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북송만큼은...” 탈북민 강제송환 중단 호소 잇달아

뉴욕-서혜준 seoh@rfa.org
2023.09.28
“제발 북송만큼은...” 탈북민 강제송환 중단 호소 잇달아 미 ‘북한인권위원회’가 지난 22일 주최한 행사에 탈북민들이 참석해 중국 내 탈북민들의 인권 상황을 고발하고, 이들의 강제북송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 RFA photo
Photo: RFA

앵커: 최근 북한이 국경을 열고 인적교류를 재개하면서 미국과 한국, 유럽 등에서는 중국 내 탈북민들의 강제 북송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의 정부 관리는 물론 국제 인권단체들이 한목소리로 탈북민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가운데, 실제 중국에서 인신매매와 강제북송의 피해자였던 탈북민들은 자신들은 꼬리 없는 짐승이었다며 울분을 토해냈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정 박] 북한이 조금씩 국경을 개방하면서 우리는 중국에 억류된 탈북민들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이 (북한에) 송환될 경우 구금과 고문의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우리는 계속 이 문제를 중국에 제기하고 있으며, 중국이 강제송환 금지 의무 (Principle of Non-refoulement)를 준수할 것을 촉구합니다.

 

지난 9 19일 미국의 비정부단체인 민주주의진흥재단’(NED)이 개최한 대북 정보유입 관련 대담회.

 

이 자리에 참석한 정박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부대표는 환영사에서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내 노동자와 유학생 등 북한 주민을 본국으로 송환하면서 중국에 구금된 탈북민들도 강제 북송을 피할 수 없을 거란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도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중국이 적극적으로 탈북민들을 찾아내 북송하려 하고, 이들이 북한으로 송환되면 고문과 구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처벌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또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 17개국, 53개 비정부기구(NGO)와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마르주키 다루스만 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데이비드 알톤 영국 상원의원 등 국제적 저명인사 7명도 지난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탈북민 강제송환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지난 22일에 주최한 행사에서는 탈북민들이 직접 인권 침해의 심각성을 고발했습니다.

 

인신매매 피해자인 탈북민 최유진 씨는 이날 자신이 겪었던 인권 유린 사례를 생생히 증언하면서, 인신매매로 팔려 갈 당시 북한 여성들은 사람이 아닌 짐승 취급을 받았다고 토로했습니다.   

 

[최유진] 저희(탈북민들은)는 사람이 아닌 짐승으로 표현됩니다. (중개인이) 전화 통화하는 걸 들어봤더니양 한 마리가 들어왔다면서, 예쁜 아가씨면물이 좋은 사람으로 치고, 나이가 좀 들고 아이를 출산한 사람들은물이 나쁜 사람으로 갈려서 팔려 갑니다.

 

중국에서 6개월간 강제노동에 동원됐다 탈북한 김유아 씨도 중국의 노동 환경은 매우 열악하고 심지어 성폭행을 당하는 북한 여성도 만연하다며, 그런 상황을 피하고자 탈북한 사람들이 다시 북송될 위기에 놓여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습니다.  

 

[김유아] 북한 당국은 국민들에게 먹을 것조차 제대로 주지 않아 수많은 아사자가 생깁니다. 또 북한 주민은 남의 땅에서 제대로 된 대접도 못 받으면서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권 침해를 당해도 호소할 데가 없습니다. 북한 주민을 무시한 중국 당국은 국제사회에 죄책감을 느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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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 이후 저는꼬리 없는 짐승이었어요.”

 

한국에 본부를 탈북여성단체 ‘뉴코리아여성연합의 이소연 대표는 지난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자신이 중국에서 북송된 뒤 2년간 감옥에서 겪은 비참한 생활을 털어놨습니다. 감옥에 있을 당시 그의 이름은 ‘821'이었습니다.

 

[이소연] 북한에 간 뒤 거의 2년 동안 감옥 생활을 했습니다. 감옥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교도관들이) 저희에게 늘꼬리 없는 짐승이라고 했어요. 너희는 죄인이고, 반역자다이런 식으로 취급해요. ‘탈북한 죄인이긴 하지만, 내가 총을 들고 지켰던 조국이었고 내 부모가 있는 곳인데, 이렇게 대우를 받아야 하나싶었죠.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탈북한 이 씨는 중국의 인신매매 브로커에 끌려갔고, 저항 과정에서 중국 공안에 붙잡혀 결국, 북송됐습니다

 

그는 자신이 경험했던 감옥생활을 비추어봤을 때, 만약 중국 내 탈북민들이 북송된다면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소연] (감옥에서) 밥을 안 주고 일단 들어가면 처음에는 다른 죄인들과 분리 시킵니다. 밤새 잠을 안 재우고 탈북했던 과정에 대해 똑같은 내용을 1시간에 한 번씩 또 쓰게 하고그러니까 마지막에는 어지럽고, 글을 쓰는데 혼돈이 와서 나중에는 내가 안 한 것도 했다고 말하게 돼요. 이 사람들이 듣고 싶은 건 그런 거예요. ‘한국에 가려고 했느냐, 기독교를 접했느냐, 한국 사람을 만났느냐’... 다 조사받고 나오니까 먼저 조사를 받은 선배들이중국에서는 그냥 팔려 갔다 해라. 그게 제일 깔끔하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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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여성단체 ‘뉴코리아여성연합’의 이소연 대표/ RFA photo

 

두 번째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한 이 대표는 지금도 자신처럼 심각한 인권 유린의 대상이 된 탈북 여성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중국 내 탈북민들의 인권 보장과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습니다.

 

[이소연]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높이는 분들을 보고이것이 인권이구나, 우리가 인권이라는 걸 모르고 살았구나, 북한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라고 했는데, 가장 지옥인 곳이 북한이었구나라고 깨달았죠.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 인권 문제, 특히 중국에 구금돼 있는 2600명의 강제 북송 위기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북한 사람들에게도 인권과 자유, 행복을 주기 위한 일에 동참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다면 국제형사재판소에 김정은을 세워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뉴코리아여성연합은 지난 27일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앞에서 중국 내 탈북민들의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했으며, 김정은 총비서 앞으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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