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환율 상승 지속 시 경제 위축 불가피

서울-천소람 cheons@rfa.org
2024.08.09
북, 환율 상승 지속 시 경제 위축 불가피 지난 2017년 한 고객이 평양에서 열린 제13회 국제 무역 박람회에서 중국 상인에게 미국 달러를 건네고 있다.
/AFP

앵커: 최근 북한의 환율이 이례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 물가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대유행 이후 무역 재개로 인한 외화 수요 증가, ‘지방발전 20x10 정책으로 인한 수입 증가, 임금 인상 등을 환율 상승의 이유로 꼽았는데요.

 

환율 상승이 지속되면 결국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쳐 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외화 자원이 고갈되면 수입이 감소하고, 이는 국가 생산과 시장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북한 이례적 환율 상승, 그 이유는?

 

최근 북한의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며 장기적인 경제 위축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현재 실물 경제와 식량 물가는 안정적이지만,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평양시의 한 소식통(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지난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평양 시장의 외화 환율이 미화 1달러에 1 7천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으며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최근 시장 환율은 약 1 6천 원에서 1 8천 원까지 상승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북한 시장 최신 물가 정보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북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달러 환율은 1달러에 1 5천 원으로 평균 8천 원대를 유지해 오던 환율에 비해 약 88% 증가한 수치이며 올해 초와 비교해 약 78% 증가한 수치입니다.

 

최장호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통일국제협력팀장은 최근 (7 17)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환율이 뛰면 수입 물가도 오르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현재 북한 수입 물가가 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렇게 큰 폭으로 환율이 오르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외화 수요 증가, 임금 인상, ‘지방발전 20x10 정책등을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최지영 한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교역이 중단됐다가 2022년 무역을 재개하며 외화 수요가 많이 증가했다고 분석합니다.

 

[최지영] 작년에는 수입 규모가 대폭 늘었는데, 외화 수요가 많이 증가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요가 증가한 데 반해 북한 당국이 외화의 보유나 거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어서 시장으로 나오는 환율, 외화 자체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수요는 많아졌는데 시장에 공급이 없다 보니 환율이 급증하는 것 같고요.

 

환율이 오르고 있어 달러를 비축하려는 데다 통제가 강화돼 외화 거래가 암시장화 되며 거래 위험성도 높아져 그 부담이 환율에 전가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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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2일, 북한 평양의 한 슈퍼마켓에서 한 북한 주민이 계산원에게 돈을 지불하고 있다. /AP

 

임송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6RFA에 현재 환율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수입 자금 지급을 위한 외화가 부족하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현재 ‘지방발전 20x10 정책으로 수입이 증가하며 외화 수요가 단기적으로 상승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임송] 북한이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실시하면서 지역 단위로 외화 자원을 가능한 긁어모아 설비나 자재 같은 것을 사와야 할 필요성이 생겼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각 지역별로도 외화 보유량이 차이가 있을 텐데, 각 지역 단위로 수입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하며 아마 외화 수요가 단기적으로 상승한 게 이번 외화 환율 상승의 원인이라고 봅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해 대폭 인상한 노임도 환율 급상승의 이유로 꼽힙니다.

 

일본의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가 지난달 (11) 서울에서 주최한 북한 최신 정세 세미나에서 김병연 한국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급격하게 인상된 북한 노동자들의 노임이 환율 상승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김병연] 갑자기 월급이 몇십 배 올랐잖아요. 어디서 돈이 생겼을까요. 쉬운 해결책은 돈을 찍는 거 아니겠습니까…. 최근 북한 달러 환율이 1달러 1 3천 원대까지 갔습니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데 달러 환율만 오르는 것은 화폐 증가 효과로 보기는 아직 이르지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보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최 연구위원도 임금 인상이 환율 상승의 부분적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최지영] 국내 통화를 많이 풀면 화폐 가치가 떨어지니까요. 그 이유가 크다고 보려면 환율뿐만 아니라 식량 가격이나 수입 물자 가격이 전반적으로 다 상승해야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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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개입이 환율에 영향 미쳤을 듯

 

반면 식량 가격 및 물가는 큰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백미 가격은 올해 초와 비교해 약 24% 오른 6 700원이었으며 옥수수 가격은 3 400원으로 약 7% 증가했습니다. 환율이 78% 증가한 것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큰 상승세를 보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기자] 달러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반면 식량 가격 및 물가는 많이 뛰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임송] 대체로 지금까지 과거 경험을 보게 되면, 환율과 물가가 동시에 뛰었습니다. 지금 물가는 비교적 안정돼 있고 환율만 상승돼 있다는 건, 환율 상승분이 물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거예요. 물가라고 하는 건 환율 상승의 영향도 받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입품보다는 북한 내부에서 생산되는 식량, 생필품 등의 공급에 의해 영향을 받거든요.

 

[최지영] 식량 같은 경우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는데요.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국내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는데, 아직 그게 나타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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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1일, 한국 강화의 관측소 전시관에 북한 지폐가 전시되어 있다. /AP

 

환율 상승분이 국내 물가에 반영되지 않는 환율 시장과 실물 경제의 이원화가 지속된다면 주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최장호 팀장은 환율 시장과 실물 경제가 이원화된다면 경기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최장호] 시장이 이원화된다는 것은 시장의 순리대로 가는 게 아니라 정책적인 개입이나 사람들의 극심한 공포감 때문에 시장에 대해서 사람들이 우려를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고요. 시장에 대해서 우려를 많이 갖고 있으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멈추고 외화를 꽉 쥐고 있거나 저장을 하기 시작하거든요.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경제가 위축되게 되겠죠. 환율이 뛰니 사람들은 원화를 던지고 달러를 최대한 보유하려는 현상이 이어지는 거죠.

 

실제 북한 당국은 지난 2022 9차 전원회의 이후 사회주의 경제 유통망을 확장하겠다라는 명목 아래 식량 전매제와 배급제 부활을 도모하며 양곡 판매소를 부활시켰고, 주민들의 노임도 대폭 인상하며 시장 개입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최근 진행된 ‘북한 최신 정세 세미나에서 지난 2019년부터 양곡 판매소가 재개됐으며 지난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백미와 옥수수 판매를 금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과거 일반 노동자가 대체로 1500원에서 2 500원을 받고 간부는 4천 원에서 8천 원을 받았으나, 현재 공무원은 35천 원에서 5만 원을 받으며 국영기업의 일반 노동자는 평균 3 5천 원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임송 부연구위원은 환율이 급상승한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내부에 가용할 수 있는 외화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결국 북한의 수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임송]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 이상으로 수입할 수 있는 외화가 없다는 거예요. 수입 진행이 안 되는 거죠. 필요한 제품들을 들여와야 하는데 들여올 수 있는 돈이 없는 거예요. 필요한 제품들을 들여오지 못하게 되면 결국 두 가지 방면으로 북한 경제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하나는 국가 기업에 공급되는 원자재 공급이 안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국가 생산이 감소하겠죠. 두 번째로는 시장에 공급되는 생필품이 감소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어쨌든 이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의 물가에도 영향을 주게 될 건데, 그게 어느 시점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환율 상승분이 현재 물가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환율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국내 물가 및 주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며 경기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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