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는 8월 만료되는 미국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갱신되지 않길 바란다고 미국의 한 대북 의료지원단체 대표가 밝혔습니다.
지난 5월 북한을 방문해 의료지원 활동을 마치고 최근 귀국한 이 재미 한인 의사는 대북제재를 비롯한 여행금지조치로 인해 대북 인도적 활동에 어려움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의료지원을 위해 방북 허가를 받는 절차에서부터 북한 병원에서의 의료기기 수리 및 부품 조달까지 여러 측면에서 영향이 있다는 겁니다.

신경외과 전문의로 하버드 의대에서 국제보건과 사회의학을 강의해온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KAMA) 북한담당국장을 한덕인 기자가 워싱턴에서 직접 만나 최근 방북을 비롯한 대북 의료지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박사님. 오늘 이렇게 따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최근 방북에 대해 여쭙기 이전에 우선 박사님께서 속하신 '재미한인의사협회'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박기범 국장> 재미한인의사협회는 미국에서 활동 중인 대략 2만 명 정도의 한국계 의사들을 대표하는 단체입니다. 그리고 협회 내에 북한 관련 프로그램이 있는데, 저는 그 프로그램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북한을 방문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박기범 국장> 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에 20번 정도 방문할 기회가 있었고, 가장 최근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 5월 초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을 가장 처음 방문하셨을 때가 언제인가요?
<박기범 국장> 2007년 9월이 첫 번째 방문이었습니다.
기자: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매년 북한을 방문해 오신 건가요? 그 사이에 방문에 공백이 있었다거나 했던 적은 혹시 있었나요?
<박기범 국장> 거의 매년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해 당 북한에 두 번 방문할 기회가 주어지는데, 대체로 두 번 모두 간다고 할 수 있으며, 때론 한 번 밖에 가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기자: 지난달 방북은 어떠셨나요?
<박기범 국장> 좋았습니다. 저는 신경외과 전문의로 북한 의사들과 함께 평양의학대학과 적십자병원 등에서 의료활동을 이어 왔습니다. 그리고 스탠퍼드 의대 출신의 데이비드 홍 박사는 소아 신경외과 전문의로 옥류아동병원에서 일했습니다.
기자: 지금까지 박사님의 경험에 비춰 볼 때 북한의 의료시설 환경이나 상태는 어떻다고 보시나요?
<박기범 국장> 저는 주로 미국에서 의료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의 의료 환경을 비교하자면 분명 명확한 차이가 있긴 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차이점은 의료장비의 연식이나, 노후상태 등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때론 고장이 날 때도 있으며 수리를 위해 필요한 부품을 구하는 것도 힘든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전반적으로 소득이 낮은 나라이며, 이 때문에 의료장비나 시설 등에 투자할 충분한 재원이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장비나 도구들을 재사용하게 되는데요, 주삿바늘이나, 정맥주사, 또는 메스 등과 같은 도구들은 씻고 살균한 후 재사용합니다.
기자: 그런 의료장비들을 재사용하는 것은 안전한 건가요?
<박기범 국장> 네. 제 부친도 내과의사 셨고 70-80년대에 활동하셨습니다. 그 당시에는 살균 후 장비를 재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었습니다. 소모품들의 공급이 활발해지기 이전까지는 많은 의사들이 이런 식으로 일했었고 제가 북한 외에 캄보디아나 에티오피아, 혹은 네팔에서 활동할 때도 사람들은 장비들을 최대한 아끼려 재활용했었습니다.
기자: 북한 외에도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의료 활동을 펼치신 바 있다고 언급하셨는데, 방금 말씀하신 캄보디아나 다른 나라들에 비교해 북한의 의료 환경은 어떻다고 보시나요?
<박기범 국장> 우선 캄보디아나 에티오피아에는 제재가 없죠. 그래서 북한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수술에 필요한 특별 장비들을 조달하는 데 비교적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때론 장비를 직접 만드는 것이 구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고요.
또 다른 점을 비교하자면 북한 전문의들의 실력은 매우 특출 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론 저보다 수술을 더 잘한다고 느꼈던 사례들도 있었고요, 제가 만난 북한 전문의들은 대체로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문제를 꼽자면 역시 자원(resource)이 부족하다는 점이 북한 의사들의 의료활동을 지연시키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의사들은 소득이 높은 다른 나라에서 당연하듯이 사용하는 의료장비나 도구들을 쉽게 조달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의료 활동의 유지에 힘든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제재를 언급하셨는데요, 의료지원을 제공하는 데 대북제재가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시나요?
<박기범 국장> 네. 제가 처음으로 북한에 갔던 때가 2007년 이었고, 수술 활동을 시작한 게 2008년도니깐 한 11년 정도 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
지난 11년 동안은 장비들이 고장 나면 고쳐서 다시 썼지만, 가장 최근 제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몇 번은 주요 의료장비가 고장 났는데, 부품을 구할 방법이 없고 고칠 방법이 없어 사용하지 못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해외로부터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외화가 있어야 되고, 돈을 송금할 방법과 북한 내 기관과 거래할 의사가 있는 판매자를 찾아야겠죠. 하지만 제재로 인해 판매 의사가 있는 판매자를 찾는 것조차도 매우 힘든 일입니다.
또 그 부품을 사는데 까지 성공한다고 해도 어떻게 해서라도 중국 세관을 거쳐 들어와야되는데 거기서도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래서 일부 의료장비들의 상태를 유지하는 데만 해도 여러 겹의 고비가 있습니다.
