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남북경협-금강산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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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 (사진 제공:문성희))

<기자> 오늘은 개성공단과 함께 남북 간 경제협력의 큰 축인 금강산 관광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문 박사님, 북한을 방문하셨을 때 금강산에도 자주 가 보셨지요?

문성희: 네, 제가 처음 금강산에 간 건 대학생 시절인 1984년입니다. 그 땐 아직 외국인들의 북한 관광 자체가 허용이 안 되던 시기입니다. 재일동포들은 이례적으로 방문할 수 있었던 시기입니다. 금강산에 가기 전에 개성과 판문점에 갔습니다. 안내해 준 인민군 군인들이 있었지요. 굉장히 멋있게 생긴 군인이었거든요. 저도 학생 시기라 오빠들이 너무 멋있어서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헌데 금강산에 가니까 그 군인들이 있는 거에요. 휴가로 왔던 것 같습니다. 그들도 우리를 기억하고 있었어요. 거기서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 금강산이란 건 고속도로도 아직 없었던 시기라 열차로 원산까지 가서 거기서 버스로 금강산까지 들어간 기억이 있습니다. 호텔은 벌써 총련 사람들이 만든 호텔이 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삼일포에서 헤엄도 치고 구룡폭포도 가고 했는데, 관광하는 사람도 적고 해서 굉장히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당시 사진이 남아있는데 구룡폭포 물이 너무 투명해요. 삼일포도 헤엄을 칠 수 있을 정도니까 물이 좋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양 제1백화점 인근 시내 중심가 모습. (2011년 9월)
평양 제1백화점 인근 시내 중심가 모습. (2011년 9월) (사진: 문성희)

<기자> 평양 특파원 시기에도 가보셨나요?

문성희: 네, 1996년은 매우 어려운 시기라서 관광을 하는 여유 같은 것이 없었으니까 금강산에 간 기억은 없어요. 2003년에는 이산가족 상봉이 금강산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거기서 숙박을 했어요. 그 땐 한국에서 오신 분들은 현대가 준비한 해상호텔에서 숙박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산가족 상봉은 인근 회관 같은데서 진행됐는데 각자 가족들이 만날 때는 해상 호텔 각 호실에서 진행됐어요. 해서 저도 취재하기 위해 해상호텔 안을 돌아볼 수 있었어요. 거기는 완전히 한국이라서 한국 제품들이 팔리고 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 전인가 2000년에 북한을 방문했을 때 범민족대회가 금강산에서 진행됐어요. 그 때에 갔을 때 현대아산이 지은 온전각에도 들렸거든요. 거기도 완전히 한국이었어요. 선물들도 한국 제품들이 팔고 있었고 아마도 북한 상품도 팔고 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식사도 온정각에서 했는데 맛이 굉장히 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기자> 현대아산이 들어와서 금강산 일대가 많이 개발됐다는 그런 느낌이 드셨나요?

문성희: 네, 도로가 많이 정비됐다고 느낀 기억이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북한 도로는 굉장히 엉망인데요. 현대가 통제하는 구역에 들어가니까 확실히 도로의 질이 달라지는거에요. 그 때까지만 해도 도로가 안 좋아서 버스 안에서 자주 점프를 해야 하는, 뭐랄까 버스가 자꾸 흔들리니까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 상태였던데, 현대아산 통제 구역에 들어가니까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게 된 거에요. 이게 농담이 아니라 진담입니다.

<기자> 그러니까 도로도 한국측에서 잘 정비를 해줬다는 말이네요?

문성희: 네 그렇지요. 지난해 판문점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도 북한 도로나 철도가 잘 정비 안 된 것에 대해 솔직히 말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금강산의 남측 호텔 등 시설물을 모두 철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어떤 의도고 또 앞으로 남북 간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 어떻게 보시는지요?

문성희: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 이런 것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라'고 했지요. 말 그대로 남측과 합의해서 이런 건물들을 철거하라는 것이죠. 한국에서는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라는 단서를 부각해서 남북 간 교섭을 위한 메시지라고 보는 측면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안 보고 있고, 김 위원장의 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뒤 북한은 금강산 관광지구를 금강산 국제관광지구로 바꾸고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투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금도 그 측면은 다름이 없고 이번 조치가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남한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신들의 힘으로 관광지를 잘 꾸리겠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는 결코 남북 간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이 그렇게 전망이 밝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금강산을 남한 독점이 아니라 북한 자체 자본, 또는 다른 국제자본을 통해 개발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지적하셨는데 과연 가능할 걸로 보시는지요?

문성희: 네 저는 중국 기업들이 나서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보고 있구요. 아마 북한도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원래 과거에 북한의 자본으로 금강산을 개발해온 거죠, 남측의 현대아산이 들어가기 전에는. 그러니까 (북한이) 자기들이 (개발)하는 것이 별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굉장히 발전된 그런 관광지로 꾸릴 수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고만고만한 것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북한이 중국자본을 끌어다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금강산은 한국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했고 또 한국 관광객들이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지역이라는 측면에서 과연 한국 관광객 없이도 금강산이 활성화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데요?

문성희: 그건 역시 어려운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번에 김 위원장도 세계적인 관광지로 꾸려질 금강산에 남녁 관광객이 온다면 언제든지 환영하겠다,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금강산에 남측 관광객이 못 오게 하겠다든지 그런 건 아니죠. 다만 (금강산) 개발 같은 걸 해나가거나 현대아산이 개발을 주도하도록 하거나 그런 건 하지 않겠다, 그런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자> 과연 중국 자본이 금강산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들어갈 의향이 있을까요?

문성희: 저는 의향이 있다고 생각하고 지난번에 금강산 관광 특구에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여러 여행업자들이 (투자 설명회에) 모인 걸 보면 관심이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금강산을 개발하자면 여러가지 돈도 들고 제재 문제가 아무래도 걸리는 측면이 있죠. 건설장비나 설비를 반입하려고 할 때 제재위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데 그런 걸 생각하면 어느 나라도 그런 위험부담이 너무 크니까. 옛날에 재일동포가 합병을 통해서 (북한에 투자)한 것처럼 민족애 같은게 없으면 못하는 거니까, 재중교포 같은 사람이 나설 수는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중국 기업이 투자하는 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지난해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기자> 김 위원장이 백두산에 오르면 큰 사변이 난다, 이번에는 어떤 결심을 하고 왔다고 보시는지요, 이게 좋은 방향일지 또는 미국과의 대결 측면으로 갈지,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문 박사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문성희: 제 생각으로는 좀 약간 부정적이라고 할까, 부정적인 일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걱정을 하고 있다고 할까. 북한이 나름다로 자기 힘으로 가겠다, 그리고 그 쪽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왜냐하면 결국 스톡홀름에서 협의가 잘 안 됐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올 해 안으로 시한을 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김 위원장이 올 해 말까지는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고 선언했는데 올 해 말까지 별로 시간이 남지 않았고 그런 측면에서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결심을 해야할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그것이 이번에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남측에 이런 태도로 나온 게 하나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생각도 듭니다.

<기자> 그러면 미국이 제재완화나 이런 측면에서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다시 미사일 발사, 핵실험 이런 것까지도 가능할 걸로 보시는지요?

문성희: 그렇죠.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런거고. 그러니까 SL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등 미사일 발사를 최근에는 계속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걸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면서 (미사일을) 개발한다거나 핵실험을 한다거나 그런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는 아직 기다리고 있겠지요, 올 해 말까지는 그렇게 큰 도발은 없을 거고. 북한도 미국하고 평화롭게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다고 보기 때문에,….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