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측 금강산 시설 철거 막바지…골프장 고급 부대시설은 ‘보존’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3.02.24
북, 남측 금강산 시설 철거 막바지…골프장 고급 부대시설은 ‘보존’ 2021년 5월(위), 2023년 2월(아래) 해금강호텔 주변을 찍은 위성사진을 비교하고 있다. 해금강호텔과 출입국관리시설 등이 철거돼 잔해가 쌓여 있고, 금강펜션타운과 캠핑카 주차장은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왼쪽 아래 북한 지도에 강원도 고성항, 금강산 일대가 표시돼 있다.
/구글어스, Planet Labs (해상도 50cm), Analyzed by RFA, 정성학, RFA 그래픽 by 김태이

앵커: 강원도 고성항과 금강산 일대에 흩어져 있던 한국 정부와 민간기업 소유의 관광시설에 대하여 북한이 막바지 철거 작업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철거되지 않고 남아있는 골프장 내 고급 부대시설과 금강펜션타운, 캠핑카 주차장 등 몇몇 시설은 북한이 차후 재활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통일부는 북한의 일방적인 관광시설 철거와 재산권에 대한 불법적 침해를 규탄하며 책임을 묻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그 해 10월 말 남측 건설 관광특구 시설에 대해 심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싹 다 들어내고 북한식으로 새로 지을 것을 지시한 김정은 북한 총비서.

 

미국 위성사진 업체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북한 강원도 고성군 고성항 일대 최신 (28일 촬영) 위성사진을 RFA가 분석한 결과 한국 정부와 민간기업 재산인 금강산 관광시설에 대한 철거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철거 막바지 작업 중잔해 흉물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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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항 해금강호텔과 출입국관리시설 등이 철거돼 잔해가 쌓여 있고, 금강펜션타운과 캠핑카 주차장은 그대로 남아있다. /구글어스, Planet Labs (해상도 50cm), Analyzed by RFA, 정성학

먼저 강원도 고성항의 해금강호텔은 사라졌습니다.

 

해금강호텔은 세계 최초 7층 수상 호텔로 호주 기업인이 건설했으며, 한국의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아산이 인수해 금강산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주로 사용했습니다.

 

위성사진 판독 결과 선착장에 있던 호텔은 사라지고, 부두 안쪽 공터에 호텔을 철거하며 나온 것으로 보이는 잔해가 널려져 있습니다.

 

선착장 인근 시설과 건물도 철거됐는데, 출입국 관리시설은 철거가 부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성학 한국 경북대학교 국토위성정보연구소 부소장은 위성사진에서 치우지 못한 잔해가 흉물스러움을 더해 준다고 평가합니다.

 

[정성학] 관광객 숙소로 사용되던 구룡마을에는 빌라 200여 동과 면세점이 철거되고, 둥근 돔형 교예장 건물을 포함 부대시설까지 모두 철거됐는데요. 위성사진에서 치우지 못한 잔해가 폭격 맞은 듯 어지러이 널려 있어 흉물스러움을 더해줍니다. 위성사진 좌측에 금강펜션타운과 캠핑카 주차장 시설이 있는데요. 이것은 훼손 없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철거 예정인지 재활용할 건지는 차후 진행을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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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티 골프장 리조트 숙박시설이 철거되고 안내실, 회의장, 온천 등 고급 부대시설은 남았다. / 구글어스, Planet Labs (해상도 50cm), Analyzed by RFA, 정성학

한국의 대표적 호텔 리조트 기업인 아난티가 세계 10대 리조트를 꿈꾸며 완공한 골프장과 리조트 시설도 대부분 철거됐습니다.

 

철거되지 않은 시설은 향후 재활용 예정

 

리조트 시설 중 현재 남아있는 건물은 고급 부대시설, 금강펜션타운과 캠핑카 주차장 시설입니다.

 

정성학 부소장은 북한이 골프장 내 고급 부대시설을 재활용하려는 계획이라고 분석합니다.

 

[정성학] 아난티 골프장의 안내실, 회의장, 온천, 스파, 사우나, 헬스장 등을 고루 갖춘 것으로 알려진 복합 부대시설이 있는데요. 이것도 그대로 남아있는데, 향후 철거보다는 재활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측 시설 완전히 철거한 이후 새로 전개될 북한식 관광지구 건설 동향이 이루어질 것 같은데요. 예의주시가 필요합니다.

