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제난 속 군사적 위협…대미관계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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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북한, 미국쪽 요구 과하다는 생각에서 ‘견제구’

뜻밖에 미국서 회담취소 반응나오자 ‘망연자실’

<기자> 마키노 지국장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12일로 예정됐던 미북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회담 취소의 가장 큰 배경은 뭐라고 보시는 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접촉해본 북한 소식통들은 미국쪽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강한 요구를 많이 했다고 하더군요. 일단 김정은 위원장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핵무기와 핵물질, 핵시설까지 다 포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미국쪽에서는 과학자도 다 해외에 이주시켜야 한다거나 핵개발 데이터도 다 폐기해야 한다거나 하는 요구를 계속했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미국을) 조금 견제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미국쪽에서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나오니까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기자> 비핵화를 둘러싼 양 측의 이견이 이번 회담 전격 취소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신구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맞습니다. 그러니까 일단 북한은 말로는, 완전한 비핵화 좋습니다, 잘 하겠습니다, 약속했지만 자신들의 안전보장에 불안감을 느껴 미국한테 자기들의 군사기밀이 다 알려지는 건 겁나니까 조금 애매하게 하려는 의도가 하나 있고 또 하나는 (비핵화를) 한다고 하면 큰 결단이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것은 얻어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동시행동, 행동 대 행동, 단계적으로 하자고 했습니다. 이건 미국의 요구와 맞지 않는 거지요.

<기자> 네 그렇다면 이제까지 진행돼온 미국과 북한 간 물 밑 협상은 어떠했다고 평가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단은 서로가 대화로 해결하자고 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거는 좋은 점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지도자끼리 약속이기 때문에 대화의 추진력은 생겼지만, 정치적인 의도가 선행했기 때문에 비핵화라는 원래 목표가 흐지부지돼 협상이 진행될 수록 트럼프 대통령도 이대로 가면 자기가 비판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봅니다.

<기자> 이제까지 진행돼온 협상에서 정치적인 의도가 지배했다, 뭐 그런 말씀이신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워싱턴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딜(deal),’ 즉 ‘거래’라는 용어를 계속해서 사용했습니다. 비핵화를 놓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리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비즈니스에서 성공했던 방식을 북미협상에서 그대로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을 때 자기가 미북회담을 안 해도 된다고 말했던 것도, 이후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자기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하고 싶다는 그런 의도가 반영됐던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경제적 어려움 속 군사적 위협까지 커지는 상황

미국 역시 중간선거 앞두고 북한과 대화 포기 어려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열어 뒀습니다. 먼저 직접 들어보시죠.

<도널드 트럼프> 만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설적인 대화와 행동을 선택한다면, 나는 기다릴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북한에 대해 가하고 있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최대한의 압박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지속될 것입니다.

<기자> 미북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보시는 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트럼프 대통령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대화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북한도 역시 안전보장 측면과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기 때문에 지금 대화가 깨지면 작년 연말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데 그러면 북한으로서도 손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은 북한도 미국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회담 취소 선언 뒤 나온 북한의 반응이 꽤 흥미롭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선언 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내 놓은 담화는 이제까지와 달리 공손한 느낌까지 들고 정상회담 성사를 간절히 원한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입장으로서는 5월 10일자 노동신문에서 이미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 만족스러운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신문은 일반 북한 주민들도 다 보고 있는 신문이니까 최고 지도자가 한 번 결단했다고 주민들에게 알려진 상태인데 취소하거나 하면 최고 지도자의 명예에 문제가 생기니까 북한 입장으로는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미북 간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던 한국으로선 당혹스러울 듯한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너무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하시고 위대한 지도자, 트럼프 대통령이니까 할 수 있다거나 그런 말까지 하셨는데 그건 역시 북미회담이 무산돼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의 하나의 상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좀 미안한 말이지만 문재인 정부로선 비핵화 보다는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이 성공했다, 평화가 다가온다고 너무 크게 선전했기 때문에 다른 상황이 생기면 안 된다는 위기감도 큰 상황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한국정부로서는 이번에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먼저 생각해야 하는 목표를 다시 생각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봅니다.

미∙북, 대화에 대한 관심 계속 유지하면서

서로 유리한 입장 확보하려는 기싸움 중

<기자> 한국 정부로서는 오히려 북한의 비핵화를 다시금 추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말씀이신데요, 앞으로 북한 핵폐기를 목표로 한 미국과 북한 간 협상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 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지금 나오고 있는 현상은 서로가 대화에 대한 관심을 계속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자기에게 유리한 입장을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기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으로선 가을에 중간선거가 있고 북한도 경제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저는 늦어도 여름까지는 북미정상회담은 열릴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전격 폐기 결정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뭐니뭐니해도 북한이 폭파 현장에 전문가나 과학자들을 초대하지 않은 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6자회담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다 똑같이 얘기하는 건 가장 중요한 게 검증이라는 겁니다. 이번에도 역시 폭파했다고 하더라도 그냥 갱도 입구만 폭파한다고 하면 3주 이내에 다시 복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검증을 하지 못하면 북한이 어떤 핵개발을 했는지 우라늄 핵실험을 했는지 플루토늄 핵실험을 했는지 그런 것도 우리가 다 알 수도 없고, 북한이 이런 의심스런 태도를 계속 보이면 북한이 국제사회의 불신을 불식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앞으로 북한의 핵폐기가 실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신뢰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과 최근의 한반도 정세에 관해 살펴본 ‘한반도 톺아보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