기자: 병원 내 의약품들은 충분한가요? 의약품들은 어디서 조달하나요?
<박기범 국장> 저는 병원에서 수술을 주로 맡았기 때문에 의약품의 정확한 출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북한에 있을 당시 수술에 필요했던 항생제나 마취재는 항상 있었습니다.
기자: 의료지원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실 때는 주로 평양으로만 가시는 건가요?
<박기범 국장>네, 그래서 지금까지는 주로 평양에서 의료지원을 이어왔습니다. 우리 협회에 속한 의사들은 조선의학협회와 협약(partner)을 맺고 평의대, 그러니깐 평양의학대학에서 의료 활동을 벌이는데요. 그곳은 북한 내 의학과 관련해 가장 활발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나오는 의학적 발전이 평양 외 지역의 여러 병원에도 전파되길 바라는 심정입니다.
기자: 북한에 계신 동안 목격하신 가장 빈번했던 병명이나 부상은 어떤 종류였나요?
<박기범 국장> 저희의 방북은 일정과 시기가 미리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응급진료를 다루진 않습니다. 머리 부상 같은 경우가 응급진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저는 척추 트라우마(spine trauma, 척추 외상)를 전문으로 다루기 때문에 목이 부러졌다거나, 허리 부위 등에 수술이 필요한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기자: 향후 대북 의료지원이 수월해 지기 위해 미 국무부에 건의할만한 사항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박기범 국장> 네. 여행금지조치가 미국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점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희 단체를 비롯한 여러 대북 인도주의단체는 북한 내 협력 단체들과 계속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북한에 있는 동안 신변의 위협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며, 여행 면제를 위해 특별여권을 신청해야 하는 절차는 꽤나 까다롭습니다. 방북을 위해 매번 특별 여권을 신청해야 되는 점은 많은 시간과 자원을 소비하게 합니다. 만약 국무부가 저희와 같은 인도적 단체들을 위해 영구적으로 여행금지조치를 해제한다면 의료지원을 비롯한 다른 인도적 활동을 펼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여행금지조치를 전체적으로 없앤다면 더 좋아질 것으로 봅니다. 제 생각에 여행금지조치가 적용된 이후 미국과 북한 간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됐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번 방문단의 규모는 몇 명으로 구성됐었나요?
<박기범 국장> 올해는 저를 비롯해 3명이 방문했습니다. 앞서 가장 방문단의 수가 가장 많았던 경우에는 25명까지도 갔던 적이 있었고, 여행금지조치가 생긴 이후 방문단을 구성하는 데 규모를 5명 이하로 줄이려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자: 북한에 매번 방문하실 때는 환영 받는다는 느낌을 받으십니까?
<박기범 국장> 네 우선 이해하셔야 할 부분은, 이 북한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은 제가 지난 12년 동안 관계를 쌓아 온 의사들입니다. 같이 먹고 같이 늙었으며, 또 같이 수술을 진행하며 오랜 기간을 통해 관계를 쌓아왔습니다. 그들은 저희를 환영할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측면에서도 앞장서 저희에게 공식 초대와 비자 발급을 지원합니다. 그래서 의료활동을 마친 후 북한을 떠나야 할 때는 슬프다고 할 정도로 안타까운 느낌을 받을 때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만날 땐 항상 반갑죠.
기자: 그렇다면 미국에 계시는 동안은 그분들과 연락을 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박기범 국장> 네 그들에게 직접 연락할 방법은 없습니다. 뉴욕에 있는 연락수단을 통해 일과 관련한 메시지는 전달할 수 있고 그들도 저희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긴 합니다.
기자: 내년에도 북한에 방문하실 예정이신가요?
<박기범 국장> 네 사실 올해 안에 한번 더 방문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사실 최근 다시 돌아오라는 초대장을 받았고, 대표단을 다시 꾸리고 국무부에 북한 방문용 특별여권을(special validation passport) 다시 신청할 예정입니다.
만약 여행금지조치가 8월 말에 갱신되지 않는다면 매우 좋을 겁니다. 그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어질 테니까요. 하지만 만약 다시 갱신되게 된다면, 이번에는 한 번씩만 사용할 수 있는 여권이 아닌, 여러 번 의 방북을 허용하는 여권이 발급되도록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와 같은 단체들은 어차피 방북할 때마다 국무부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이 불필요한 방북 준비의 절차를 줄이도록 합리적인 제도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질문드리자면, 앞으로의 미북 간 대화가 이어져 정상회담 또는 실무협상으로 이어진다면, 거기엔 어떤 기대치를 가지고 계신가요?
<박기범 국장> 오늘 저희가 발간한, 일반 북한 주민들을 위한 대북 건강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해 둔 보고서('Injuries in the DPRK – The Looming Epidemic')에서도 다뤘는데요.
북한의 보건부는 최근 모든 북한 주민들 위한 의료적 우선순위로 외과적 치료(surgical care)를 꼽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추진은 현재 대북 제재의 현황이나 재원 지정의 관점에서 볼 때 실현시키기 어려운(not feasible)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현실화시킬 방법을 논의하고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북한 의사들이 주민들을 치료하지 못하게 막을 이유가 무엇이 있습니까? 그건 우리가 의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대북제재도 일반 주민들을 삶을 해하려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래서 향후 북한과의 논의에서 이런 점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노력을 쏟아 북한 주민들을 위해 더 나은 의료 환경이 빠른 시일 내에 마련되기를 희망합니다.
기자 : 네 박사님. 오늘 말씀 정말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대담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