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달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아무런 합의 없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미국 의회에서 대북제재를 강화해야 할 때라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사건과 관련한 북한의 변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듯한 발언의 후폭풍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덕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 대해 강력한 세컨더리 보이콧, 즉 제삼자제재를 통해 북한의 국제금융체계 접근을 전면 차단하기 위한 초강력 대북제재 법안이 미국 상원에 재발의 됐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2차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북한을 더 옥좨야 할 때라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 주목됩니다.
북한과 거래하는 국가에 대한 제재를 통해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오토 웜비어 은행업무 규제법(BRINK Act, Otto Warmbier Banking Restrictions Involving North Korea 2019)’이 5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전격 발의됐습니다.
웜비어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웜비어 브링크액트’, 짧게는 ‘브링크액트’로 명명된 이 법안은 크리스 밴 홀렌(민주·메릴랜드), 팻 투미(공화·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이 초당적으로 공동 발의했습니다.
법안은 국제금융기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대북제재를 북한이 회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경우 미국의 금융체계에 접근할 수 없도록 전면 차단토록 명시했습니다.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에 대해서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체제에 접근을 차단하는 세컨더리보이콧을 명문화한 겁니다.
두 상원의원은 이날 법안 발의에 맞춰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불법 금융 거래를 조장하는 외국 은행과 회사에 대한 의무적인 제재를 통해 북한에 압박을 가할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 법안이 외국 은행들이 북한과의 불법적인 거래를 지속한다면 미국 금융기관에 대한 접근성을 잃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동일한 내용의 법안이 지난 회기(2017년) 때 발의돼 은행위원회에서 만장일치의 지지를 얻으며 통과됐지만 상원 본회의에 회부되지 못하고 지난해 말 회기(2017-2018, 2년)를 넘겨 자동 폐기됐습니다.
밴 홀렌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의 협상이 지난주 결렬됨으로 인해, 의회가 명확한 결론을 내릴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 “확고한 선을 그어야만 한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또 “미국은 핵역량 증강에 쏟고 있는 북한의 노력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핵역량을 완전히 포기할 의사가 불확실한 현시점에서는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밴 홀렌 상원의원은 이 법안이 북한과 연루된 은행 및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며,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해외 기업이 불법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 법안을 공동 발의한 투미 상원의원도 이 법안을 통해 “해외 기업과 은행들은 북한과 거래를 하면서 미국과도 거래를 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할 수 있다”며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를 주장했습니다.
투미 상원의원은 지난 2017년 11월 당시 동일한 내용의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직후 법안이 북한은 물론 그 조력자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팻 투미 :법안은 북한 정권을 지지해주고 있는 외국 금융기관에 대해 예외 없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하도록 했습니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서 억류된 뒤 귀환한 직후 사망한 오토 웜비어와 관련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해명을 수긍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데 대한 정치권의 반발 역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톰 말리노스키(민주∙뉴저지) 하원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 트위터를 통해 이번 주 중으로 북한이 웜비어 죽음과 관련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규탄 결의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인권 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말리노스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자마자 결의안 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할 결의안에는 김 위원장이 웜비어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점이 명시될 예정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 여행 중 억류돼 수감됐다가 석방돼 미국으로 돌아온 직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처지를 김정은 위원장이 몰랐다고 한 말을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웜비어의 부모는 이후 성명을 내고 김 위원장이 아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