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멈춘 미북실무협상의 재개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북한 측은 최근 발표한 공식 담화를 통해 미북협상의 연말시한을 상기시키며 미국 측의 입장변화를 재촉했습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금강산 남측 시설 청산을 지시하며 남북관계에도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는데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북 두 정상 간의 ‘각별한 관계’가 미국과 북한 양측에서 수시로 언급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 아직은 미북협상의 성공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북한이 계속해서 미국에 연말시한을 강조하는 이유는 북한이 매년 발표하는 신년사에서 어떠한 메시지를 내놓을지 내부적인 조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최근(24일)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의지가 있으면 길이 열리기 마련”이라며, 미국을 향해 올 연말까지 북한이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을 반영한 제안을 준비할 것을 재차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분관계에 대해서는 “굳건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심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최근(21일) 백악관에서 진행한 각료회의에서 조만간 북한과 관련해 ‘중대한 재건(major rebuild)’이 이뤄질 것이라 밝히며 자신이 김 위원장과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나는 김정은을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합니다. 우리는 잘 지내고 있으며, 나는 그를 존중하고 그도 나를 존중합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11번이나 전화를 시도했지만 상대방은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존중하지 않았다는 말이죠. 하지만 그(김 위원장)는 제 전화는 받습니다.
우드로윌슨센터의 진 리 한국 프로그램 센터장은 뚜렷한 입장차로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됐음에도 불구하고 두 정상 간의 ‘각별한 관계’가 각 진영에서 유난히 강조되는 현상은 두 정상 모두 여전히 협상의 성공 가능성에 희망을 품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밝혔습니다.
두 정상이 서로에 대한 일정 견제 수위를 유지해왔지만 협상 여부와 관련해서는 열린 자세라는 점을 미묘한 방식으로 암시해 온 측면도 없지 않다는 겁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북한의 잠재력을 강조하며 경제부흥을 약속하면서도, 만약 북한이 비핵화에 진전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언제든 대북정책이 군사적 대안으로 방향을 크게 틀 수 있다는 점을 꾸준히 암시해왔다고 리 센터장은 평가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상황에서 예측불허성(unpredictability)을 발휘해 상대방의 긴장을 유지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모습을 나타내 왔다며, 김 위원장의 행동에서도 유사한 '변칙적 기질'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 당시 북한과 관련해 남긴 ‘중대한 재건(major rebuild)’이라는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싱가포르회담 당시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 얻게 될 경제적 미래에 대한 영상물을 김 위원장에게 보여준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또 건축, 관광 및 부동산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문 분야인 만큼 ‘재건(rebuild)’이라는 단어가 미북관계의 향후 전망에 대한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실제 북한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의미하는 건축적 표현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미국 민간 비영리 외교단체 카네기 카운슬의 데빈 스튜어트 선임연구원은 최근(2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남측 시설 청산을 지시한 시점이 지난 스톡홀름 미북실무협상에서 미국이 북한에 원산 갈마지구의 관광 개발 방안 등을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라는 점이 두 사안의 연관성을 상기시켜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북한 전문가 마크 배리 박사는 만약 미국이 실제로 북한의 관광지 개발 지지 방안을 실무협상에서 제안했다 하더라도 두 사안이 연관되진 않았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다루는 미북 간 실무협상이란 측면에서 관광 개발 제안은 북한의 주목을 끌지 못했을 거라는 겁니다.
배리 박사는 김 위원장의 최근 금강산 관련 지시는 “지난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현대가 건설한 시설들은 현대가 북한을 떠난 이후 제대로 유지되지 않아 노후됐기 때문에 내려진 측면이 더 크다고 본다”면서, 이는 동시에 김 위원장이 “한국의 경제원조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새로운 자주적 지도력을 강조하는 일차적인 방법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지난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이후로 모습을 감췄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역시 최근(27일)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 명의의 담화에서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 관계를 내세워 시간 끌기를 하면서 올해 말을 무난히 넘겨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의 태도변화를 재차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배리 박사는 이처럼 북한이 여러 각도에서 미국에 연말시한을 강조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의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측면보다는 김정은이 내년 1월 1 일 신년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북한의 향후 대외관계에 대한 방향성을 북한 주민들에게 선포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의 중간합의를 최대한 올해가 끝나기 전에 마무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이미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은 만큼, 김 위원장이 실제로 이 ‘새로운 길’로 접어들 생각이라면 “중국과 러시아에 일시적으로 더 의존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면서 트럼프와의 관계를 일정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 새해 첫날부터 당과 국가, 국민을 위한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배리 박사는 또 김 위원장이 실무협상이 앞당겨져서 중간합의에 도달할 수 있길 원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세 번째 공식 정상회담을 갖기를 바라고 있을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현시점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추가 정상회담을 원하는 이유는 제재완화를 얻어내기보다는 자신의 국내 지위를 굳건히 하고 중국에 대한 균형을 잡아 주는 데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김 위원장은 미국의 도움이 있든 없든, 자신의 통치와 동북아지역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을 것이라며, 북한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가 끝나기 고작 두 달 남짓 남은 최근 들어 미국과 북한 사이에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향후 두 달간 미북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