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불만 해소용 땜질식 인사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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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내년 제시한다는 새 경제계획도 기대할 게 없을 듯

<기자>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앞서 7차 당대회에서 제시했던 기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진 데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 네 말씀하신 대로 올해가 최종 연도가 되는 5개년 경제발전 전략은 작년 말에 열린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도 언급되지 않는 등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실패한 원인이 많습니다. 첫 번째로 국제정세에 관한 분석이 잘못됐던 것 같습니다. 미국의 제재가 해제될 거라고 예상하면서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갈마 관광단지 사업을 (추진했다) 실패한 게 가장 좋은 사례인 듯합니다. 두 번째는 북한에서 진짜 필요한 정책이 뭔지 그런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던 듯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까지 했던 사업들은 갈마관광단지나 평양시내 고층아파트∙ 오락시설 건축 등인데 이런 것들은 김 위원장을 둘러싼 특권층이 원했던 거고 일반 시민들에게 필요한 사회적 기간시설 정비는 아닌 듯합니다. 그러니까 사회 기반시설 정비도 못 하면서 고급스런 시설 건설을 원했는데 이것도 이루지 못한 셈입니다. 세 번째는 김 위원장이 애초 핵개발과 경제건설을 다 같이 추진하는 병진노선을 선택했습니다. 2018년에는 핵개발이 완성됐다고 하면서 경제개발에 집중한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에 대한 통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경제 자유화가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그 증거로 북한에서는 아직까지 사기업은 출현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은 실패하는 게 당연하고 내년 1월에 발표한다고 한 새 5개년 계획도 자신들의 실패를 숨기려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근본적 반성 , 경제정책 변화 없을땐 실패만 반복

<기자> 김 위원장이 공언한 새 경제발전계획, 뭐라고 예상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지난 19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실적을 자세히 보고했다고 하는데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북한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 반성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내년 1월 당 대회에서 다시 새로운 5개년 계획을 만들자고 하니까요. 5개년 계획이라고 하는 건 국가가 경제를 더 통제하는 계획경제 체제를 유지한다는 그런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아마 새로운 계획은 전력, 철도 등4대 선행부문 목표 달성, 그리고 올 해 중요 과제로 설정했던 농업생산 증산, 자력갱생 이런 것들을 추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반성이나 정책 변화가 없는 한 다시 실패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이번 결정은 미국의 새 행정부가 들어서는 걸 봐가면서 새로운 대미정책을 제시하겠다는 의사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에 트럼프 정권이 계속 유지될 건지, 아니면 새로 바이든 정권이 탄생할 지에 따라 1월에 열릴 당 대회에서 제시할 외교 방침은 많이 바뀔 거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정권이 계속 유지된다고 하면 가능하면 빨리 북미 정상회담을 하려고 하는 그런 얘기가 나올 듯합니다. 반대로 바이든 정권이 탄생한다고 하면 북한은 대결자세를 강조할 걸로 생각합니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재개한다는 그런 얘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 대통령 선거부터 이듬해 1월 당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그 사이에 미국의 새 정부가 어떤 대북 정책을 추진할 건지 정보도 수집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조정할 걸로 예상합니다.

<기자> 북한이 신임 내각총리에 김덕훈을 임명하고 당 중앙위원회 조직을 신설하는 등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어떤 의도로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 역시 코로나와 홍수 피해 탓에 경제건설을 잘 진행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인사나 조직 개편으로 호도했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번에도 김 위원장이 평양 종합병원 건설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담당자들을 전출시켰는데 그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다만 이런 땜질식 인사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는 실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당 간부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하나하나 숙청당한다고 하면 간부가 되고싶어하는 사람이 전혀 없을 거라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역으로 보면 현재 북한에서는 그런 인사조치같은 방법 외에 시민들이 가진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남아 있지 않다는 그런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조총련 9월6일 중앙위 확대회의 소집

<기자> 조총련이 내달 6일 중앙위원회 확대회의를 소집했다면서요?

마키노 요시히로 : 네 조총련은 9월6일 중앙위원회 제24기 세 번째 확대회의를 도쿄에서 연다고 각 지역에 통보했다고 합니다. 조총련은 4년마다 최고 의사결정기관으로 전체회의를 열어왔는데 중앙위원회 확대회의는 전체회의 다음으로 중요한 회의입니다. 지난 번 전체회의는 2018년 열렸기 때문에 (이번 확대회의는) 2022년 예정된 전체회의 전에 열리는 중간회의 성격도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 의제는 코로나 감염 문제라고 들었습니다. 평양이 코로나와 수해로 너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조총련도 열심히 투쟁하고 있다는 그런 모습을 강조하고 싶은 생각도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규약을 개정한다거나 인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수해 탓 대외관계 논평 여유 없는 듯

<기자> 북한이 지난 6월 조총련 기관지로 북한의 입장을 반영해온 조선신보에 대해 대외관계에 관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다면서요?

마키노 요시히로 : 네 6-7월 기간에 그런 지시가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고 했던 상황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8월18일 시작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8월15일 광복절 연설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호소했지만 북한은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코로나와 홍수 피해 때문에 대외관계를 관장할 여유가 없어서 외교분야에서 논평을 피하려고 하는 상황인 듯합니다. 같은 의미로 평양은 조선신보에 대해서 외교분야 논평을 피하라는 지시를 했던 듯합니다. 조선신보는 요즘엔 남북관계에 관한 언급을 재개했기 때문에 당시 지시는 지금은 끝난 것 같습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