 

아난티는 2008, 금강산 관광특구에 골프장을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인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내 모든 시설이 폐쇄되며 자금난을 겪었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4, 미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약 자산 507억 원, 38백만 달러의 손실을 떠안고 금강산 사업 종료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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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항 해변가에 횟집과 비치호텔 및 간이 주택단지가 철거되고, 눈 내린 빈터에 잔해와 형체만 남았다. / 구글어스, Planet Labs (해상도 50cm), Analyzed by RFA, 정성학

고성항 해금강호텔에서 약 500m 거리에 있는 고성항횟집과 금강패밀리호텔도 다 철거됐습니다.

 

금강패밀리호텔 뒤편으로 간이주택 19동도 있었지만,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성학] 횟집이나 호텔을 찾고 이용할 북한 주민이 없어서 흉가나 다름없이 수십 년 폐가로 방치됐는데요. 이러한 시설 철거는 예상 가능한 절차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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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전 모습인데, 구룡마을 관광객 숙소단지에 200여 동 건물과 북한식 교예 공연장 및 면세점, 기타 부대시설 등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철거되고 빈터에 잔해만 어지러이 널려 있다. / 구글어스, Analyzed by RFA, 정성학

금강산 관광객 숙박시설인 간이 주택이 200여 동 있고, 둥근 돔형 공연장인 온정각, 면세점 등이 있던 구룡마을도 모두 철거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성학] 38노스는 1 26, 구룡마을 주택단지와 더불어 공연장 등 시설이 모두 철거됐고 폭격을 맞은 듯 흉물스러운 잔해만 어지러이 널려 있는 모습을 위성사진과 함께 공개했습니다.

 

통일부, “금강산 관광시설 무단 철거, 명백한 남북 합의 위반

 

한국 통일부는 (22) RFA북한의 일방적인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는 명백한 남북 합의 위반이자 우리 재산권에 대한 불법적 침해라며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남북 사이 투자 보장에 관한 합의서에 표기된 ‘상대방 투자자의 투자자산 보호를 위반했다는 겁니다.

 

이어 북한이 이를 즉각 중단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길로 나와야 한다는 게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통일부는 또 “향후 북한의 추가 철거 동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예의 주시하는 한편,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검토해 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일부는 이 밖에 북한의 이와 같은 일방적 행위는 남북 간 신뢰와 국제적 신인도를 크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정상적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국의 재산을 일방적, 불법적인 방법으로 파괴하고 있는 북한.

 

금강산 관광시설 무단 철거가 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3) RFA에 북한의 한국 자산 무단 철거가 국제법, 국제 상거래 등 모든 걸 위반한 일방적인 남측 자산에 대한 침해라고 강조하며 악화하고 있는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조한범] 불법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이게 국제사회에서 용인하지 않는 부분이죠. 전면적으로 지금 악화되고 있는 남북 관계에서 사실 더 기름을 붓는 거죠. 사실상 남북 관계의 정상화, 재개가 더 어려워지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이어 남북은 분단 체제라는 특수 관계지만, 국제법적으로는 유엔에 동시 가입한 개별 국제법적 관계가 있다며 재산에 대한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북한의 국제신인도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봅니다.

 

[조한범] 자본주의 경제 상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재산에 대한 안정성입니다. 국제 상거래 자본 투자에 대한 보호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거든요. 이번 일로 인해 국제적인 상거래의 신뢰도 상실을 야기했습니다. 사실상 이런 상황에서 남북 간 정상적인 경제협력이 불가능하죠. 양측 당국 간의 관계에도 찬물을 끼얹는 행위지만 더 큰 건 북한에 대한 투자의 안전성이 보장이 안 되는 상황에서 남북 민간 교류나 경협 관계도 사실 치명적인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죠.

 

결국, 북한의 불법적 재산권 침해로 남북 경제협력에도 영향을 줄 것이며 국제적인 상거래의 신뢰도 상실할 거라는 겁니다.

 

1998년 겨울부터 10년 가까이 운영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한국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중단됐습니다. 이후 금강산 내 한국 소유 시설은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이용돼 오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경봉쇄로 사실상 완전히 폐쇄된 상태였습니다.

 

한편 북한이 새로 건설할 금강산 관광지구는 중국인 관광객을 주로 겨냥한 시설이 될 것이라고 정 부소장은 평가합니다.

 

[정성학] 새로 건설될 관광지구는 주로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시설이 될 것 같습니다. -중 국경 봉쇄 속에서 자재 부족 등으로 공사 진행에 난관이 예상이 되고, 시일도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의 일방적인 한국 재산권 침해에 통일부가 강력한 대응을 천명한 가운데 금강산 관광시설 무단 철거가 악화한 남북 관계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걸로 보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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