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그 동안 지속해온 극단적인 코로나 방역 조처로 고통받는 건 북한 주민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탈북민의 심정도 답답하기만 합니다. 하루빨리 북한의 무역과 인적교류의 정상화를 기대해 보지만 그조차 녹록지 않습니다.
북한의 지역 간 이동 제한 조처가 해제되고, 코로나 위기 극복을 전면 선언해도 당분간 북한 주민들의 삶은 여전히 힘들 걸로 전문가들은 내다봅니다. 대북 제재, 세계적 경제 악화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될 거란 분석입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서재평]코로나 전에 통화하고 그 이후엔 거의 못 했습니다. 소식은 듣는데,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잖아요.
한국의 탈북민 단체인 탈북자동지회의 서재평 사무국장이 마지막으로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전화를 한 건 코로나 사태 이전.
북한의 코로나 위기가 해소돼 가족의 생사 확인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서재평] (코로나가) 조금 풀리면, 그나마 가족 간 (연락 문제가) 조금 해결되지 않을까요. 해소되면 제가 바라는 게, 송금 문제나 교류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내부의 이동 제한이 풀리면 여기(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 생사 확인도 잘 되고 경제적으로 돈도 주고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나아지기 때문에….
북한은 신규 발열자 수가 줄어드는 통계를 연일 공개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22일, 1만 5천 260명의 신규 유열자 수치를 공개했습니다.
처음으로 코로나 환자 발생을 인정한 지난달 12일 이후, 39만3천여 명으로 가장 많은 신규 유열자를 발표한 5월 16일과 비교해 약 96% 감소한 상황.
한국 정부는 북한 당국이 발표하는 통계에 근거해 북한이 곧 코로나 위기 극복을 선언할 수도 있다고 전망합니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북한의 이러한 발표 추세가 계속된다면 북한이 6월 중에 코로나 위기가 해소되었다고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겠습니다.
세계 경제 악화로 코로나 해소 후에도 북 주민 어려움 계속될 듯

북한의 코로나 위기가 해소되면 북한 내부에서 어떤 변화를 보게 될까.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경제 부분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일 거라 예상합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제일 먼저, 북중 간 무역이 재개될 걸로 내다봅니다.
[임수호]무역이 점점 재개되겠죠. 제재 때문에 수출이 늘지는 않을 겁니다. 수입이 늘 텐데요. 단기적으로는 시장 물가에 도움이 될 겁니다. 생산재 수입이나 소비자 수입에 도움이 될 텐데….
하지만 코로나 이후로 굳게 닫아온 국경을 개방해 무역 재개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에 곧 어려움을 겪을 걸로 평가합니다.
[임수호]문제는 수출이 워낙 안 되다 보니 외화가 부족한 상황이잖아요. 수입을 하려면 외화가 필요한데, 그러면 환율이 상승하고 따라서 수입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보여집니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억눌렸던 주민들의 욕구가 분출될 수 있다면서도 세계적으로 경제 지표가 가파르게 악화되고 있기에 북한도 이를 피해 갈 수 없을 걸로 예상합니다.
[정은미]우리(한국)도 하반기에 굉장히 힘들어질 거라고 예고하고 있잖아요. 휘발유 값도 너무 올랐고, 모든 생필품 가격도 오르고 있는 상황이기에 북한은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대외무역이 봉쇄되어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어려운 시기를 북한도 보낼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세계적인 경제환경이 너무 안 좋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겠죠.
오히려 코로나 이후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봄 가뭄으로 가을 곡물 생산량 하락할 듯”

김혁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북한 당국이 코로나 위기를 마무리하며 주민들의 먹거리와 직결되어 있는 시장을 개방하고 주민들의 경제활동을 서서히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합니다.
[김혁]결국 코로나를 정리하며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시장을 개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농업 분야에서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내기와 김매기가 한참 이루어지는 6~7월. 노동력을 동원하기 위해 도시 간 봉쇄 완화 조처를 해제할 것으로 김 선임연구원은 내다봅니다.
[김혁]지금 모를 심는 철이잖아요. 모내기 이모작 하는 곳은 모내기를 심는 시기이고…, 6월 말에서 7월 초 중순 사이에 김매기를 일차적으로 하거든요. 풀을 일차적으로 제거해야 곡물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점을 맞춰 아마 방역을 어느 정도 해제하고, 노동력을 동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동제한 조치를 해제한다고 해도 농업 생산성을 끌어올리기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습니다.
[김혁]사실, 봄 가뭄이 가장 큰 요인인데요. 벼 혹은 다른 곡물들이 성장하기 위해선 비가 조금씩 와줘야 하거든요. 지금 봄 가뭄 왔으니까 가을에 가서도 곡물 생산량은 굉장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아무리 코로나 이후 농번기에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코로나 해지를 한다고 하더라도, 아마 농업 분야에서 곡물생산량은 하락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박원곤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당국의 코로나 위기 해소 선언과 맞물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포함한 최대치의 무력 도발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박원곤]코로나 상황이 만약에 통제가 된다면 많은 것들이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이 코로나가 있기 전에 이미 모라토리엄을 깨고 핵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했는데 코로나가 변수로 작용한 거거든요. 때문에 '코로나가 끝난다'라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코로나 상황이 끝날 즈음에 7차 핵실험 가능성, 그리고 최대치의 무력도발을 하고 그다음 단계를, 국면 전환을 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북한 '위드 코로나', 가능할까?

국내외에서 북한이 곧 코로나 종결을 선언할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지만 차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북한 내 코로나의 실질적인 위기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합니다.
[차지호]지금 있는 코로나가 북한 사회로 퍼져나가는 걸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막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북한 통계를 감안해 코로나 위기가 해소됐다고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북한 내 코로나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 북한도 단계적 일상 회복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이 가능할까.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 면역을 형성해 코로나에 걸려도 치명률이 높지 않은 상황을 만들고,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보건의료 체계가 갖춰져야 합니다.
[차지호]북한의 경우 둘 다 아니잖아요. 코로나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 방역을 강화하며 속도를 늦출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북한 사회가 위드 코로나로 가기에는 백신이라던지 중증화로 간 사람들에 대한 지원 혹은 대처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국 사망자 수를 발표 안 하잖아요. 이게 위기의 중요한 표시인데, 북한 안에서는 어떻게 보면 보이지 않은 죽음들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게 염려가 되는 부분입니다.
코로나로 봉쇄 조처로 인해 제한됐던 모든 것들이 정상화되어 북한 주민들의 삶이 나아지길 바라지만 경제지표 악화로 당분간 주민들의 어려움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서재평]북중 국경을 열고 무역거래가 코로나 이전으로 정상화되어야 장마당도 활성화되고 경제가 좀 풀릴 것 같고. 그다음, 인적교류를 하게 되면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 해소되기 때문에, 그게 우선시 정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동 제한도 풀리고 코로나로 제한됐던 모든 것들이 정상화되어야 주민들의 삶이 그나마 나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게 제일 바라는 점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