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 “외부 힘만으로 북한 변화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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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기본적인 인권, 특히 여성들의 인권이 유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프간 사태를 바라보는 탈북민들도 착잡한 심정입니다.

탈북민들은 아프가니스탄과 마찬가지로 외부의 힘만으로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또 내부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나오기 위해서는 외부정보유입이 필수라고 말했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탈북민들 , 아프간 상황 보며 '만감교차'

[정진화]요즘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정유나]저는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보면서 아무래도 북한과 결부 지을 수밖에 없어요. 제 신분이 그렇기 때문에…

함경남도 함흥 출신의 탈북민 정진화 씨와 올 해 탈북 15년차인 자강도 출신 정유나 씨.

언론이 전하는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볼 때마다 북한이 떠올라 마음이 착잡합니다.

정 씨는 아프가니스탄 시민들과 달리 탈출할 출구조차 없는 북한의 상황을 생각하면 더 안타깝다고 털어놓습니다.

[정유나]카불 국제공항에서 마지막으로 사람들 탈출하는 걸 보면서 '아 미군이 그래도 개입을 하니까 저렇게 탈출이라는 것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의 상황, 너무 안타깝지만 저는 그런 상황도 못 벌어지는 북한은 더욱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죠.

자유를 위해 그리고 핍박을 피하기 위해 조국을 등지는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을 보며 탈북 작가 지현아 씨도 마음 속 깊이 동질감을 느낍니다.

[지현아]사실 많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자신의 나라를 떠났잖아요. 그래서 이걸 지켜 보면서 '우리도 그 나라를, 그 땅을 떠나왔는데' 라는 생각을 하죠. 지금 남겨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얼마나 더 핍박을 받을지 특히나 여성의 인권이 이제 더욱 하락할 것이고. 그래서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실제 아프가니스탄에 남겨진 여성들의 인권유린 우려는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한 약속이 무색하게 최근 탈레반은 아프간 여대생들에게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의복, 즉 ‘니캅’을 쓰도록 명령했습니다.

정 씨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북한 여성의 인권 문제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반면 현재 전 세계가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낍니다.

[정유나]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인권을 세계에서 조명을 하고 그런 사진들이 밖으로 나와서 그것에 초점을 맞춰서 우리가 얘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그들은 제가 볼 때 북한에 비해서는 그래도 좋은 상황인 것 같고.

내부의 변화는 외부정보 유입에서 시작

탈북민들은 아프가니스탄과 마찬가지로 외부의 힘만으로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결국 북한 내부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나와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정유나 씨는 말합니다.

[정유나]북한 주민들 자체 내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나려면 (북한 주민들이) 무언가를 알아야 되거든요. 근데 아프가니스탄은 해외에 있는 사람들이 여행도 갈 수 있고 외국인들과 일도 할 수 있고, 물론 인터넷 사용도 되겠죠. 북한 같은 경우는 주민들이 바깥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인터넷 사용을 못하기 때문에 어떤 게 진실이고 뭔가 거짓과 진실을 알아볼 수 있는 그런 정보력도 부족합니다.

내부 변화가 있기 위해서는 엘리트 층, 소위 권력층부터 변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들은 이미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어 아쉬울 점이 없다는 게 정 씨의 설명입니다.

[정유나]지금 상황으로 내부에서 와해(되는 것)만이 저희가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부분이죠. 그렇기 위해선 엘리트의 변화 그리고 정권을 갖고 있는 그 핵심 계층의 변화가 필요한데, 문제는 지금 위에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들은 아쉬울 게 없거든요. 그 외 피해 보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북한 주민들이죠. 태어나서부터 세뇌 당하고 그 나라가 정말 자유 주권을 가진 나라라고 생각을 하고….

이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외부정보유입이 필수라고 지현아 씨는 강조합니다.

[지현아]북한이나 이제 또 해외에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자유가 무엇인지를 알 때, 그때서야 '우리가 핍박을 받는구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 외부정보 없이 이렇게 갇혀 살면 '우리는 그냥 이렇게 살아야 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사상 세뇌를 받는 북한 주민들이 ‘자유’가 무엇인지를 깨달을 때 비로소 변화가 생긴다는 겁니다.

[지현아]북한의 변화란 이 내부의 움직임이 어떻게 일어나느냐 하는 거예요. 외부에서 북한에 정보를 유입했을 때 내부의 변화가 일어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대북 지원이라는 게 이제 북한 정권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 북한 주민들을 향한, 정보 유입이 들어갔을 때 북한 내부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볼 수 있죠.

탈북과 장마당도 일종의 '반군'

북한 주민들의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장마당도 이런 내부 변화의 시작이라고 지 씨는 말합니다.

[지현아]요즘 북한에 대북 전단 금지법이 발효가 되기 전에 북한의 대북 정보 유입이 정말 유용하다는 증거가 있는데요. 북한의 다음 세대, 학생들이 '노동당이 우리를 살린 것이 아니라 장마당이 우리를 살렸다'고 얘기하는 것을 봤어요. 그런 것처럼 북한의 장마당이 활성화가 되니까 북한 주민들이 살 수 있는 근거 그리고 생활할 수 있는 그 근거가 확실하게 잡혀지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는 나아가 탈북과 장마당도 일종의 ‘반군’ 세력이라고 주장합니다.

[지현아]저는 탈북도 일종의 반군으로 보고 있어요. 북한의 법을 자세히 보면요,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시장이 있어서는 안 되는 거죠. 장마당이 활성화된다는 것, 이것도 일종의 반군으로 볼 수가 있어요. 그래서 그 시장, 장마당에서 (물건을) 팔지 못하게 하는 그런 보안원들과 맞서는 것도 어찌 보면 '반군'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죠.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