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셔크 “미,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준비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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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과 북한이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 중 하나로 '상호 연락사무소의 개설'이 거론되는 가운데 미국은 이미 연락사무소를 평양에 개설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반도 문제에 밝은 한 전직 행정부 관리가 밝혔습니다.

특히 미북 간에 신뢰가 없다는 것이 비핵화 진전의 가장 큰 도전 과제로 꼽히는 가운데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연락사무소의 개설'이 필요하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한반도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상호 신뢰 구축 위한 연락사무소 개설 급부상
- 수잔 셔크 소장 "미국은 연락사무소 개설 준비돼 있어"
-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연락사무소 개설 합의 가능성
- 스티브 비건 특별대표도 연락사무소 개설 시사


오는 2월 27일과 28일, 베트남(윁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상호 간 연락사무소의 개설'이 주요 의제 중 하나로 거론되는 가운데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수전 셔크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 소장은 12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미국은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에 준비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셔크 소장은 과거에도 미국이 북한에 연락사무소의 개설을 제안한 바 있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이 연락사무소 개설에 합의한다 해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라며 이는 비핵화 진전을 위한 좋은 방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수전 셔크 소장] 미국은 수년 전에 연락사무소의 개설을 원했고 이를 제안했지만, 북한이 거절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연락사무소 개설에 합의한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겁니다. 이는 비핵화를 위한 여러 조치와 함께 좋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지난달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한 강연을 통해 미북 관계의 개선을 위한 상호 연락사무소의 설치를 시사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에 합의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서울 지국장도 최근(2월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미국과 북한이 2차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이후 연락사무소의 개소에 합의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연락사무소는 한국이 지난해 9월, 미국에 낸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라고 합니다. 원래 한국 정부가 제안한 방안이지만, 미국 입장으로서는 자신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유럽 여러 나라가 북한 대사관을 개설하고 있고요. 그리고 대사관이라고 얘기하지 않고 비핵화 조치를 감시하는 기지 또는 시설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별로 부담스럽지 않아서 이에 대해 협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상호 간 신뢰 구축을 위한 방안으로 연락사무소 개설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분위기입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 방위연구국장은 1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미북 간 신뢰 구축을 위한 방안으로 상시 소통을 위한 연락사무소의 설치를 제안했습니다.

그동안 미북 간에 소통 단절이 불신의 가장 큰 이유였기 때문에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직접 정보를 교환∙공유한다면 불신을 해소하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지난 70년간 소통 단절로 생긴 불신을 뛰어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연락사무소를 설치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수도에서 정보를 직접 다룰 수 있는 사무실을 설치한다면, 불신과 격차를 해소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미국의 양보와 동시적 상호 조치도 신뢰 형성에 필수적
- 처음부터 무리한 비핵화 요구 말고, 균등한 상응 조치 제시해야
- 신뢰 구축 위한 단계별 비핵화와 상응 조치가 중요


미북 간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연락사무소의 개설과 함께 단계별 비핵화와 동시적 상응 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먼저 요구한 뒤 상응 조치를 제안하는 것은 결코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없고, 더 진전된 비핵화 조치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겁니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미국과 북한이 시작부터 너무 가치 있는 것을 요구하기보다 단계별 양보에 따라 동시에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조치가 상호 신뢰를 형성해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켄 고스] 시작부터 북한의 선 비핵화만 전면에 내세우고, 체제 안정과 경제적 보상이란 상응 조치를 뒤로 미루는 것은 미북 간에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동시에 서로 양보하고 주고받아야 하는 거죠. 무언가를 받았다면 무언가를 주어야 하듯이, 북한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일부 양보를 했다면, 미국과 국제사회도 체제 안정과 대북제재의 완화, 또는 경제 지원을 해야 합니다.

고스 국장은 미북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비핵화의 진전을 위해서라도 동시적 상응 조치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가 북한 영변 핵시설의 일부 폐기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미북 간의 신뢰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또 진전된 비핵화의 성과를 위해서는 영변 핵시설의 일부 폐기 외에 북한 내 모든 핵시설에 대한 신고가 필요하지만, 두 나라 사이에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기까지 합의하기는 시기상조라는 관측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와 대북 강경파 사이에서는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낮은 기대 속에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기 전까지 미국이 상응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김연호, KEI 연구원] 미국 주류사회의 시각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하고 있어요. 북한이 믿을 수 있는 상대냐? 비핵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그 말을 믿을 수 있는가?

이처럼 양국 간 신뢰가 부족한 현실을 고려하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일부 폐기를 포함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에 대한 사찰∙검증 등을 받아들이고,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상응 조치에 동의한다면 신뢰 구축을 위한 첫 단계로써 서로 만족할 만한 합의가 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영변 핵시설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일부 비핵화 조치에 따라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 선언' 등의 상응 조치로 상호 간 신뢰 쌓기의 초석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