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에도 ‘북 정찰위성’ 검색어 급증
2023.08.31
앵커: 북한이 85일 만에 2차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한 지난 24일은 공교롭게도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날이기도 합니다. 그날 한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는 온종일 오염수 방류에 관한 뉴스가 쏟아졌는데요.
‘북한’과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인터넷 검색량을 비교한 결과 국제사회에서는 ‘북한 정찰위성 발사 실패’에 대한 검색어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국제사회는 ‘북 정찰위성’, 한국은 ‘후쿠시마 오염수’에 더 관심
[한국 YTN] 북한이 오늘(24일) 새벽 2차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이번에도 실패했습니다. 10월에 다시 발사하겠다고도 밝힌 가운데….
[한국 KBS] 일본이 오늘(24일) 오후 1시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원전 부지에 모아놓은 오염수를 모두 방류하는 데에는 최소 30년이 걸릴 전망입니다.
지난 24일 새벽 3시 50분쯤, 북한은 85일 만에 2차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했습니다.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오는 10월에 3차 발사를 단행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후 1시,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기 시작했고,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사이트인 구글에서 ‘북한(North Korea)’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Fukushima water release)’에 관한 검색량을 분석했습니다.
사용자의 특정 단어에 대한 검색 추이를 수집해 통계를 내는 ‘구글 트랜드(Google Trends)’에서 최근 30일간 (7/30/3034-8/26/2023) ‘북한’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나라별 검색량 변화 추이를 비교해 본 겁니다.
그 결과 미국,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worldwide)에서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동시에 일어난 지난 24일(미국 현지시간 23일), ‘북한’에 대한 검색량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구글 트랜드’에 따르면 지난 24일(미국 현지시간 23일), ‘북한’ 검색으로 나타난 전 세계적(worldwide) 관심도는 약 99%를 기록했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관심도는 약 4%에 그쳤습니다.
미국과 일본에서 나타난 검색량도 세계적 관심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24일, 미국에서 ‘북한’에 대한 검색어 관심도는 91%를 기록했고, 일본에서는 관심도 최대 수치인 100%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해서는 미국이 2%, 일본은 10%로 ‘북한’에 대한 검색어 관심도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해당 기간 구글에서 ‘북한’을 검색한 전 세계(worldwide) 사용자가 살펴본 ‘관련 주제(Related topics)’에서는 ‘실패(Failure)’에 대한 주제 검색이 약 2천600%로 가장 많이 증가했으며, ‘정찰위성(Reconnaissance satellite)’에 관한 검색은 1천650% 급증했습니다.
또 ‘북한’을 검색한 사용자의 ‘관련 검색어(Related queries)’ 통계를 살펴보면 1위가 ‘북한 정찰위성 발사 실패(North Korea spy satellite launch failure)’, 2위는 ‘북한 정찰위성 발사(North Korea spy satellite launch)’, 그리고 ‘북한 위성 발사(North Korea satellite launch)’가 3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지난 2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검색어 관심도가 ‘북한’보다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물론 ‘북한’에 관한 검색어 빈도수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한 날 처음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북한’에 대한 검색어 관심도를 앞지른 겁니다.
실제로 이날 한국에서 ‘북한’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검색어 관심도를 비교해 본 결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37%, ‘북한’은 29%를 기록했습니다.
또 한국의 대표적 검색 사이트인 ‘네이버’에서 사용자의 검색 추이를 수집해 통계를 내는 ‘네이버 데이터랩’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검색어 관심도가 최대 수치인 100%를 기록한 반면, ‘북한’에 관한 검색어 관심도는 8%에 그쳤습니다.
한국, 반복되는 북한 도발에 피로감 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한반도와 아시아 그 이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관심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합니다.
[조한범] 물론 국제사회는 정찰 위성에 관심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 국민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도발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인기 침투 같은 경우는 국제적인 이슈(문제)가 못 됩니다. 대한민국 안에서만 이슈가 됩니다.
또 일본의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오염수 방류가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사안이 지닌 파괴력이 정찰위성보다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조한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한국의 국내 정치에서 이미 경쟁의 소재로 전환이 됐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문제입니다. 특히 일본과 가장 인접한 국가가 대한민국이잖아요. 해류의 영향과 관계없이 심리적인 민감함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같은 경우는 국민들이 민감한 소재로 이미 오랫동안 언론에서 다뤄져 왔습니다. 이 방류 자체가 지니는 파괴력이 정찰위성보다 훨씬 더 클 수밖에 없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각종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
이에 익숙한 한국은 이번 정찰위성 발사를 큰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반면, 국제사회는 여전히 북한의 도발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따라서 정찰위성 발사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고자 했던 북한의 의도가 아직 유효하다는 것이 인터넷 검색어 관심도를 통해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