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동남아시아를 관통하는 메콩강이 말라가면서 탈북루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한국의 인권 단체인 '나우(NAUH)'가 최근 방문한 메콩강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강 수위가 낮아지고 바닥을 드러내면서 강 한 가운데는 풀이 자라거나 그늘막이 설치돼 있었고, 어떤 지역은 작은 배조차도 뜰 수 없을 정도였는데요.
이처럼 말라가는 메콩강,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 발달 등으로 점점 탈북민 구출 활동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비용도 코로나 이전보다 최대 10배까지 치솟은 상황입니다.
[중국 내 탈북민 구출기]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중국 내 탈북민을 안전한 곳으로 구출하기까지 어려움을 천소람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말라가는 메콩강
동남아시아의 젖줄로 불리는 약 4천350km 길이의 메콩강.
중국과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미얀마, 태국을 관통해 흐르는 이 강은 탈북 여정의 마지막 관문이기도 합니다.
2023년 5월 20일.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의 지철호 정착지원실장은 직접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를 통해 메콩강을 찾았습니다. 구출에 나선 탈북민을 마중하기 위해서였는데, 5년 만에 찾은 메콩강의 모습은 이전과 사뭇 달랐습니다.
강물이 말라 강가에 풀이 무성하게 자랐고, 강의 범람을 막기 위한 쌓은 제방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었습니다.
또 원래 강물이 차 있던 곳은 수위가 낮아지면서, 강 중간에는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쉴 수 있는 그늘막이 설치돼 있었습니다.
[지철호] 강의 절반이나 물이 없어진 거예요 . 물이 안 흐르니까 풀이 이렇게 자랐잖아요. 보통 제방은 물이 범람하거나 흙이 쉽게 흘러내릴까 봐 쌓는 건데, 지금은 강이 이렇게…. 심지어 전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장소까지 강 중간에 지어 놨더라고요. 다 강이 흐르던 곳인데, 심각하더라고요.

지 실장은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탈북 여정의 마지막 관문인 메콩강의 상황을 직접 확인하니, 강의 수위 변화가 탈북민 구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배를 타고 메콩강을 건너야 하는데, 강의 수위가 낮아져 작은 쪽배로도 건너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철호] 탈북에 영향을 안 줄 수가 없죠. 강의 수위가 높아도 배가 뜨기 어렵거나, 작은 배로 이동이 안 되는 상황이 있는데, 이건 말 그대로 물이 줄어든 상황이니까 과거에는 배타고 넘었을 법한 상황이 지금은 절반까지만 배타고 오고, 나머지 절반은 걸어서 건너야 하는 상황으로 바뀔 수도 있고요.
실제 2019년 ‘나우’의 도움으로 메콩강을 건넜던 탈북민 이해연 (신변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씨도 당시 강의 수위가 높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해연] 제가 오기 2년 전에 건너실 분들 같은 경우에도 가끔 배가 뒤집히는 사고로 물에 빠진 사람도 있거든요. 그정도로 깊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물이 다 없어지다니...
이 씨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배를 타면 강을 건너는 시간이 단축되지만, 배가 뜨지 않아 걸어서 건너야 한다면 시간이 길어져 발각될 확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지철호] 예를 들어 강폭이 좁은 곳으로 간다고 하면, 양쪽에 나무가 많기 때문에 은폐하기 편하고 쉬운데, 이제는 모래바닥을 어느 정도 건너야 나무를 접할 수 있으니, 그런 부분에서 (신변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또 지 실장에 따르면 최근 메콩강 유역의 분위기도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조용하고 시골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면, 지금은 복잡한 도시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지 실장이 메콩강 인근 한 호텔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들은 말도 중국어였습니다.
[지철호]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와서 중국인도 많았어요. 호텔이나 숙박업소에도 중국인이 많이 묵고 있더라고요. 호텔에 갔을 때 가장 처음 본 사람이 중국인, 가장 처음 들은 언어도 중국어였습니다. 한 10명 정도가 호텔 로비에서 중국말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아 중국인들이 여기에도 오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대부분 주로 관광지에 갔던 것 같은데, 이쪽까지도 중국이 발을 넓히고 있더라고요.
지 실장은 메콩강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국가에 중국 자본이 유입되기 시작한 것 같다며, 앞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메콩강 유역까지 확대된다면, 탈북민 구출에 관한 제약이 추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지철호] ‘탈북 과정이 이전과 조금 다르겠다’, ‘앞으로 구출에 있어서 과거와 달리 좀 더 조심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의 영향력이 미치게 되면 탈북민들을 관리하는 부분에서도 더 고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탈북 비용
지철호 실장에 따르면 탈북 비용도 코로나 대유행 이후 많게는 10배까지 치솟았습니다.
중국에서 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한 검열과 단속이 점점 강화하면서 탈북민의 이동과 신변 안전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올해 나우는 코로나 대유행 이전보다 약 4배 가량 오른 비용으로 6명의 탈북민을 구출했지만, 과거에는 20명 이상 구출할 수 있는 액수였습니다.
[지철호] 인공지능으로 인해 안면인식 기능이 발달해 탈북 과정에서 더 노출되기 쉬운 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의 AI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방식을 활용해 탈북민을 구출할 수 있었는데, 점점 구출 방안이 적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구출하는 비용도 많이 올라서 적게는 과거의 4배 정도이고, 많으면 10배까지 부르고 있습니다.
미국에 본부를 둔 한 구출 활동가도 자유아시아방송에 코로나 대유행 이후 탈북민들이 일절 버스나 기차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고 브로커가 제공하는 승용차나 승합차로 소수 인원만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구출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구출활동가] 검문소를 피하기 위해서는 승용차로 소수 인원만 이동이 가능하다면서 한 번에 최대 4명씩이라며 비용을 6천 달러를 요구합니다. 엄청나게 큰돈이죠.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국가의 국경을 넘는 데까지입니다.
심지어 한 고위급 출신 탈북민은 북한에서 한국까지 오는 탈북 비용으로 한국 돈 1억 원, 미화로 약 7만 5천 달러가 든다고도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이 공공장소는 물론 버스나 기차 등 대중교통에도 활용되면서 탈북민들이 잇달아 적발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탈북민 구출을 도와온 한국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도 자유아시아방송에 탈북민 구출 과정에서 안면인식 기술 때문에 중국 당국에 덜미를 잡혔던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김성은] 우리도 잡혔었어요. 코로나 전에요. 기차역 앞에 안면 인식기가 있는데요. 그걸 통과하고 기차에 앉은 뒤 바로 잡혔어요.
[구출활동가] (탈북민들이 언제까지 안전 가옥에 머무를 수 없어서 어려운 결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4명씩 이동했는데, 첫 조는 무사히 동남아시아 국가에 도착했지만, 두 번째 조는 움직이자마자 공안에 붙잡혔습니다.
이처럼 메콩강의 수위 변화와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 그리고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브로커의 대거 이탈 등으로 탈북 비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또 이에 따른 탈북민 구출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구출 단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철호] 과거에는 후원을 통해 많은 탈북민 구출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탈북민 구출을 많이 하기는 힘든 환경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 많이 구출할 때는 그 업무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어렵게 한국에 온 탈북민들을 어떻게 하면 잘 정착할 수 있게 도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