에 취약할 수 있으니 우리는 인도적인 이유로 다시 보내준다’는 식으로 말할 가능성이 크죠.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요 . 군대에서 문제를 일으켰고 그 과정에서 월북했기 때문에 북한은 그 전력에 대해서도 별로 탐탁지 않아 합니다. 북한도 선입견이 있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계급이 낮은 병사 출신이기 때문에 장기간 억류를 시키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북한 측에서 굳이 그 병사를 억류하거나 영어 강사를 시키거나, 북한 사회에서 평생 생활하게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 지난 15일, 한국은 전국적인 폭우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청주의 한 지하차도에서는 폭우로 제방이 터지며 하천수가 유입돼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고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한국의 장마전선이 20~22일 사이 북한으로 올라갈 것으로 한국 기상청은 관측했는데요. 북한에서 들려오는 수해 소식이 있을까요?

[안경수] 한국의 청주 지하차도 참사와 연관 지어 북한을 보면, 북한은 민간 부문에 지하 시설, 지하 주차장 등이 거의 없습니다. 북한은 건물을 지을 때 1층부터 짓습니다. 그래서 빨리 건설이 진행되는 거예요. 지하 주차는 공사 기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잖아요. 또 북한의 도로 사정이 (한국과) 다른데요. 북한은 아직 비포장도로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배수가 조금 더 원활하다는 장점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해외 국가들은 지하 시설도 많고, 도시가 복잡하게 존재하고 있어서 자연재해로 인한 갑작스러운 위험성이 있을 수 있는데, 북한은 그에 비해 예측 불가능성이 작은 편일 수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고지대로 대피하면 되는 거예요. 북한은 대부분의 집이 저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으니, 침수가 예상되기 때문에 미리 다 대피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아직 장마전선이 본격 북한에 상륙한 게 아닌데도 일부 지역에서 며칠 내린 폭우로 살림집과 농경지가 침수됐다고 하는데요. 위성 자료에 따르면,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청단군 용마동과 은천군 제도리 2곳 협동 농장 일대에서 전체 논의 25%가 폭우로 침수 및 훼손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폭우로 북한 주민들의 피해는 없을까요?

[안경수] 전체 면적의 1/4에 해당하는 논이 잠기는 것은 북한에서 너무 일상적인 현상입니다. 논은 저지대이고 북한은 배수 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에 비만 오면 무조건 잠기는 거예요. 그래서 북한은 홍수와 수해에 대비해 강 정비와 도시 배수 체계 정비 등이 필요한 상황인데,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은 이런 열악한 배수 시설과 저지대의 위험성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비가 습관화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비가 오고, 장마철이 다가오면 항시 긴장하고 있습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서울에서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